더불어민주당 김태년 원내대표가 지난 20일 국회 본회의에서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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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국회 등에 따르면 김태년 민주당 원내대표는 전날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국회가 통째로 세종시로 내려가야 하며, 청와대와 정부 부처도 모두 이전해야 한다"면서 "행정수도를 통해 서울·수도권 과밀과 부동산 문제를 완화할 수 있다"고 했다.
김 원내대표가 국가 균형 발전과 함께 부동산 시장 안정을 행정수도 이전의 근거로 들면서 부동산 시장에서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그간 급등세를 이어왔던 세종 부동산 시장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서울과 수도권의 부동산 수요를 장기적으로 분산할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한 의문 때문이다.
세종 현지 공인중개업소에는 행정수도 이전 이슈로 주택 가격이 더욱 올라갈 수 있다는 기대감이 벌써부터 돌고 있다. 도담동 A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7.10 대책 이후 다주택자들이 일단 관망세로 돌아서면서 매물이 씨가 마른 상황에서 호가는 계속 올라가고 있다"면서 "국회 이전 이야기가 나오면 서울 외 지역 다주택자들은 세종을 ‘똘똘한 한 채'로 두는 추세가 더 심해질 것 같다"고 했다. 인근 B공인중개업소 관계자도 "의회 이전 이야기가 나오면 다시 가격이 뛸 것 같다"고 했다.
부동산 전문가들도 국토 균형 발전이라는 국가적 과제 측면에서 행정수도 이전은 바람직하지만, 부동산 시장 안정 효과에 대해선 의문이라고 입을 모았다.
최황수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청와대와 법원까지 다 내려갈 경우에는 부동산 시장 안정에 조금 기여를 할 수는 있을 것"이라면서 "하지만 행정수도를 이전한다고 해도 서울 집값이 오르는 큰 흐름을 뒤집는 효과까지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했다.
고준석 동국대 법무대학원 겸임교수도 "행정수도 이전은 수요 분산 측면에서는 긍정적"이라면서도 "서울 공급이 충분한 상황에서 행정기관이 내려가면 도움이 되겠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세종 부동산 가격만 올라갈 수 있다"고 했다.
균형발전과 부동산 가격 안정을 동시에 추진하는 것이 잘못된 발상이라는 지적도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부동산 전문가는 "투자수요가 세종에 관심을 가질지는 모르겠지만 지역발전으로 이어질지는 의문"이라면서 "부동산 정책과 별개로 추진돼야 할 지역 균형발전 정책을 엉뚱한 방향으로 몰아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백윤미 기자(yum@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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