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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9 (목)

이슈 항공사들의 엇갈리는 희비

[단독]갈 곳 잃은 이스타항공, 빅딜 무산에 '조종사노조'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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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주명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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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타항공이 '코로나19' 확산 여파로 24일부터 국내 항공사 중 처음으로 국제선에 이어 국내선 운항도 중단하기로 결정한 가운데 23일 오후 서울 강서구 김포공항 국내선청사 내 이스타항공 창구가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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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상 무산 수순을 밟고 있는 제주항공과 이스타항공의 M&A(인수합병)가 미지급금 해소 여부와 상관없이 이미 계약해지 요건을 충족한 것으로 확인됐다. 인수합병 계약서상 사전 합의 조항들을 이스타항공 노조 측에서 일방적으로 파기했기 때문이다.

이미 양사가 합의한 이스타항공 구조조정에 이스타항공 조종사노조가 갑자기 반기를 든 것도 제주항공이 인수 포기를 굳힌 결정적 이유로 꼽힌다. 이스타항공 조종사노조는 220명인 조종사 전체의 고용을 보장하라는 입장이다. 조종사노조가 이렇게 제 밥 그릇 챙기기에 나서는 사이 이스타항공 일반 직원 300명은 살 길을 찾아 회사를 떠났다.

20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지난 3월2일 체결된 제주항공과 이스타항공간 SPA(주식매매계약) 계약서 상에는 '인수 과정에서 인사·노무와 관련한 소송·고발을 하지 않을 것'이란 단서 조항이 있다. 만약 이 조항을 어기면 제주항공은 해당 계약을 무효로 할 권한이 생긴다.

이 같은 SPA 계약서 내용은 원활한 인수 진행을 위해 이스타항공 근로자대표 및 조종사노조에도 사전에 공유됐다. 하지만 조종사노조는 지난 4월 29일 최종구 이스타항공 대표를 '4대 보험' 횡령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계약 무효 조항을 버젓이 행동으로 옮긴 것이다. 지난달 말에는 창업주인 이상직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이스타홀딩스 대표까지 횡령·배임 혐의로 고발하기로 정했다.

제주항공은 이후 지난 1일 이스타항공에 "7월15일까지 미지급금 등 선결조건을 해소하지 못하면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는 내용의 공문을 보냈다. 그러나 이 공문은 어디까지나 형식적인 것으로 이미 제주항공이 이스타항공과 계약을 파기할 법적 조건은 충족돼 있었다.

이스타항공 관계자는 "미지급금 해소 요구 이전에 이스타항공 조종사노조의 단서 조항 위반으로 제주항공에게 언제든지 계약을 하지 않을 권리가 생겼다"고 밝혔다. 제주항공은 현재 계약파기를 위한 실제 법리 검토에 나설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제주항공의 법리 검토와 별개로 사실상 이 M&A는 지난 5월에 무산된 것으로 본다. 이스타항공의 인수합병의 단서 조항이었던 구조조정이 이스타항공 조종사노조의 반발로 틀어졌기 때문이다.

이스타항공은 지난 3월 SPA 계약 체결 후 항공기 반납을 감안해 전 직원의 45%를 구조조정 하는 방안을 수립했다. 근로자대표 측은 인수합병 성사를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판단, 이 같은 구조조정에 동의했다. 하지만 이스타항공 조종사노조는 이 구조조정 비중을 25%(400명)로 낮췄고, 급기야 구조조정에 전면 반대했다.

이스타항공 한 관계자는 "그나마 25% 구조조정에 제주항공과 합의한 다음날인 22일 이스타항공 조종사노조가 민주노총에 가입하며 구조조정 반대 집회를 열었다"며 "당초 4월말까지 인수를 마무리 할 방침이었던 제주항공이 이때부터 인수합병 의지가 꺾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현행 노동법상 근로자와 합의 없는 구조조정은 무효인 만큼 조종사 인력 감축을 강제할 수는 없다. 그러나 조종사노조가 이렇게 반대하는 사이에 이스타항공 일반 직원들만 구조조정의 희생양이 됐다. 현재까지 희망퇴직 등으로 떠난 이스타항공 일반 직원들은 300여명에 이른다.

반면 이스타항공 조종사 220명 중 퇴사자는 거의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조종사 노조는 지금까지 고용보장 없는 인수합병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제주항공도 자체 구조조정을 고민하는 마당에 이스타항공 조종사만 전원 고용을 보장하라는 것은 과욕"이라고 지적했다.

이 때문에 이스타항공 내부적으로 조종사노조의 일방적 행보에 대한 비판 여론도 커졌다. 이달 초 진행한 전 직원의 임금반납 동의 여부를 묻는 설문조사도 조종사들은 제외됐다.

업계 관계자는 "조종사노조 내부에서도 임금반납을 찬성하는 조종사들이 있는데 이들의 투표권을 뺏은 것"이라며 "이 설문조사 이후 20~30명의 조종사들이 조종사노조에서 탈퇴한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이스타항공은 마지막으로 정부 중재를 통한 인수합병 성사를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기업 간 계약에 정부가 나설 명분이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은성수 금융위원장도 지난주 이스타항공 사태와 관련 "논의 대상이 아니다"고 밝혔다. 단 일부에선 이스타항공의 셧다운(일시폐쇄)가 제주항공이 원한 대로 됐기 때문에 이 부분을 감안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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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명호 기자 serene84@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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