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 시대에 전문 기관 운영되는 등 전성기
가장 오래된 사경 유물은 '신라백지묵서 대방광불화엄경'
첫 보유자로는 40여 년간 전승 매진한 김경호씨 인정
서예·한문·불교 교리·회화에 두루 능통해야
경을 필사하는 모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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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 경전을 옮겨 적는 장인인 사경장이 국가무형문화재 신규종목으로 지정됐다. 첫 보유자로는 김경호(57)씨가 인정됐다.
문화재청은 사경장을 높은 역사성과 예술성을 고려해 국가무형문화재로 지정하고, 김씨를 보유자로 인정한다고 20일 밝혔다. 사경(寫經)이란 불교 경전을 유포하거나 공덕을 쌓기 위해 옮겨 적는 일을 말한다. 우리나라에서는 불교가 성행한 고려 시대에 전문 기관이 운영되는 등 전성기를 맞았다. 주로 국가 발전과 개인 안녕을 비는 목적으로 행해졌다. 그 수준은 고려 후기 충렬왕(재위 1274∼1308) 때 중국에 사경승 수백 명을 파견할 만큼 우수했다고 전해진다.
사경은 조선이 숭유억불을 기조로 삼으면서 쇠퇴의 길을 걸었다. 일부 왕실 구성원과 사찰에 의지해 겨우 명맥을 유지했다.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사경 유물은 통일신라 시대에 제작된 ‘신라백지묵서 대방광불화엄경(국보 제196호)’이다. 고려 시대에 만들어진 ‘감지금니 대방광불화엄경보현행원품(국보 제235호)’도 감색 종이에 금분으로 필사해 유명하다.
신라백지묵서대방광불화엄경(국보 제196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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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경 작업은 필사, 변상도(變相圖·불교 경전 내용을 소재로 한 그림) 제작, 표지 장엄으로 나뉜다. 금가루 만들기, 아교 만들기, 종이 표면 처리와 마름질, 잇기, 선 긋기, 필사, 변상도 그리기, 표지 그리기, 표면 처리 등 다양한 공정을 거친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사경을 하려면 서예·한문·불교 교리·회화에 두루 능통해야 한다. 오자와 탈자가 없어야 하므로 고도의 집중력과 체력도 요구된다”고 했다.
첫 보유자로 인정된 김씨는 40여 년간 사경에 매진하며 그 가치를 알려졌다. 사경 재료·형식·내용 등을 꾸준히 연구하고, 전통 사경체를 능숙하게 재현해 적임자로 낙점을 받았다. 현재 각종 교육 기관에서 사경 강의를 하는 등 전승 활동을 하고 있다.
이종길 기자 leemea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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