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그렇게 해도 (부동산 값) 안 떨어져요.”
17일 한국 부동산 시장의 최고 화제는 이날 새벽에 나온 더불어민주당 전략기획위원장이자 국토위원회 소속인 진성준 의원의 이 한 마디였다. 정부여당이 폭등하는 부동산 가격을 잡기 위해 한달에 한 번 꼴로 고강도 대책을 내놓고 있는 상황에서 문재인 대통령 정무비서관을 지낸 집권여당 의원이 사실상 ‘부동산 불패론’에 다시 불을 붙이는 발언을 내놨기 때문이다.
진 의원은 이날 새벽 부동산 정책을 주제로 한 TV토론을 마친 뒤 마이크가 켜진 줄 모른 채 발언을 했다. 미래통합당 김현아 비상대책위원이 “(부동산 가격이) 떨어지는 것이 국가 경제에 너무 부담되기 때문에 그렇게 막 떨어뜨릴 수 없다”고 하자 진 의원은 “그렇게 해도 안 떨어질 겁니다. 부동산이 뭐 이게… 어제 오늘 일입니까”라고 답했다. 그러자 김 비대위원은 “여당 국토위 위원이 그렇게 이야기하면 국민이 어떻게 하나”라고 했고 진 의원은 답하지 않았다. 대화는 고스란히 유튜브 라이브 생방송으로 중계됐다.
파장은 컸다. 진 의원이 토론에서는 “근본적인 정책을 꺼내든 만큼 이제부터는 집값을 잡아갈 수 있는 기본 틀을 마련했다”고 강조했지만 정작 부동산 가격 안정화를 부정적으로 보고 있다는 속내를 드러낸 셈이기 때문이다. 특히 이 토론회는 16일 문재인 대통령이 국회 개원연설에서 “부동산 투기를 통해서는 더 이상 돈을 벌 수 없도록 하겠다”며 강력한 의지를 표명한 직후 열렸다.
방송 직후인 17일 오전 1시 경부터 부동산 관련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무주택자 멘탈 붕괴되는 영상” 등의 반응이 나왔다. 논란이 커지자 진 의원은 이날 보도자료를 내고 “정부의 대책이 소용없다는 취지가 아니라 정부의 강력한 부동산 대책의 발목을 잡으려는 집값 하락론자들의 인식과 주장에 대한 반박”이라고 해명했다.
민주당은 진 의원 개인 의견이라고 선을 그었다. 진 의원은 이날 당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해 전날 있었던 발언에 대해 지도부에 보고했다. 정작 이 보고를 받은 이해찬 대표는 “뭘 그런 걸 보고하느냐”는 반응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또 김태년 원내대표는 해당 발언에 대해 기자들에게 “진의를 왜곡하는 보도가 나오고 있다”고 했다.
하지만 진 의원 발언은 결과적으로 정부 정책에 대한 불신을 부추겼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의 부동산 대책을 지켜보며 집 매수를 망설였던 사람들도 다시 매수에 나서지 않겠냐는 우려도 나온다. 여권 내부에서도 “지금처럼 시장에 유동성이 많은 상황에서, 뚜렷한 공급대책도 없이 부동산 가격 상승을 막기 쉽지 않다”는 회의론이 적지 않다. 여권 한 관계자는 “우리끼리도 ‘서울 집값은 안 떨어진다’고 이야기한다”며 “정책을 쏟아내기에 앞서 정부 정책에 대한 신뢰를 주는 것이 우선인데, 제 살 깎아먹기 식 실수들이 이어지고 있다”고 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은 진 의원의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퇴출을 요구했다. 경실련은 “겉으론 집값을 잡겠다고 말하면서 뒤로는 다른 발언을 서슴지 않는 진 의원은 국토위원으로서 자격이 없다”고 논평했다.
이은택 기자 nabi@donga.com
김지현 기자 jhk85@donga.com
ⓒ 동아일보 & donga.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