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담한 발상 주목받는 마크 퀸
“흑인 시위 참여한 여성이 모델”
‘흑인 생명도 소중하다’ 시위에 나선 젠 리드가 15일 자신을 모델로 제작된 동상 앞에 섰다. [EPA=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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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영국의 인종차별 반대 시위 과정에서 철거된 17세기 노예 무역상 동상 자리에 흑인 여성 동상(아래 사진)이 세워졌다.
BBC 등에 따르면 15일 오전 4시 30분(현지 시간) 영국 남서부 브리스틀의 중심가 에드워드 콜스턴 동상이 있던 자리에 흑인 여성의 동상이 기습적으로 설치됐다. 현대 흑인 여성이 당당하게 서서 오른팔을 들고 구호를 외치는 모습이다. 동상의 제목은 ‘솟구치는 힘(A Surge of Power)’.
작가는 대담한 발상으로 매번 화제를 모은 마크 퀸(Marc Quinn·56)이다. 모델이 된 흑인 여성은 지난달 6월 ‘흑인 생명도 소중하다’(Black Lives Matter·BLM) 시위에 나섰던 젠 리드(Jen Reid).
리드와 함께 동상 옆에 선 마크 퀸은 “인스타그램에서 시위 현장의 리드 사진을 보았을 때 그 순간을 영원히 간직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며 “리드의 실루엣은 내게 이미 동상처럼 보였다”고 말했다. 3D 스캐닝 기술을 이용해 레진으로 만들었다고 한다.
마크 퀸은 이 동상을 3D 스캐닝 기술을 활용해 레진으로 만들었다. [EPA=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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퀸은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흑인 최초의 주교이자 남아공 출신의 인권운동가인 데스몬드 투투의 말을 인용해 “불의한 상황에서 중립적이라면 압제자의 편을 선택한 것”이라며 “백인들이 목소리를 높여 흑인들이 대우받는 방식, 위상 변화를 지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내게 가장 영향을 준 건 ‘백인의 침묵은 폭력이다’는 말이었다”고 덧붙였다.
그는 2005년 런던 트래펄가 광장 앞 기단 위에 ‘임신한 앨리슨 래퍼’의 동상을 세웠다. 래퍼는 팔은 없고 다리도 기형인 구족화가로, 퀸은 임신한 그녀의 모습을 고대 비너스 조각상처럼 새하얀 대리석 조각으로 선보였다. 1991년엔 자신의 피를 냉동시켜 두상 작품을 셀프(Self)란 제목으로 만들기도 했다.
지난 5월 미국의 흑인 남성 조지 플로이드 사망 사건을 계기로 영국에서도 인종차별 반대 시위가 열렸고, 시위대는 지난달 7일 브리스틀에서 콜스턴 동상을 밧줄로 끌어내려 강에 빠뜨렸다. 마빈 리스 브리스틀 시장은 “리드의 동상이 당국 허락없이 설치됐다”며 “콜스턴 동상을 무엇으로 대체할지는 시민들이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은주 문화선임기자 jul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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