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금융위기 이후 최대 규모
1인 자영업자 증가폭도 90% 감소
고용 줄이며 버티다 결국 폐업 선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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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서울 노원구에서 식당을 운영했던 A씨(52)는 지난해 말 결국 파산신청을 했다. 한때 6명까지 뒀던 종업원을 3명으로 줄이고 버텨봤지만 오래가지 못했다. 가게 정리가 끝나자마자 A씨는 부동산투자 회사에 취직했다. A씨는 그때 진 빚을 아직도 갚고 있지만 마음만은 편하다고 했다. 그는 "가게를 운영할 땐 아무리 졸려도 잠이 안 왔는데 지금은 걱정 없이 잘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2. 대학교 졸업 직후 야심차게 야키소바 푸드트럭을 창업했던 B씨(27)는 코로나19 악재 앞에 가로막혀 최근 장사를 접었다. 쏠쏠한 수입원이던 지역축제마저 뚝 끊기자 B씨는 떨어진 매출을 되살리기 어렵겠다고 판단했다. B씨는 당분간 좀 쉬다가 주방보조 자리를 찾아볼 예정이다. 그는 "식당에서 일하면서 경험이나 노하우를 좀 더 쌓고 재창업하고 싶다"고 전했다.
A씨나 B씨처럼 한계에 몰려 폐업의 길을 택한 자영업자들이 올해 상반기만 14만명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역대 상반기 기준으로 보면 금융위기 여파가 있던 2009년 이후 최대 규모다. 가뜩이나 최저임금 부담이 가중된 판에 코로나19 쇼크가 겹친 결과라는 해석이 나온다.
16일 통계청이 발표한 '2020년 6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고용원 없는 자영업자 증가폭(전년 대비)은 △3월 12만4000명 △4월 10만7000명 △5월 11만8000명에서 △6월 1만8000명으로 급감했다. 고용원 있는 자영업자는 5월 -20만명에서 6월 -17만3000명으로 감소폭이 줄었다. 무급가족종사자도 4월부터 3개월 연속 감소폭을 키우고 있다.
고용원 없는 자영업자 증가폭이 몇달 새 10분의 1 수준으로 줄어든 이유는 그만큼 폐업이 늘었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한계에 내몰린 자영업자들이 고용을 줄여가며 1인 자영업자로 버티다가 그마저도 어려워 폐업을 택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고용원 있는 자영업자는 지난 2018년 12월 이후 19개월 연속 전년 대비 감소하고 있다.
무급가족종사자도 4월부터 3개월 연속 감소폭을 키우고 있다. 4월에는 전년 대비 2만2000명, 5월에는 5만명, 6월에는 5만3000명 감소했다. 무급으로 가족의 사업을 도왔던 종사자들이 경기악화로 인해 다른 사업장에 임금근로자로 취업한 탓으로 분석된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종업원까지 줄여가며 홀로 일했던 자영업자들이 버티지 못하고 폐업하고 있다"며 "노동비용 증가에 따라 타격이 커진데다 경기악화가 심화되면서 자영업이 무너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지난달 자영업자는 총 547만3000명(계절조정치)으로 6개월 전보다 13만8000명 줄었다. 이는 2009년 상반기(-20만4000명) 이후 11년 만에 기록한 최대 감소폭이다. 소상공인연합회 측은 "소상공인들이 어려운 현실을 극복할 수 있도록 보완대책을 범정부적으로 즉각 수립해줄 것"을 촉구했다.
폐업한 자영업자는 다른 사업장에 취업하면 임금근로자로, 취업을 포기하면 비경제활동인구로 편입되게 된다. 지난달 임금근로자는 5월 26만명에서 6월 14만5000명으로 감소폭(전년 대비)이 줄었다. 비경제활동인구도 여전히 증가폭이 크다. 5월에는 전년 대비 55만5000명 늘었고 6월에는 54만2000명이 늘었다.
통계청 관계자는 "고용원 없는 자영업자 증가폭이 큰 폭으로 줄어든 건 맞지만 일시적으로 나타난 현상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다음달 통계도 함께 지켜봐야 자영업자들의 폐업 릴레이가 추세적 흐름인지 확인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ktop@fnnews.com 권승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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