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판시에서 쟁점은 혐의 4개 중 TV토론에서의 허위사실 공표 혐의 하나였다. 다른 혐의에 대해선 1, 2심 모두 무죄를 선고했지만 유독 이 혐의에 대해서만 1심은 무죄, 2심은 당선무효형 유죄 선고로 극과 극을 보였기 때문이다. 2심이 뒤집은 1심 판단은 대법원 판단과 결이 같았다. 상대 후보 질문이 맥락상 '멀쩡한 사람을 불법적으로 정신병원에 강제입원시키려 한 것 아닌가'라는 취지로 이해돼 부인한 거라는 이 지사의 입장을 받아들인 셈이다. 무엇보다, 무죄 결론의 근거는 적극적이고 일방적으로 거짓을 밝혀 유권자의 전체적인 판단을 왜곡한 행위가 아니라는 것으로 요약된다. 그러니 민주사회 발전을 위한 관건 중 하나인 자유로운 선거운동과 표현의 자유, 묵비의 권리, 일부 사실을 숨기는 부진술의 권리를 고려할 때 이 정도의 사안을 허위사실 공표로 단죄하는 건 온당치 않다는 것이다. 최근 들어 선거법 사건에서 법원들이 자유로운 선거운동을 지지하는 판결을 잇달아 내놓는 흐름을 보인다고 한다. 대법원의 이번 판시가 이에 탄력을 붙여 민주정치 발전과 자유선거 고양을 가속하길 바란다. 나아가 정치권이 자유로운 선거운동 활성화를 꾀하는 방향으로 법 개정을 숙의하는 기회를 마련해 나간다면 더없이 바람직할 것이다.
판결 직후 이 지사는 공정하고 올바른 판단을 내려줬다며 대법원에 사의를 표한 뒤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정치생명이 불투명했던 절체절명의 위기에서 벗어난 심정과 마음가짐이 어떨지 짐작이 간다. 원심이 확정돼 도지사직을 잃었다면 서울, 경기, 부산 3곳의 광역단체장이 동시에 공석이 되는 초유의 사태가 생길 뻔도 했다. 이 지사로선 제2의 정치생명이 시작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듯한 환경을 맞았다. 비 온 뒤에 땅이 더 굳는다고 초심을 굳게 다지며 흔들림 없이 도정을 펼쳐야 할 것이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도정 난제는 한눈팔기를 허용하지 않는다. 주어진 책임의 시간을 한순간도 소홀히 하지 않겠다는 다짐이 빈말에 그쳐선 안 된다. 성남시장 시절부터 성과 내는 단체장으로서 신뢰를 쌓아 전국적 인물로 성장한 그다. 코로나 사태가 터진 뒤로는 빠르고 과감한 판단과 실천력을 인정받아 지지세가 급상승 중이기도 하다. 그런 그가 "공정한 세상, 함께 사는 '대동세상'의 염원을 실현하기 위해 여러분과 함께 흔들림 없이 한걸음 한걸음 나아가겠다"고 밝혔다. 그런 세상을 가꿔가는 것은 그뿐 아니라 모두의 바람일 것이다. 대법원 판결에서 나타난 소수 의견까지 고려하는 겸허한 자세로 국리민복을 위한 좋은 정치와 도정을 펼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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