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경기도지사가 당선 무효 위기에서 기사회생하면서 본격적으로 2022년 대선 도전 준비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이 지사는 코로나19 사태가 불거진 이후 지지율이 크게 올랐고 현재 이낙연 전 총리에 이어 차기 대선 주자 지지율 2위를 기록하고 있다.
16일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이 지사의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공표 혐의에 대해 벌금 300만원을 선고한 원심 판결을 무죄 취지로 파기하고 사건을 수원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이 지사는 정치 행보에 족쇄였던 '친형 강제입원' 관련 혐의에서 벗어나게 됐다.
이 지사의 회생으로 앞으로 여권 내 대선 구도는 큰 변수가 없는 한 지지율 1위와 2위인 '이낙연과 이재명 대결'로 전개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한 수도권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당적만 빼고 하나부터 열까지 다른 정치인이 맞붙는 싸움"이라고 묘사했다. 최근 이 지사 지지율은 한길리서치 조사에서 20%까지 나오긴 했지만 대부분 조사에서는 10% 초·중반을 기록하고 있다. 이후 진행될 조사에서는 그의 지지율 상승 가능성도 거론된다. 여당에서는 양강 구도 재편 후 초반 관전 포인트로 이 지사가 이낙연 의원 지지율을 잠식할지 여부를 꼽고 있다.
민주당 관계자는 "이 의원에서 빠지는 지지율을 이 지사가 가져가고, 이 지사에서 빠지는 지지율을 이 의원이 가져가는 양강 싸움이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반면 다른 여당 관계자는 "이 의원은 '친문' 지지층이, 이 지사는 '비문' 지지층이 핵심 기반이라 두 사람 지지율은 연동돼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날 이 지사는 대법원 선고 직후 "흔들림 없이 나아가겠다"는 소감을 밝혔다. 이어 "경제난을 버티는 소시민들 고통은 그 무엇과도 비견할 수 없을 만큼 크고 깊다"며 "불공정·불합리·불평등에서 생기는 이익과 불로소득이 권력이자 계급이 된 이 사회를 바꾸지 않고서는 그 어떤 희망도 없다"고 말했다. 또 "공정한 세상, 함께 사는 '대동세상'의 염원 실현을 위해 흔들림 없이 나아가겠다"고 강조했다.
이 지사는 "돌아보면 감사한 일뿐이었다. 지금 여기서 숨 쉬는 것조차 얼마나 감사한지 새삼 깨달았다"고 말했다. 이어 "어머니는 이 결과를 보지 못하고 지난 3월 13일 생을 마감하셨고, 애증의 관계로 얼룩진 셋째 형도 이미 이 세상 사람이 아니다"면서 "제 가족의 아픔은 고스란히 저의 부족함 때문이며 남은 삶 동안 그 아픔을 짊어지고 살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성남시장 시절 3대 무상복지(청년배당·무상교복·공공산후조리) 정책을 추진했고, 최근 기본소득 논쟁을 주도하고 있는데, 향후 대권 기조로 '평등한 세상'을 내세우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정치권에서는 우선 8월 말에 치러질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이재명계' 의원들이 '이낙연 대세론'을 견제하는 데 일정한 역할을 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나온다. 여당은 내년 4월 재·보궐 선거에 경기 지역이 포함되지 않는 것에 일단 안도하는 분위기다. 당내에서는 이 지사 측 의원들이 김부겸 전 민주당 의원을 당대표로 지원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한 민주당 중진은 "김 전 의원이 최대한 선전해야 '대세론' 여론을 조금이라도 잠재울 수 있다는 생각은 비이낙연 측 대권 주자들의 공통된 생각"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김 전 의원은 대법원에서 파기환송 취지 주문을 읽은 뒤 5분 후 "오늘은 참 천만다행한 날이다. 이 지사와 함께 몸을 낮추고 국민 앞에 겸손한 자세로 좋은 정치에 힘쓰겠다"고 축하 인사를 건넸다.
이 의원은 1시간 후 "이 지사와 경기도민에게 축하드리고, 그가 이끌어온 도정에 앞으로 더 탄력이 붙을 것"이라며 "코로나19 국난 극복과 함께 한국판 뉴딜 등 성공을 위해 함께 손잡고 일하겠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단기적'으로 '잠룡'의 추가 낙마를 피하게 됐다. 다만 이 지사가 향후 당에 도움이 될지, 분열의 원인이 될지에 대한 의견이 분분하다. 즉 문재인 대통령 레임덕 기류가 읽히면 이 지사가 '대통령 때리기'로 본인 지지율을 올리려 할 것이란 우려가 존재한다.
[채종원 기자 / 윤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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