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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인권단체 "대북전단 수사하는 韓정부, UN에 제소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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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인권단체 휴먼라이츠재단 할보르센 대표 인터뷰

조선일보

뉴욕에 본부를 둔 국제인권단체 휴먼라이츠재단(HRF)의 토르 할보르센 대표. 사진은 그가 2013년 방한 당시 본지와 인터뷰하는 모습. /이덕훈 기자

뉴욕에 본부를 둔 국제인권단체 휴먼라이츠재단(HRF)의 토르 할보르센 대표는 15일 전화 인터뷰에서 "한국 정부가 대북 전단 살포를 문제 삼아 박상학 자유북한운동연합 대표를 수사한 것은 역사의 시계를 되돌리는 수치스러운(scandalous) 행동"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박 대표의 집 주소 같은 개인 정보까지 낱낱이 공개되는 등 정부 주도로 광범위한 추행이 이루어지고 있다"며 "검찰이 기소하면 한국 정부를 유엔인권이사회 산하 '자의적 구금에 관한 실무그룹(WGAD)'에 제소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통일부는 지난달 북한이 탈북 단체들의 대북 전단 살포를 문제 삼아 대남 비난을 퍼붓자 경찰에 박 대표에 대한 수사를 의뢰하는 한편, 자유북한운동연합에 대한 법인 설립 허가 취소 절차에 착수했다.

할보르센 대표는 베네수엘라 출신 인권운동가로 20년 가까이 세계 각지에서 인권 문제에 천착해왔다. 뉴욕타임스는 그를 두고 "언더도그(낙오자)와 약자를 위해 싸우는 매버릭(이단아)"이라고 했다. 다음은 할보르센 대표와의 일문일답.

―유엔 제소까지 검토하게 된 계기는.

"문재인 정부는 탈북민을 공공의 적으로 돌리고자 일부러 가장 공격적으로 활동하는 박상학 대표를 골랐다. 통일부, 경찰 등 다양한 국가기관이 동원된 결과 집주소까지 흘리는 잔학한 행위(outrage)가 일어나고 있다. 정교하게 설계된 것이라고 본다. 시민의 힘으로 반(反)민주정권을 청산하고, 다른 아시아 나라에 영감을 주는 강력한 민주주의 국가로 거듭났다는 한국에서 생각지도 못한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인권은 내가 동의하는 사람뿐 아니라, 동의하지 않는 사람을 위해서도 존재해야 하는 것인데 실망스럽다. 한국 내 모든 인권활동가는 다음 차례는 내가 될 수 있다는 두려움을 가져야 한다."

―대북 전단이 긴장을 고조시킨다는 접경지역 주민들의 불만이 있다.

"동의한다. 하지만 통일부는 박 대표에 대한 수사를 의뢰하면서 입법이 아니라 경찰직무집행법·항공안전법 적용 같은 우회로를 택했다. 원래 있던 법을 갖고 해석만 달리해서 박씨를 처벌하겠다는 거다. '생각해보니 범죄인 것 같다'는 식인데, 이는 법치 국가에 어울리지 않는 반헌법적 발상이다."

―정부는 북한과의 대화를 중시한다.

"정부가 유약한 모습을 보일수록 북한이 더 대담하게 행동하도록 부추기는 꼴이다. 오늘은 대북 전단에 항의하지만 내일은 단순한 인터뷰를 문제 삼을 수도 있고, 탈북자를 되돌려 보내라고 시위할 수도 있다. 그때마다 다 들어줄 건가? 유엔을 비롯한 국제사회는 북한을 거의 독일 나치에 가까운 국가로 보는데, 문 정부 참모들은 북한의 이데올로기에 이상한 동질감이 있는 것 같다. 탈북민 인권에 '빨간불'이 켜진 긴급 상황이다."

―지난달 청와대에 대북 전단 제재에 항의하는 서한을 보냈다.

"한 달이 지났지만 어떤 대답도 듣지 못했다. 문 대통령은 과거 표현의 자유를 누구보다도 누린 사람이다. 80년대 변호사로서 국가 주도로 자행된 각종 불의에 맞서 싸웠다. 그런데 이제는 자신의 뜻을 거스르는 이들의 입을 막으려 탈북민의 표현의 자유를 제한한다. 이율배반적인 행동이고 아이러니다. 그가 한때 인권 변호사였단 사실은 이제 아무 의미가 없다."

―유엔에 제소한다면 승소 가능성은.

"1~2년 넘게 걸리겠지만 승리를 100% 확신한다. 지금이라도 이 문제를 바로잡지 않는다면 한국 정부는 박상학 대표에게 막대한 보상을 해야 하는 것은 물론, 국제사회에서 더 이상 '인권'을 말하기 어렵게 될 거다."

[김은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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