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파문] 고한석 실장 CCTV 찍혀… 시장실 찾은 임순영 특보도 3가지 의문
◇서울시 외부에서 들었다?
임 특보가 사건을 파악한 경로는 미지수다. 임 특보는 "서울시 외부의 몇몇 사람들에게 들었다"고만 밝혔을 뿐 구체적인 경로는 함구했다. 본지가 "경찰이나 청와대 쪽이냐"고 묻자 "그건 나중에 밝혀질 것"이라고 했다. 다른 언론에는 "시민단체 관계자는 아니다"라고 답했다. "정부나 시·당 관계자냐"는 질문에는 "그건 조사를 통해 밝혀지게 될 것"이라고 했다. 자신이 알게 된 경로가 서울시 내부와 시민단체는 아니라면서도 청와대·경찰·더불어민주당에 대해서는 여지를 둔 것이다.
오전 10시 10분 공관 나서는 비서실장, 10시 44분 공관 나오는 박원순 - 지난 9일 오전 10시10분 고한석 전 서울시 비서실장이 종로구 가회동에 있는 박원순 전 서울시장 공관을 떠나는 모습이 인근 방범카메라에 포착됐다(왼쪽 사진). 오른쪽은 그로부터 34분 후인 이날 오전 10시44분 박 전 시장이 공관을 나서는 모습. /독자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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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월 시 젠더특보로 임명된 임 특보는 과거 한국성폭력상담소에서 활동했다. 한국성폭력상담소는 이번에 피해자를 보호하고 있는 단체 중 하나다. 임 특보의 지인을 통해 관련 사실이 흘러갔을 가능성이 제기되는 부분이다. 이에 대해 이미경 한국성폭력상담소 소장은 "고소 관련 내용을 서울시에 전달한 사실이 일절 없다"고 밝혔다.
◇피소 사실은 몰랐다?
임 특보는 성추행과 관련된 보고를 한 것은 인정하면서도 "시장님께 보고할 당시 피소 사실은 전혀 몰랐다"고 극구 부인했다. 또 "시장이 언제 어떻게 피소 사실을 알았는지 모른다"고 말했다. 일부에서는 박 전 시장이 극단적 선택을 한 9일 오전 공관에서 면담한 고한석 전 비서실장이 유출 당사자일 수 있다고 했다. 그러나 고 전 실장은 15일 서울 성북경찰서에서 참고인 조사를 받은 후 "임 특보가 아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한 상태에서 공관에 갔느냐"는 취재진 질문에 "그렇다"고 답했다. 박 전 시장이 경찰이나 청와대, 당을 통해 피소 내용을 알게 됐을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있는 것이다. 민주당 송갑석 대변인은 15일 박 전 시장 성추행 피소 사실에 대해 "당대표와 원내대표 등을 망라하고 언론을 통해 보도되기 전에 전혀 인지하지 못했다"고 했다.
◇성(性) 비위인 줄은 몰랐다?
젠더특보 임명 1년 반 동안 피해 사실을 몰랐던 임 특보는 피소 당일 급하게 시장에게 보고했다. 단순히 항간에 떠도는 풍문이 아니라 긴박하게 돌아가는 문제라는 점을 알고 있었던 것으로 풀이된다. 임 특보는 시장 보고 당시 "성 관련된 사건인지는 몰랐다"고 했다. 그가 시장 보고를 한 것은 피해자가 경찰에 고소장을 접수하기 불과 1시간 30분 전이다. 피해자 A씨와 A씨를 대리하는 김재련 변호사는 8일 오후 4시 30분 서울 종로구 서울지방경찰청을 찾아 고소장을 접수했다. 김 변호사는 15일 "당일 오후 2시까지 고소 여부도 확정이 안 됐다"고 밝혔다. 고소 결정 불과 1시간 만에 알 수 없는 경로를 통해 임 특보에게 관련 동향이 흘러들어 갔다는 얘기가 된다.
시 관계자들은 업무 중인 시장을 찾아가 보고를 한 것은 심각성을 인지하고 있었다는 방증이라고 지적했다. 서울시의 한 고위 공무원은 "아무리 특보라 해도 사전 약속을 잡지 않고 시장을 찾아가 보고했다는 것은 사안이 중대하다는 것을 대략 알고 있었다는 뜻"이라며 "젠더특보라는 자리부터가 여성 관련 이슈를 전문적으로 조언하는 자리이기 때문에 성 비위라는 것을 알아채고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당시 임 특보는 시장에게 "실수하신 것 있으시냐"고 물었다고 밝혔다. 질문에서부터 성 비위 문제라는 인식을 보여준다. 이에 대해 임 특보는 "불미스러운 일이라고 들었기 때문에 추정은 했지만 확실하게 알지는 못했다"고 설명했다.
[이해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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