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실물경기 회복이 요원한 가운데 시중 유동성이 사상 최대로 불어났다.
한국은행은 올해 5월 평균 잔액 기준 광의통화(M2)가 전월 대비 35조원 늘었다고 15일 밝혔다. 5월 증가액 35조4000억원은 1986년 관련 통계가 작성된 이래 최대 규모다. 지난 4월 기록한 기존 최고 기록인 34조원 증가를 한 달 만에 경신했다.
5월 광의통화는 3054조원으로 집계됐는데 이 또한 역대 최고액을 매달 경신하고 있다. 지난해 5월과 비교해서는 275조원(9.9%) 늘었다. 1년 사이 시중에 풀린 돈이 이만큼 늘었다는 의미다. 넓은 의미의 통화량 지표인 M2에는 현금과 요구불예금, 수시입출금식 예금(이상 M1) 이외에 머니마켓펀드(MMF), 2년 미만 정기 예·적금, 수익증권, 양도성예금증서(CD), 환매조건부채권(RP) 등 단기 금융상품이 포함된다.
이 같은 시중 유동성 급증은 코로나19 때문이다. 코로나19로 인해 가계와 기업에 돈줄이 말라붙어 위기가 들이닥칠 수 있다는 우려를 차단하기 위해 한국은행을 비롯한 금융당국과 정부는 돈이 필요한 곳에 각종 대출과 보증을 폭발적으로 늘려왔다. 그 결과 금융위기보다 더 극심한 경제위기라는 코로나19를 맞은 기간 역대 가장 큰 규모로 시중에 돈이 풀리게 됐다. 월별 유동성 증가폭은 지난해 12월 15조원에 불과했으나 올 3월 28조원, 4월 34조원, 5월 35조원까지 급격히 커졌다.
특히 5월에는 경제 주체를 가리지 않고 전 부문에서 보유 유동성이 증가하는 모습을 보였다. 가계 및 비영리단체 유동성이 15조원, 기업 유동성도 15조원 늘었다. 증권사 등 기타 금융기관에서도 7조원 늘었으며 지자체를 포함하는 기타 부문에서도 3조원 늘었다. 위기가 깊어질수록 미래를 내다보기 어려워져 보유 현금을 늘리는 '현금이 왕' 현상이 이어졌다는 것이다.
시중에 풀린 돈이 3054조원에 달하면서 자산시장에서 '돈잔치'가 벌어졌다. 이 때문에 주식이나 부동산 등 자산시장에 거품이 끼는 것 아니냐는 우려마저 나온다.
증권투자협회에 따르면 투자자 예탁금은 4월 마지막 개장일인 29일에는 42조8000억원이었는데 5월 마지막 개장일인 29일에는 44조원으로 1조2000억여 원 늘었다. 이 때문에 시중 유동성 증가가 실물경기 회복으로 이어지지 못하고 자산시장에 '현금 폭우'로 쏟아진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유동성이 급증한 5월 코스피는 개장 첫날인 4일 1895.37로 시작했지만 5월 마지막 개장일인 29일에는 2029.60까지 상승했다. 국내 코로나19 확산세가 잠잠했다곤 하지만 한 달 사이 134.23포인트(7.1%) 상승해 2000선을 가볍게 넘어섰다. 지난달 SK바이오팜 상장 때 공모 청약에만 31조원이 몰려 역대 최대 기록을 달성한 것도 역대급 유동성 증가의 결과라는 해석이 많다.
지난 6·17 부동산 대책에도 잡히지 않아 7·10 대책까지 이어진 집값 폭등에도 유동성 급증이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이인호 한국경제학회장(서울대 교수)은 "시중에 풀린 돈이 3000조원을 넘어서고 기준금리도 0.5%까지 떨어져 시중 금리가 내려간 것은 부동산에 돈이 쏠리기 좋은 조건을 형성했다"고 말했다.
이 같은 유동성 증가는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올해 한국 성장률을 국제통화기금(IMF)이 -2.1%, 한은도 -0.2%로 전망하는 가운데 섣불리 기준금리를 올리고 유동성 회수에 나섰다가는 경기 회복을 저해하기 때문이다.
한은 고위 관계자는 "경제위기 극복을 위해 완화적 통화정책을 펼 계획이지만, 급증한 유동성으로 인해 자산시장에 버블이 생기지 않는지 걱정된다"고 말했다.
■ <용어 설명>
▷광의통화(M2) : 시중에 풀린 현금 유동성을 나타내는 지표다. 광의통화는 즉시 사용이 쉬운 현금, 요구불예금, 수시입출식 저축성 예금을 포함하는 협의통화보다 넓은 개념으로, 협의통화에 머니마켓펀드(MMF), 2년 미만 정기 예·적금, 수익증권(펀드), 양도성예금증서 등 시장형 상품, 2년 미만 금융채, 2년 미만 금전신탁, 수시입출식 금융상품(CMA) 등이 추가로 포함된다.
[송민근 기자 / 김형주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