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故) 박원순 서울시장(왼쪽)과 오거돈 전 부산시장/사진제공=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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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4월 치러질 서울시장·부산시장 재보선을 두고 일찌감치 여당의 셈법이 복잡해졌다. 오거돈 전 부산시장의 성추행 사건에 따른 사퇴 후 한때 책임을 통감하는 차원에서 '후보를 공천하지 말자'는 목소리가 존재했지만, 이번에는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까지 성추행 사건으로 낙마하면서 상황이 바뀌었기 때문이다.
이에 당 일각에선 '무공천' 대신 '여성공천'으로 소속 광역지자체장의 성추행 비위를 정면 돌파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15일 정치권에 따르면, 민주당 당헌 96조 재·보궐선거에 대한 특례는 '당 소속 선출직 공직자가 부정부패 사건 등 중대한 잘못으로 그 직위를 상실해 재·보궐선거를 실시하게 된 경우 해당 선거구에 후보자를 추천하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다.
오 전 시장과 박 전 시장의 낙마로 인해 발생한 보궐선거에 여당의 '무공천' 필요성이 제기되는 이유다. 실제로 지난 4월 오 전 시장의 사퇴 직후에는 여당 지도부에서도 무공천 목소리가 작지 않았다.
당 지도부인 남인순 최고위원은 같은 달 27일 KBS 라디오 인터뷰에서 "(성추행은) 당헌·당규상 중대 잘못에 들어간다"며 공천 포기를 주장했고, 사흘 뒤 박주민 최고위원도 MBC 라디오 인터뷰에서 "당헌·당규가 지켜지는 게 필요지 않을까 생각한다. 민주당이 후보를 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다만 공천을 주장하는 목소리도 존재했다. 여당 내 잠재적 대권주자 중 한 명으로 꼽히는 김두관 의원은 같은 달 29일 페이스북에 "원칙만 말하면 민주당은 부산시장 선거에 후보를 내야 한다"며 "잘못했으면 잘못한 대로, 잘했으면 잘한 대로 선거로 심판받는 것이 민주주의다"고 강조했다.
민주당의 모호한 태도는 당헌 관련 의견이 한 갈래로 모이지 않아서라는 분석도 나온다. 일각에서 '성추행이 부정부패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의견을 제기하거나, '성추행이 부정부패라 해도 당헌을 개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것. 실제로 민주당 홈페이지 등에는 보궐선거 공천을 둘러싼 찬반 게시글이 올라오고 있다.
더욱이 부산에 이어 서울까지 보궐선거 대상이 되면서 민주당의 고민은 더욱 깊어졌다. 무공천으로 지방권력 독보적 '1순위' 서울, 그리고 버금가는 위상의 부산까지 모두 잃을 경우 2022년 3월 차기 대선·지방선거로 이어지는 중장기 정치 이벤트에서 심대한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우려다. 서울과 부산·경남(PK)는 최근 여러 번의 대선에서 여야의 승패를 가르는 최대 격전지였기 때문이다.
이에 여당 내부에선 무공천 가능성은 사그라진 모양새다. 당권주자인 김부겸 전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부산만이면 모르겠지만, 서울까지 치러지는 선거다. 합치면 유권자 수 1000만이 넘는다"면서 "제가 당 대표가 되면, (중략) 당원들의 뜻이 공천이라면, 국민에게 깨끗하게 엎드려 사과드리고 양해를 구하겠다. 필요하면 당헌을 개정하겠다"며 사실상 공천 의지를 피력했다.
대안으로는 여성후보 공천이 부상했다. 권인숙 의원은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인터뷰에서 "서울시장과 부산시장, 다 여성 후보내는 것도 절충안으로 생각해 볼 수 있느냐'는 질문에 "네"라며 "그런 식의 고민이 많이 됐으면 좋겠다. 지도자에 여성이 많이 올라가는 것이 (남성 지도자들의) 자기 위력에 대한 이해하지 못하는 문제를 해결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변휘 기자 hynews@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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