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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9 (토)

이슈 물가와 GDP

억지로 맞춘 최저임금 `1.5%` 인상…성장·물가 낙관해 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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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년 최저임금 8720원 ◆

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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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임금위원회가 내년도 최저임금을 올해보다 1.5% 오른 8720원으로 결정한 근거로 올해 경제성장률(0.1%)과 물가상승률(0.4%), 근로자 생계비 개선분(1.0%)을 꼽았다. 그러나 하나씩 살펴보면 인상률을 먼저 정해놓고 인상에 유리한 근거를 짜깁기한 정황이 발견된다. 먼저 경제성장률은 유일하게 '플러스'를 전망한 우리 정부의 예측치를 가져다 썼다. 물가상승률은 한국은행의 예측치(0.3%)를 가져와 0.1%포인트 올렸다. 특히 노동계가 최저임금 인상 근거로 강하게 내세우는 생계비 개선분을 대폭 반영했다.

◆ 낙관론에 기초한 인상

가장 먼저 비판이 제기되는 부분은 올해 성장률 예측치 0.1%다. 이 예측치는 정부가 하반기 경제정책 방향을 발표할 때 내놓은 것이다. 그러나 한국 정부를 제외하곤 올해 플러스 성장을 기대하는 곳은 없다. 민간에서도 정부의 0.1% 예측에 대해 '최선을 다해보겠다'는 의지 표명 정도로 해석하지 곧이곧대로 받아들이는 이는 없다. 소비자 물가상승률은 한은 전망치(0.3%)보다 더 높은 0.4%를 전망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을 -2.1%로 예측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1.2%를 예측했는데, 이것도 코로나19 재확산이 없다는 걸 가정했을 때다. 만약 2차 확산이 벌어진다면 성장률은 -2.5%까지 곤두박질칠 것으로 전망했다. 보수적인 한은도 올 성장률을 -0.2%로 제시했다. 이렇게 최임위가 정부의 낙관론을 기저로 삼은 건 경영계의 삭감 주장을 차단하기 위한 포석으로 보인다. 삭감을 피하기 위해서는 어떻게든 성장률 전망치를 높여야 하기 때문이다. 경영계는 국내외 대다수 기관이 예측한 마이너스 성장을 근거로 최저임금 삭감 논의를 주장했다. 최임위의 경제성장률은 '끼워 맞추기' 성격이 강해 비난을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 생계비를 복지 아닌 최저임금으로

내년도 최저임금 인상에 가장 영향을 준 건 근로자 생계비 개선분 1.0%다. 그러나 최저임금이 저소득 계층의 실업을 양산해 생활 수준을 더 악화시킬 수 있고, 생계비 인상은 정부의 다른 수단(공적부조 확대를 통한 저소득층 기본생활 보장)으로 접근할 문제라는 비판이 나온다.

최현수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은 "소득주도성장이 최저임금 인상으로 방향을 잘못 잡았다"며 "시장에서 아무런 역할도 하지 않는 최저임금보다 수많은 복지급여의 기준선인 '기준중위소득 인상'이 정부가 당장 해야 할 일"이라고 말했다. 즉 생계비 부담을 정부가 적극적으로 져야지 최저임금으로 기업에만 떠넘기지 말라는 지적이다. 실제로 문재인정부가 출범한 2017년부터 올해까지 최저임금은 9.9% 상승했지만 기준중위소득(78개 복지 사업의 '기준선')은 2.38% 상승하는 데 그쳤다. 최저임금 인상이 기업 활동 위축으로 이어져 국가 전체의 성장잠재력이 약화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경영계는 "임금은 노동의 대가이기 때문에 지불 능력이 없음에도 사업주가 근로자 가족 생계까지 책임지는 것은 어렵다"며 "기업의 부담만 커지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최저임금을 올리면 실제로 혜택은 4~5분위에 있는 근로자가 더 보게 된다. 임금 체계가 기본급이 적고 수당이 많은 구조이기 때문이다.

◆ 400만 근로자 실업 위기

최임위는 내년도 최저임금안의 영향을 받는 근로자가 최소 93만명에서 최대 408만명에 달할 것으로 추정했다. 이는 현재 임금 수준이 시급 기준으로 8720원에 미달하는 근로자 수와 같다. 최임위는 내년도 최저임금 영향을 받는 근로자 비율인 '최저임금 영향률'은 최소 5.7%에서 최대 19.8%로 추정했다. 이는 고용형태별 근로실태조사와 경제활동인구 부가조사를 토대로 산출된 수치다. 문제는 현재까지 최저임금 인상이 경제 전반적으로 부작용만 양산하고, 취약계층의 생활을 개선하는 데는 실패했다는 점이다. 2018년 이후 1분위 근로소득은 작년 4분기를 제외하고 계속 감소했다. 최저임금 인상으로 임시·일용직을 다수 차지하는 1분위 계층이 노동시장에서 밀려난 영향이다. 이번 인상으로 인해 최대 400만여 명인 저임금 근로자의 고용 안정성은 더욱 악화할 것으로 보인다.

[김태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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