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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5 (수)

<오원춘 사건 1년…유족 "경찰 진심어린 사과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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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이 될 수 있는 신고전화 성의껏 응대해달라" 당부

YNA

지난해 4월 수원 20대 여성을 납치살해한 오원춘(자료사진)


(수원=연합뉴스) 최해민 기자 = "누나를 죽음으로 몰고 간 112전화는 생의 마지막 순간 가족의 목소리와 맞바꾼 가장 소중한 전화였습니다"

수원 오원춘 사건 피해여성의 남동생 A(26)씨는 1년이 지난 지금도 이 생각만 하면 가슴이 아려온다.

잊을래야 잊을 수 있을까마는 수도 없이 "생각을 말자"고 버텨온 1년이었다.

A씨는 "생애 가장 힘든 1년을 보냈다. 평생 직업이던 목수일을 놓으신 아버지와 웃음을 잃은 어머니를 추스르며 정상적인 생활을 하는 게 힘겨웠다"고 회고했다.

군대 제대 후 복학해 대학생활을 하고 있는 A씨는 현재 전북 군산 집에서 요양 중인 부모와 셋이 살고 있다.

장례를 치르고 가족을 돌보면서 막내가 가장 역할을 하느라 힘든 내색조차 하지 못한 A씨였다.

얼마 전 우연히 대구 지하철참사 당시 유족들이 사망자에게서 받은 마지막 문자메시지 내용을 기사로 읽었다는 A씨는 "유족들이 느꼈을 슬픔이 전해오는 것 같아 가슴이 먹먹했다"면서 "누나는 가족들에 그런 말조차 한마디 남기지 못하고 고통 속에 떠났다"고 가슴 아파했다.

그는 "가족이 아닌 경찰관과 마지막 통화를 한 건 살 수 있을거란 희망이 있었기 때문"이라며 "숨 질 때까지 경찰이 나타나지 않았을 때 누나가 느꼈을 공포와 배신감이 얼마나 컸을지 상상조차 할 수 없다"고 전했다.

현재 국가를 상대로 민사소송을 진행 중인 A씨는 소송을 통해 '경찰의 진심어린 사과'를 원한다고 말한다.

그는 "사건이 마무리되고 우리 가족들이 숨이라도 돌렸을 때 사건에 관계가 있는 경찰관들이 직접 찾아와 사과할 줄 알았다"며 "고위 경찰관의 의례적인 방문이 아니라, 누나의 마지막 전화를 그런 식으로 응대했던 담당 경찰관들의 진심어린 사과가 필요했다"고 말했다.

누나 사건을 겪으면서 사법체계가 너무 '피고인 중심'으로 쏠려 있다고 느낀 A씨는 쓴소리도 잊지 않았다.

그는 "피해자에겐 눈길 한번 안주면서 사람이길 포기한 피고인은 사형도 면해주고 평생 먹여 살리겠다는 사법부의 결정을 이해할 수 없었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이어 "다시는 이 땅에 이런 슬픈 사건이 일어나지 않아야 한다"며 "경찰은 그들이 받는 신고 전화가 상대방에겐 마지막일 수 있다는 책임감을 갖고 국민의 신뢰에 답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goal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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