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만수(사진) 산은금융지주 회장은 요즘 심기가 편치 않을 것이다. 임기가 아직 1년이나 남았지만 박근혜정부가 출범하면서 교체대상 영순위로 거론되는 탓이다. 그는 누구보다도 MB(이명박) 색채가 강한 인물이다. 소망교회에서 인연을 맺고 MB정권 첫 기획재정부 장관을 맡아 ‘엠비노믹스’(MB경제정책)를 설계하고 추진했다.
그런 그가 궁금해 지난 25일 오후 서울 여의도 산업은행 8층 집무실을 찾았다. 전망 좋은 집무실에서 노타이 셔츠 차림의 그는 편안해 보였다. 온화한 표정에서 불편한 기색은 찾을 수 없었다. 말도 무척이나 조심스러웠다. 거취문제를 비롯해 민감한 질문엔 “노코멘트”로 일관했다. 평소 직설적 화법을 구사하는 ‘강고집’(그의 별명)과는 확연히 다른 모습이었다. 그런 와중에도 박근혜정부의 ‘릴레이 인사실패’는 꽤 안타까웠던 모양이다. "박근혜 리더십 문제 아니겠느냐"고 하자 옛날엔 그게 통했지만…" 이라고 촌평했다.
“노코멘트” 답변에도 거취에 관한 질문을 멈추지 않자 그는 “그 얘긴 더 이상 하지 말자”고 쐐기를 박았다.
강 회장과 어윤대 KB금융, 이팔성 우리금융 회장 등 MB정권 낙하산 인사의 거취는 금융권 초미의 관심사다. 신제윤 금융위원장이 금융공기업 수장 인사 기준으로 “국정철학이 맞는지도 고려해 교체를 건의하겠다”고 밝히면서, 이들의 교체 가능성은 커진 상황이다. 그러나 강 회장이 스스로 물러날 것 같지는 않다. 주변에 “유임이나 교체 등 뚜렷한 지침을 주기 전에 먼저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는 것은 공직자의 자세가 아니다”는 뜻을 비쳐왔기 때문이다.
금융권 주변에선 “정권 교체와 함께 금융권 수장이 물갈이되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야 한다”는 얘기도 나오지만 강 회장의 경우 5년 전 스스로 던진 부메랑을 맞은 상황이다. MB정권 초인 2008년 4월 강만수 당시 기획재정부 장관은 공공기관장 일괄사표 방침과 관련해 “정무직은 정권의 철학과 운명을 같이하는 자리”라고 ‘강고집’답게 직설적으로 말했다. 신 위원장의 ‘국정철학 발언’과 같은 얘기다.
류순열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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