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규 가입자 수 7분의 1로 급감
7년간 돈 묶이고 적금 수준 금리
‘장마저축’처럼 소득공제 혜택 없어
재형저축이 출시 20일 만에 가입자가 급감하며 열기가 식고 있다. 26일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판매 첫날인 6일 29만 계좌가 넘었던 신규 가입계좌는 25일에는 3만7200계좌까지 감소했다. 출시된 지 3주도 안 돼 신규 가입자 수가 7분의 1로 줄어든 것이다. 은행 직원이 실적을 채우기 위해 가족·지인 명의로 만든 이른바 ‘자폭통장’ 등 허수를 제외하면 실질적인 판매실적은 더 적을 것으로 추정된다. 처음에는 재형저축 가입 대상자가 900만 명으로 추산됐음에도 이처럼 열기가 식은 것은 고객이 재형저축의 장단점을 제대로 따지게 됐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많다.
실제 은행은 4% 중후반대 이자를 내세우고 있지만 여기에는 신용카드 사용, 자동이체 실적, 월급통장 개설 등의 조건이 붙는다. A은행의 경우 월 50만원 이상의 급여이체, 월 20만원 이상의 카드 사용 실적 등을 충족해야 우대금리를 받는다. 이런 조건을 충족하지 못하면 우대금리를 받지 못해 재형저축은 정기적금보다 조금 나은 3%대 금융상품이 되고 만다.
더욱이 7년이라는 의무 가입기간을 채우지 않으면 이마저도 챙길 수 없다. 만일 급한 사정으로 중도해지한다면 금리는 1~2%대로 낮아져 일반적금보다 손해를 본다. 금융소비자원 조남희 대표는 “최근에는 비교적 높은 금리를 주는 서민형 정기적금이 적지 않게 등장하고 있는 추세”라며 “7년 동안 돈을 묶어 두느니 금리가 조금 낮더라도 만기가 짧은 적금에 가입하는 쪽을 선택하는 고객도 많다”고 설명했다.
소득공제 혜택이 없는 것도 영향이 크다. 과거 직장인의 필수 금융상품이었던 장기주택마련저축(장마저축)은 마찬가지로 7년 가입조건이 있었으나 매년 받는 소득공제 혜택 덕분에 끝까지 만기를 채우는 고객이 많았다. 또 일용직 근로자나 주부는 서민이면서도 근로소득세를 내지 않는다는 이유로 가입이 막혀 있어 불만의 목소리가 높다.
뜻하지 않은 계급갈등(?)도 부작용으로 꼽힌다. 최근 온라인에서는 “소개팅 자리에서 ‘재형저축에 들었다’고 말하면 100% 퇴짜 맞는다”는 글이 퍼질 정도다. 재형저축에 가입했다고 밝히면 연소득이 5000만원 이하라고 자백하는 셈이기 때문에 상대방에게 호감을 느끼게 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저런 논란에도 현재와 같은 저금리 환경에서는 그나마 괜찮은 상품이라는 게 재테크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예전처럼 돈을 굴려서 ‘대박’을 기대하기는 어려운 시대가 됐다”며 “그래도 재형저축은 상대적으로 높은 금리에 비과세 혜택까지 더해져 매력이 있다”고 말했다.
손해용 기자
손해용 기자 hysoh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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