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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8 (일)

[사설] 진상규명의 시간 맞은 박원순 시장의 ‘성추행 의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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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김재련 법무법인 온세상 대표 변호사(맨 오른쪽)가 13일 오후 서울 은평구 녹번동 한국여성의전화에서 열린 ‘서울시장에 의한 위력 성추행 사건 기자회견’에서 경과 보고를 하고 있다.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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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박원순 서울시장의 ‘성추행 의혹’과 관련해 피해 호소인의 변호인과 여성단체들이 13일 기자회견을 열어 “전형적인 권력형 성추행”이라며 진상규명을 촉구했다. 피해 호소인도 회견에서 대독된 글을 통해 “거대한 권력 앞에서 힘없고 약한 저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 공정하고 평등한 법의 보호를 받고 싶었다. 법치국가, 대한민국에서 법의 심판을 받고, 인간적인 사과를 받고 싶었다”고 심경을 밝혔다.

성폭력 피해를 객관적으로 밝히는 것은 피해자의 인권 및 일상 회복과 재발 방지책 마련을 위해 불가결한 일이다. 지금처럼 사건의 실체에 대한 추측과 왜곡된 정보가 난무하는 상황에서는 더욱 그렇다. 박 시장의 공과를 정확히 짚고, 성평등과 약자 보호라는 생전의 뜻을 잇는 차원에서도 불가피한 과정이다.

가해자로 지목된 박 시장의 부재 상태에서 형사절차를 통한 진실 규명은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피해 호소인 쪽은 “현재 경찰에서는 고소인 조사와 일부 참고인 조사를 통해 사건의 실체를 파악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사건에 대한 입장을 밝혀달라고 요구했다. 법 규정에 따라 ‘공소권 없음’ 처리를 해야 하는 사건이어서 경찰이 별도의 입장을 밝히는 게 쉽지는 않아 보인다.

그러나 실체적 진실을 최대한 확인할 방법은 찾을 수 있다. 피해 호소인 쪽의 제안대로 서울시가 조사단을 구성해 진상을 밝히는 것도 한 방법이다. 동료 공무원들에게 피해 사실을 알리거나 부서 변동을 요청하기도 했다고 하니 객관적 사실 확인의 통로가 될 수 있다. 정부나 국회가 적절한 방식으로 진상 조사에 나설 수도 있다. 직권조사 권한이 있는 국가인권위원회가 그 역할을 할 수도 있다고 본다. 객관성과 신뢰를 확보할 수 있는 조사 주체를 선정하는 게 중요하다.

피해 호소인이 고소에 앞서 서울시 관계자들에게 도움을 요청했지만 묵인·방치됐다는 주장도 조사가 필요한 대목이다. 지방자치단체장들을 상대로 ‘미투’ 폭로가 잇따르는 현실은 지자체에 권력 남용 감시, 성폭력 예방 등을 위한 구조적 정비가 필요함을 말해준다. 고소 당일 수사 상황이 부적절한 경로로 서울시 쪽에 전달됐는지도 확인이 필요하다.

피해 호소인은 지난 8일 박 시장을 고소한 직후부터 경찰의 신변보호 조처를 받고 있다고 한다. 변호인은 온·오프라인상의 2차 가해에 대해 이날 경찰에 고소했다고 밝혔다. 성폭력 피해를 호소하는 이에게 정신적·육체적 위해를 가하는 것은 용납할 수 없는 범죄다. 엄단이 뒤따라야 할 것이다. 다만 진상을 밝히는 과정에서 박 시장과 유족의 명예가 부당하게 훼손되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

박 시장의 장례가 마무리됐고 피해 호소인 쪽의 요구도 공식화하면서 이제 진실 규명의 시간이 왔다. 애도와 비난의 격한 감정을 추스르고 냉철하게 진실과 대면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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