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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8 (일)

[사설] ‘혐한’ 퍼뜨리는 일본 기업들, 부끄러운 줄 알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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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일본 우익단체인 재특회가 2014년 도쿄에서 혐한 시위를 벌이자, 시민들이 혐한에 반대하는 항의 시위를 하고 있다. 도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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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부동산 대기업인 후지주택이 폭력적인 ‘혐한’ 주장을 담은 문서를 직원 교육 명목으로 장기간 배포한 데 대해 일본 법원이 정신적 피해를 본 재일 한국인 3세 직원에게 110만엔(약 1200만원)을 배상하라고 지난 2일 판결했다. 오사카지방재판소의 판결문을 보면, 후지주택은 한국인을 ‘거짓말쟁이’ ‘역사를 날조하는 민족’ 따위로 모욕하거나 “위안부들이 사치스러울 정도의 생활을 했다”며 역사를 왜곡하고, 심지어 “자이니치(재일 한국·조선인) 죽어라” 같은 막말을 담은 문서를 2년 반 동안 직원들에게 배포하고 감상문까지 써내게 한 상황이 상세히 기록돼 있다. 그런데도 후지주택 경영진은 사과는커녕 “사상의 자유” 운운하며 항소를 하겠다고 하니, 부끄러움을 모르는 행태에 개탄을 금할 수 없다.

지난해 일본의 수출규제로 한-일 갈등이 악화되자, 일본 화장품 회사 디에이치시(DHC)가 운영하는 인터넷 방송은 “일본인이 한글을 통일시켜 지금의 한글이 됐다”는 망언을 하는 등 혐한 방송을 잇따라 내보냈다. 유명 호텔 체인인 아파(APA)호텔도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와 ‘난징 대학살’을 부정하는 서적들을 비치해 파문을 일으켰다. 극우단체들의 퇴행적 행태가 일본 사회에서 확산되고 있는 게 아닌지 우려된다. 한국 대법원의 강제동원 배상 판결 이후 한국을 ‘거짓말하는 국가’로 몰아가면서 혐한을 부추기는 아베 정부의 책임이 크다. 아베 정부는 혐한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행태를 당장 멈춰야 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한국과 일본의 시민들이 함께 식민 지배와 침략 전쟁 반성을 거부하며 혐한으로 진실을 가리려는 양국의 극우 세력들에 단호하게 맞서는 일이다. 후지주택의 혐한 행태가 세상에 드러난 것도 재일 한국인 3세 여성 직원이 5년 동안 벌인 끈질긴 법정 투쟁 덕분이다. “자식에게 증오와 편견에 굴복해 침묵하는 미래를 남기고 싶지 않았다”는 그의 말에서 희망을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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