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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7 (화)

예멘 '원유 시한폭탄' 해결되나…후티반군, 유엔에 접근 허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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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유저장설비 '세이퍼'호 원유 유출시 예멘 어부 12만6000명 피해

뉴시스

[서울=뉴시스]예멘 후티반군이 장악 중인 노후 부유식 원유 저장설비(FSO) '세이퍼(Safely)'호. 사진은 영국 외무부 트위터 갈무리. 2020.0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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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이재우 기자 = 예멘 후티반군이 예멘 앞바다에 방치된 노후 부유식 원유 저장설비(FSO) '세이퍼(Safely)'호에 유엔 조사단이 접근하는 것을 동의했다고 AFP통신, 아랍뉴스, 알자지라 등이 1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 문제에 정통한 복수의 유엔 소식통은 12일 "예멘 후티반군이 유엔 조사 및 수리팀의 세이퍼호 접근에 공식 동의했다"고 밝혔다. 스테판 두자릭 유엔 대변인도 지난 10일 유엔 조사단이 세이퍼호에 간단한 수리를 한 뒤 다음 단계를 결정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은 바 있다.

세이퍼호는 선령이 45년이나 된 노후 설비다. 예멘 국영석유회사가 지난 1988년 도입해 핵심 물류 거점이자 항구도시인 호데이라 라스이사항 앞 7㎞ 해안에 계류해 두고 원유 창고로 활용해왔지만 2015년 3월 후티반군의 손에 넘어갔다.

후티반군은 세이퍼호에 남아있는 114만배럴 규모 원유(약 4000만달러·480억원)를 자금화하려고 시도해왔지만 유엔이 인정한 예멘 합법정부와 국제사회의 제지로 목적을 달성하지 못하고 있다. 후티반군은 원유 대금을 조직원의 급여에 쓰려고 하는 반면 예멘 정부는 보건과 인도주의 사업에 쓰여야 한다는 입장이다.

후티반군은 지난 5년간 예멘 정부 등에 책임을 전가하면서 세이퍼호에 필수적인 유지보수 작업을 하지 않고 이를 위해 국제 전문가들이 세이퍼호에 탑승하는 것도 막아왔다. 저장탱크 부식 방지와 탱크내 인화성 가스 제거 등 유지작업이 5년째 이뤄지지 않고 있다.

세이퍼호를 추적하는 해상 컨설팅업체 IR컨실리움에 따르면 지난 5월에는 냉각관이 파열돼 기관실에 누수가 생기는 위험한 상황이 발생했다.

후티반군은 국제사회의 비난이 고조되자 지난 주 잠수부를 투입해 선박 침몰을 가까스로 막았다. 하지만 예멘 정부와 후원자인 사우디아라비아의 봉쇄 조치로 필요한 장비를 반입하지 못하고 있다면서 환경 재난을 협상 카드로 이용하려는 자세를 유지하고 있다.

예멘 내전에 개입 중인 사우디 주도 연합군은 후티반군 장악 지역을 대상으로 육해상 봉쇄 조치를 단행하고 있다. 사우디 주도 연합군은 현재까지 후티반군 장악 지역으로 향하는 선박 22척, 석유 파생물 53만6000t를 압류했다.

예멘 정부와 국제사회는 세이퍼호 상태가 악화되면서 원유 유출 또는 폭발 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예멘에 본부를 둔 환경 단체(Holm Akhdar)는 세이퍼호에서 원유가 유출될 경우 예멘 어부 12만6000명이 생계를 잃고 인근 어류 85만t이 폐사할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놨다. 예멘 앞바다는 물론 아라비아해까지 해류의 흐름에 따라 피해를 볼 수 있다고도 했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은 최근 유조선에 균열이 생길 경우 인근 해역을 황폐화시키고 주요 해상로를 교란시킬 수 있다면서 후티반군에 '시한폭탄이 터지기 전에 접근을 허가해야 한다'고 요구한 바 있다. 호데이라는 예멘 물동량의 90%가 오가는 핵심 물류 거점이다.

옛 식민 종주국인 영국도 지난 9일 세이퍼호에 대한 유지보수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대규모 환경 재난이 발생할 수 있다면서 유엔 조사단의 탑승을 허용할 것을 촉구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오는 15일 긴급회의를 열어 환경 재난을 초래할 수 있는 세이퍼호 기관실 누수 문제를 논의할 계획이다.

유엔은 앞서 지난해 6월 안보리에 세이퍼호에서 사고가 발생할 경우 1989년 미국 알래스카에서 발생한 엑슨 발데즈호 원유 유출사고 보다 피해가 더 클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당시 24만배럴의 원유가 유출됐다. 유엔은 당시 국제 주요 원유 수송로인 호르무즈해협도 유출 피해를 입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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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AP/뉴시스]예멘 호데이라 라스이사항에 계류 중인 노후 부유식 원유 저장설비(FSO) '세이퍼(Safely)'호 위성사진. 사진은 미국 인공위성 사진업체 막사르 테크놀로지가 지난달 17일 공개한 것이다. 2020.0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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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언론 뉴시스 ironn108@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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