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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1 (수)

[팀장칼럼] 여당 의원들도 답답한 文정부의 부동산 정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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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비즈



"서울 근교에 골프장 부지를 활용하는 건 어떻겠습니까."

정부의 7⋅10 부동산 대책 발표 전날인 지난 9일 더불어민주당 의원총회에서 부동산 시장 안정화 대책 중 하나로 이런 의견이 나왔다고 한다. 부동산 가격을 잡으려면 다주택자 부담을 늘리는 규제 뿐만 아니라 실거주자 수요를 충족시킬 공급 대책도 필요하니, 골프장에 아파트를 짓도록 허가하자는 것이다. 골프장은 주변에 기반시설도 어느 정도 갖춰져 있으니 개발 비용도 크지 않을 것이란 설명도 있었다.

이날 의총에서는 이런 주택 공급 아이디어 뿐만 아니라 당 지도부의 정책 결정 방식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있었다고 한다. 20대 국회에서 기획재정위원회를 했던 한 재선 의원은 "좀 더 폭넓게 의견을 구하라"고 주문했다. 당 지도부가 관료들 이야기만 듣고 부동산 정책을 만들다보니,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당·정·청 협의회에 대한 당내 불만은 하루 이틀의 일이 아니다. 한 초선 의원은 "정책을 만들 때 다양한 경험을 가진 여당 의원들에게라도 의견을 구하는 게 낫지 않았겠나 싶다"라고도 했다.

이 얘기를 들으니 민주당 친노(親盧) 친문(親文)의 폐쇄성은 여전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온 국민이 나서서 현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걱정하는데, 여당내 의견조차 청취하지 않고, 정부와 당 지도부끼리 모여서 정책을 결정했다는 것이다. 이 날 당 지도부는 의총이 끝나자마자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김현미 국토교통부장관 등이 기다리는 고위 당·정·청 협의 장소로 향했다. 그리고 문재인 정부 22번째 부동산 대책이 나왔다. 대책은 ‘세금 인상’ 카드를 통한 부동산 거래 억제책이 주로 담겼다. 문 대통령의 "발굴해서라도 공급물량을 늘리라"는 주문은 반영되지 않았다.

서울 근교 골프장 부지에 건축 허가를 풀자는 얘기가 아니다. 부동산 시장을 대하는 현 정부의 태도를 지적하는 것이다. 현 정부는 부동산 대책 발표 전에 전문가 의견을 듣고 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파악하려는 노력이 부족하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현 정부는 서울 강남 투기 세력을 집값 상승의 주범으로 지목하고 부동산 대책을 21번 쏟아냈다. 하지만 그 결과, 강남 집값은 잡지 못한 채 서울 강북과 수도권 아파트 값만 올려놨다. KB 주택가격동향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값은 현 정부들어 52% 폭등했다.

우리나라 부동산 시장은 집값 자체가 비싼 것이 아니라 가격 변동에 따른 민감도가 높다고 한다. 면적이 규격화된 아파트를 중심으로 시세가 형성되고, 그 가격으로 거래가 되니 정책은 물론 다양한 요인에 따라 가격이 출렁인다. 이런 시장을 상대하는 정부라면 적어도 '정책이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어떨까'를 고민하고 예측하고 눈치도 살폈어야 한다.

그런데 김태년 원내대표는 최근 당정협의에서 "두 번째 집 이상 갖는 것을 고통으로 느끼게 해야 한다"고 강력한 규제책을 주문했다고 한다. 그 말을 듣고 아연실색했다. 집권 여당의 원내대표가 '국민에게 고통을 주겠다'고 했다. 미친 듯 날뛰는 부동산 가격을 잡는 것이 어려운 것은 맞다. 그렇다고 집 가진 사람 전부를 적으로 돌려 비난의 화살을 돌리려 해서야 되겠나. 민주당은 집을 가진 사람을 죄인 취급하지 말아야 한다. 집을 가진 것은 죄가 아니다. 진짜 죄인은 시장이 어떻게 반응할 지 고려하지 않고 대책만 쏟아낸 현 정부와 집권 여당일 지 모른다.

김명지 정치팀장(maeng@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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