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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30 (화)

[기자수첩] 관광·하늘길 열리는 한·중, K방역 다시 시험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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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비즈



"침체된 경제만 보면 중국인 관광객이 오는 게 좋겠지만, 코로나 사태가 끝나지 않은 상황을 생각하면 시기상조라는 생각이 들죠."

최근 한국관광공사가 중국 최대 온라인여행사(OTA) 씨트립과 손잡고 한국 여행상품 판매에 나선 데 대해 한 특급호텔 관계자가 한 말이다. 한국관광공사는 지난 1일 트립닷컴의 중국 브랜드 ‘씨트립’과 공동으로 ‘슈퍼 보스 라이브쇼’ 통한 방한 관광상품 판촉을 진행했다. 트립닷컴의 공동 창업자 제임스 량(梁建章) 회장이 방송에 출연해 국내 유명호텔과 에버랜드·남이섬·각지 스키장 등 여행상품 60여 개를 소개하고 중국 메신저 ‘위챗’과 씨트립을 통해 방한 여행 상품을 판매했다.

방송 당일 실시간 시청자 수만 199만명에 달했고, 일부 상품은 매진됐다. 누적 시청자 수는 200만명을 넘었다. 이번에 판매한 상품은 코로나 19 사태 장기화를 고려해 사용 기한을 올해 12월(스키 상품은 내년 2월)까지로 지정하고, 여행이 어려울 경우 환불이 가능하다.

이어 국토교통부는 지난 12일 코로나 19 확산 이후 운항이 중단된 인천~난징, 인천~광저우, 제주~시안 등 한국과 중국 간 국제항공 노선이 일부 재개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양국 항공 당국 간 협의를 거쳐 현재 주당 10회 운항 중인 양국 항공 노선을 주 20회까지 확대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지난 3월 중국의 외항사 운항 제한 조치 등으로 중단했던 항공 노선 가운데 국내 항공사가 운항하는 한·중 노선은 3개에서 10개로 늘어나게 된다. 아울러 국토부는 또 다른 3개 노선에 대해서도 중국 당국과 추가 운항 협상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과의 교류 재개는 국내 관련 산업의 회복을 위해 필요한 수순이다. 2017년 중국 정부가 실시한 한한령(한류 제한령·限韓令)에 코로나 19 사태까지 겹치면서 면세·화장품 등 중국 소비 관련 업계를 비롯해 숙박·여행업종이 큰 타격을 받았다. 실제로 한국 관광상품이 중국 전역에서 공식 판매된 건 한한령 실시 이후 처음이었다.

그러나 현시점에서 중국과의 교류 재개를 논하는 것이 옳은지는 의문이다. 국민들은 ‘방역 구멍’을 우려하고 있다. 실제로 온라인상에서는 중국인의 방한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이 중국 후베이성 우한에서 시작된 데다가 최근 전 세계적인 코로나 재확산 추세와 맞물려 국내로의 해외 유입 환자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세계보건기구(WHO)가 12일(현지 시각) 발표한 일일 상황 보고서에 따르면, 이날 하루 동안 전 세계에서 코로나 19에 감염된 신규 확진자는 23만370명으로 집계됐다. 가장 많은 하루 확진자 수로 기록됐던 지난 10일의 22만8000여명을 훌쩍 넘어선 것이다. 13일 0시 기준 현재 코로나 19 국내 신규 확진자 전날 대비 62명 증가했다. 이 중 해외 유입 확진자는 43명이다. 해외 유입 신규 확진자는 지난달 26일 이후 17일째 두 자릿수를 이어오고 있다. 심지어 최근 중국 본토에서는 또 다른 유행성 질병인 돼지독감과 흑사병까지 발생한 상태여서 국민의 불안감은 더 높아지고 있다.

관련 업계에서도 이번 교류 재개에 대한 우려가 나온다. 한 여행업계 관계자는 "양국 교류가 재개되면 당장은 도움이 될 수 있을지 몰라도 코로나 19 사태가 지금보다 더 악화하면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며 "휴가철을 앞두고 그나마 살아난 국내 여행 심리마저 다시 얼어붙는다면 이젠 정말 버티기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이번 중국과의 교류 재개로 대한민국의 방역은 다시 시험대에 오를 전망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중국과의 항공 운항 재개와 관련해 "공항·항공기 소독과 탑승객·항공종사자에 대한 감염 예방조치 등 방역 관리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정부는 책임과 최선을 다해 국민이 우려하는 최악의 사태를 막는 데 주력해야 한다. 모든 국민이 이를 주시할 것이다.

이선목 기자(letswin@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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