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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8 (일)

안산 유치원 집단 발병 ‘햄버거병’ 덜 익힌 소고기 위험…심하면 신장 투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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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경이코노미

경기 안산시 소재 A유치원에서 용혈성요독증후군, 이른바 ‘햄버거병’ 집단 감염이 발생해 보건당국이 역학조사에 나섰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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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경기 안산 한 사립유치원에서 ‘용혈성요독증후군(HUS)’, 이른바 ‘햄버거병’이 집단으로 발병해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HUS는 ‘장출혈성 대장균’ 감염에 따른 합병증이다. 1982년 미국 오리건주 햄버거 가게에서 덜 익힌 쇠고기 햄버거를 먹은 어린이 수십 명이 집단 감염돼 햄버거병으로 불린다. HUS는 장출혈성 대장균에 오염된 음식을 섭취하면 발병하는 식중독의 일종이다. 신장(콩팥) 기능이 손상돼 불순물을 제대로 거르지 못하고 독소가 쌓이면서 발생한다. 주로 덜 익힌 고기, 살균되지 않은 유제품과 오염된 야채 등을 먹었을 때 문제가 생긴다. 조현 순천향대서울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독소를 내뿜는 대장균이 장을 통해 혈액으로 들어가 신장 여과 기능을 손상시키면서 발생하는 질환이다. 독소가 적혈구를 파괴하면서 생기는 미세한 혈전(피떡)이 신장 내 모세혈관을 막아 문제를 일으킨다”고 설명했다.

처음에는 발열과 구토, 복통, 설사 같은 일반적인 장염 증상이 발생한다. 이후 설사에 피가 섞여 나오고 소변량이 비정상적으로 줄어든다. 신장 기능 악화에 따라 신부전증이 나타나기도 한다. 최근 안산 유치원에서 HUS에 걸린 몇몇 유치원생은 신장 투석 치료를 받고 있을 정도로 신장에 큰 손상을 입었다. 조현 교수는 “혈변이 나타나고 2~3일 후 갑자기 신장 기능이 악화되면서 신부전증으로 진행된다. 적혈구가 파괴돼 생기는 ‘용혈성 빈혈’을 비롯해 급성신부전, 혈소판 감소증이 나타난다. 환자는 몸이 붓고 피부에 멍이 나타나며 극심한 피로감 등을 호소한다”고 말했다.

일반적인 장출혈성 대장균 감염은 1~2주 정도 지나면 후유증 없이 회복된다. 하지만 HUS로 진행되면 상황이 다르다. 대부분 환자에게서 신부전증이 발생하기 때문에 전해질과 산·염기 이상을 교정하고 혈압관리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신장 손상이 심각한 경우에는 투석이 불가피하다.

햄버거병이라 불리지만, 햄버거나 고기뿐 아니라 오염된 칼과 도마로 조리한 야채나 과일도 위험할 수 있다. 2011년 독일에서는 장출혈성 대장균에 오염된 채소가 원인이 돼 대규모 감염이 발생, 3816명의 장염 환자 중 845명(22%)이 HUS로 진행해 54명이 숨졌다. 하일수 서울대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대장균 감염에 취약한 10세 미만 어린이가 있는 가정에서는 무엇보다 음식 보관과 조리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급성 신장 손상 어린이는 회복되더라도 수년 이상 장기적으로 소아 신장 전문의의 진료를 받는 것이 안전하다”고 당부했다.

무엇보다 예방이 중요하다. 투석을 할 정도로 심하게 신장이 손상되면 회복하더라도 만성 신장질환을 앓게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예방법은 일반적인 식중독 예방수칙과 같다. 화장실에 다녀온 후 손을 잘 씻는 등 위생관리에 철저할 필요가 있다. 고기는 다른 재료와 분리 보관하고 70℃ 이상 온도에서 2분 이상 가열해 섭취해야 한다. 주방 조리도구, 특히 도마의 청결이 중요하다.

[나건웅 기자 wasabi@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066호 (2020.07.08~07.14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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