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10 대책'에 임대차 3법까지
집주인들 전세 대신 월세로
월세에서 자가는 갈수록 추락
대책으로 무너지는 주거 사다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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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아파트 전세 계약 만료를 한 달여 앞둔 A 씨. 그에게 최근 집주인은 전셋값을 전과 똑같이 유지하는 대신 월세 조로 매달 20여 만원을 달라고 요구했다. A 씨 입장에서는 차라리 전세자금대출을 추가로 받아 전셋값을 더 주는 편이 비용이 적지만 집주인이 완강하게 요구해 들어줄 수밖에 없었다. 그는 “예전에는 임대인들이 전세를 선호해 전세를 살았는 데 앞으로는 월세 살이 인생이 됐다”고 말했다.
정부와 거대 여당이 세입자를 보호하겠다며 전·월세 신고제와 상한제 그리고 계약갱신청구권으로 구성된 ‘임대차 3법’을 밀어붙이면서 전셋집을 월세로 전환하는 사례가 계속해서 나타나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최근 7·10 대책에서 보유세 부담을 늘리고 임대사업자를 옥죄면서 이 같은 현상이 가속화될 전망이다. 다주택자를 옥죄는 정부의 집값 정책이 ‘월세 살이’를 권하고 있는 것이다.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당정이 임대차 3법 소급적용과 보유세 대폭 인상을 강행하면서 임대인들이 전셋집을 월세로 전환하는 움직임이 거세지고 있다. ‘갭 투자자’ 중에서도 전세보증금을 낮추더라도 월세로 전환하는 움직이는 모습이다. 이처럼 전세가 아닌 월세로 전환하는 이유는 전·월세 상한제가 시행될 시 월세로 운용하는 편이 집주인에 보다 유리하기 때문이다. 아울러 늘어난 보유세 부담을 월세로 충당할 수 있다는 점도 작용하고 있다. 앞서 지난해에도 종부세 강화에 강남 대치동 등 고가 아파트 지역을 중심으로 기존 전세계약을 일정 월세를 낀 반전세로 전환했다.
문제는 전세의 월세화가 진행되면서 서민 주거는 더욱 불안해질 것으로 우려된다는 점이다. 전세로 거주할 경우 월세 대비 주거비가 적다는 장점이 있다. 한국감정원 기준 지난 6월 전·월세 전환율은 서울이 4.0%, 인천·경기가 각각 4.7%, 4.5%를 기록했다. 전세자금대출금리가 평균적으로 2%대, 정책 지원을 받는 경우 1%대인 점을 고려하면 전세 대출을 받는 것이 월세 주거비용에 비해 절반 이상으로 크게 줄어든다는 점을 알 수 있다. 반대로 월세로 전환될 시 임차인의 주거비 부담은 더 커지게 된다. 정부 또한 서민 주거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저금리로 전세보증금을 빌려주는 등 전세 제도를 장려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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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 전세의 월세화가 가속되면 서민이 셋집에서 자가로 넘어가는 이른바 ‘주거 사다리’의 과정도 어려워질 수 있다. 국토부 주거실태조사를 보면 수도권에서 월세→자가로 이동하는 경우는 지난해 6.8%로 극히 드물었다. 여기에 2018년(8.5%)과 비교해도 감소 추세를 보인다. 반면 전세에서 자가로 이동하는 경우는 52.7%로 절반이 넘었다. 앞서 전세에 거주하는 경우 전세보증금이 내 집 마련의 레버리지 역할을 해주지만 월세의 경우 보증금이 적기 때문이다. 아파트값이 지속적으로 상승하는 가운데 앞으로 월세에서 자가로 이동하는 사례는 더더욱 줄어들 것으로 예측된다.
이창무 한양대학교 도시공학과 교수는 “주택 시장에서 다주택자의 기능은 전체 주택의 3분의 1에 달하는 임대주택을 공급하는 역할”이라며 “다주택자들이 현금흐름을 위해 전세에서 월세로 전환하는 움직임이 가속화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권혁준기자 awlkwo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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