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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朝鮮칼럼 The Column] 우리 경제, 앞이 안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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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김대기 단국대 초빙교수·前 청와대 정책실장


요즘 경제를 보면 먹구름이 잔뜩 끼어있는 모습이다. 아무리 보아도 앞이 안 보인다. 코로나가 종식되면 나아질까? 불행히도 그럴 가능성은 없을 것 같다. 그때부터는 코로나 때문에 감추어진 구조적인 문제들이 본색을 드러낼 것이기 때문이다.

먼저 세계 환경을 보자. 자유무역 시대가 저물면서 세계가 자국 우선주의로 급선회하고 있다. 코로나로 인해 위축된 경제가 조기에 회복될 가능성은 갈수록 사라지고 있고, 오히려 폭증한 빚들이 세계경제를 한동안 어지럽힐 전망이다. 전통 제조업은 시들고 신산업이 우후죽순처럼 성장하고 있다. 미·중 간 갈등은 갈수록 격화하고 있다. 세계 변화 하나하나가 전통 제조업 위주의 수출로 먹고사는 우리에게 불리하게 전개되고 있다.

시선을 국내로 돌리면 사정은 더욱 암울하다. 그동안 수없이 경고했던 인구 절벽이 작년부터 본격화하였다. 앞으로 생산가능인구가 매년 20~40만명씩 줄어드는데 경제가 예전처럼 굴러갈 리 없다. 지금 우리 상황과 비슷했던 일본의 잃어버린 세월 기간 경제 실적을 보면, 10년간 집값은 반 토막 났고, 20년간 GDP는 제자리에 머물렀으며, 세수는 40%가 줄고, 주식 가격은 4분의 1이 되었다. 우리는 과연 피해갈 수 있을까.

근자에 급증하는 빚도 문제이다. 지난달 국제결제은행은 한국 민간 부채가 너무 빠른 속도로 늘어난다고 경고까지 했다. 이미 가계 부채가 경고 수위를 넘었고, 코로나로 인한 기업과 자영업자 대출은 앞으로 얼마나 더 늘어날지 가늠조차 안 된다. 여기에 청년들은 빚내서 부동산과 주식 투기에 뛰어들고 있고, 정부는 빚내서 국민에게 돈을 뿌리고 있다. 사회 전체가 빚에 물들고 있다.

과다한 빚은 내수에 악영향을 미치는 것은 차치하더라도 거품이 꺼질 때 참담한 후폭풍을 초래할 수 있다. 집값의 경우 지금 미친 듯 오르고 있지만 2025년까지 주택 주 구매 연령인 30~50대 인구가 100만명이 줄어드는 상황에서 유동성의 힘만으로 언제까지 올라갈 수 없다. 수없이 반복된 진실이지만 탐욕과 두려움, 그리고 저금리의 유혹 앞에서 또 망각한다. 찰스 매케이는 그의 저서 '대중의 미망과 광기(1841)'에서 "인간은 무리지어 생각하는 동물이다. 미칠 때에는 집단으로 미쳤다가 제정신으로 올 때는 한 사람씩 천천히 온다"라고 했다. 정책이 하루빨리 신뢰를 되찾아 국민의 불안 심리를 잠재워야 한다.

상업용 건물 공급 과잉도 심각하다. 한국감정원이 발표한 올 1분기 전국 공실률은 11.7%로 통계 작성 이후 최고 수준이다. 그럼에도 사무용 빌딩은 계속 올라가고 있다. 특히 기존 잠실 롯데타워(123층)에다가 여의도 파크원(총 122층), 현대차 글로벌비즈니스센터(105층), 사학연금 회관(42층) 같은 초고층 빌딩이 줄줄이 들어서는데 앞으로 누가 채우나. 참고로 2025년까지 생산가능인구는 170만명이 감소한다.

역사적으로 대부분의 경제 위기는 빚에서 왔다. 특히 유동성이 특정 부문에 쏠릴 때는 어김없이 찾아왔다. 금감원은 이런 쏠림 현상 막는 데 주력해야 한다. 과거 외환 위기나 저축은행 사태 등을 잊어서는 안 된다. 공정과 정의를 부르짖는 정치권도 성실히 일하는 것보다 동학 개미를 선호하는 청년들의 박탈감에 대해 반성할 필요가 있다.

지금 당면한 수출 환경 변화, 인구 절벽, 부채 위기는 과거에 겪어보지 못한 것이다. 하나만 찾아와도 타격이 큰데 세 개가 한꺼번에 오니 앞이 보이지 않는다. 그런데 더 큰 문제는 이들이 코로나에 가려 제대로 인식되고 있지 않다는 점이다. 그러다 보니 여권은 반기업 정책을 더 강화하고 있고, 노동계는 최저임금을 25%나 요구하는 등 위기의식이 전혀 없다.

지금처럼 가면 경제는 회복 불능이다. 당장의 어려움은 재정으로 때울 수 있지만 지속 가능하지 않다. 정부 부채가 GDP 50%를 넘어갈 내년 이후에는 국제금융시장의 태도도 바뀔 것이다. 빚투성이 나라에 누가 돈을 빌려주겠나.

지금 상황에서 유일한 해법은 성장이다. 새로운 산업에 대한 규제를 없애고, 기업 투자 마인드를 살려 경제를 활성화해야 한다. 그래야 일자리도 만들고 빚도 갚을 수 있다. 또 자금 흐름이 정상화하여 부동산 투기도 잡을 수 있다. 지금처럼 ‘공정’ 프레임에만 잡혀있다가는 정말 겪어보지 못한 위기가 올 수 있다. 노동계도 자제해야 한다. 더 이상 운동장이 기울면 노동자 역시 자빠지게 된다. 대변혁기에는 어떤 일이든 일어날 수 있다. 이제는 위기가 와도 도와줄 우방국도 없다. 우리 스스로 정신 차려야 한다.

[김대기 단국대 초빙교수·前 청와대 정책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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