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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3 (월)

[시가 있는 월요일] 할아버지와 수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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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할아버지가 대인시장에서 수박을
고르신다
가운뎃손가락으로 수박을 툭툭 두드려 보고
"잘 익었다" 하시고

노점상 널조각 곁에 바짝 쪼그려
앉은
내 머리를 툭툭 두드려 보고는
"아직 멀었다" 하신다

- 김정원 作 <팔월>


아주 상큼한 동시다. 읽으면서 나도 모르게 입가에 웃음이 번진다.

얼마나 정겨운 풍경인가. 수박을 고르는 할아버지 옆에 침을 삼키고 있는 손자가 있다. 수박을 고르다 할아버지는 손자의 머리를 툭툭 치면서 장난을 한다. 그렇게 나른한 여름날이 지나간다. 할아버지와 손자는 그날 저녁 맛있는 수박을 나눠 먹었을 것이다.

제목도 절묘하다. '팔월'.

긴 말이 필요없다. 몇 마디 짧은 말과 여운으로 이 시는 충분하게 완성된다. 팔월 어느 장터 풍경에 작은 우주가 있다.

[허연 문화선임기자(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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