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지난 7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자료를 보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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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세제도 활용 ▶ 영국·싱가포르, 다주택자에 취득세 중과…단기간 보유할 땐 ‘양도세 폭탄’
금융규제 강화 ▶ 덴마크·네덜란드·스웨덴, LTV 상한 높아 집값이 오르자 대출 옥죄기 나서
투기 잡으려면 ▶ 전문가들 “세율 등 단순 비교는 무리…장기적 관점서 일관된 정책 추진 필요”
금융규제 강화 ▶ 덴마크·네덜란드·스웨덴, LTV 상한 높아 집값이 오르자 대출 옥죄기 나서
투기 잡으려면 ▶ 전문가들 “세율 등 단순 비교는 무리…장기적 관점서 일관된 정책 추진 필요”
지난 10일 문재인 정부가 22번째 내놓은 ‘7·10 부동산 대책’은 다주택자의 세금부담을 큰 폭으로 늘려 투기수요를 잡고 주택시장을 안정시키는 데 방점이 찍혀 있다. 이처럼 취득세와 보유세를 통한 부동산 대책은 해외 사례들을 상당 부분 참조한 것으로 평가된다. 단기간에 많은 공급물량을 확보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다주택자들이 보유주택을 시장에 내놓거나, 시장에 나온 주택을 사들이지 못하도록 규제하는 나라가 여럿이다.
12일 국토연구원에 따르면 주요국에서는 주택가격 안정을 위한 정책수단으로 조세제도를 활용하고 있다.
영국은 주택가격이 오를 때 취득세율을 올리고 다주택자에게는 추가 세율을 적용했다. 2016년 주택가격이 급등하자 다주택자에 한해 거래세율을 3%포인트 추가로 부과하기도 했다. 2018년에는 150만파운드(약 22억4200만원)가 넘는 고가 주택에 취득세율을 12%까지 인상했다. 다주택자의 경우 최대 15%의 취득세를 부담하는 것이다. 거래 금액에 따라 1~3%의 취득세율을 부과하는 한국과 비교하면 높은 세율이다. 이 같은 높은 세율을 상황에 따라 탄력적으로 적용하는 것도 특징이다. 영국 재무부는 코로나19 경제충격으로 인해 급격히 위축된 부동산시장 활성화 방안으로 잉글랜드 등지의 실수요자에게 50만파운드(약 7억6000만원)까지는 거래세를 내년 3월까지 면제하는 방안을 지난주 발표했다. 이는 종전 12만5000파운드(생애 첫 주택 구입의 경우 30만파운드)에서 큰 폭으로 상향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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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가포르도 부동산시장 과열을 막기 위해 다주택자에 한해 무거운 취득세를 도입하고 있다. 싱가포르 시민이 주택 한 채를 매입할 때에는 최대 4%의 기본세율만 적용받지만, 2주택자와 3주택자는 기본세율에 더해 추가로 각각 12%와 15%의 취득세를 부담해야 한다. 외국인의 경우에는 주택 보유량과 관계없이 무조건 20%, 법인에는 25%의 취득세를 물린다.
주택을 단기간 보유할 경우 높은 세금을 부과하는 점도 특징이다. 싱가포르는 4년 이상 보유한 주택에 대해서는 양도세를 부과하지 않는 대신 1년 미만 보유한 주택에 대해서는 12%의 세율을 적용하고 있다. 투기로 차익을 남기는 것을 원천 차단하는 것이다.
프랑스 역시 보유 기간에 따라 세금의 무게를 달리하는 정책을 시행 중이다. 22년 이상 보유한 주택에 대해서는 양도소득세를 부과하지 않는다. 그러나 보유 기간이 6년 이하인 경우에는 19%의 양도소득세에다 사회보장세(17%)도 부담해야 한다. 자본차익이 5만유로(약 6700만원) 이상인 경우에는 2~6%의 세금을 추가로 내야 한다. 그러나 보유한 지 6년이 넘으면 실거주자로 보고 기간이 경과한 정도에 따라 추가 공제를 적용한다.
실거주 요건을 엄격하게 적용하기도 한다. 영국은 1가구 1주택에, 취득 이후에는 계속 거주해야 하며 주택의 일부를 빌려주거나 사업장으로 사용하지 않아야 한다는 조건을 두고 있다.
조세제도 이외에 금융규제를 통해 부동산 과열을 잡는 정책은 많은 국가에서 시행 중이다.
예로 덴마크와 네덜란드, 스웨덴은 주택담보인정비율(LTV) 상한이 85~100%로 한국(조정대상지역 기준으로 9억원 이하 50%, 9억원 초과 30%)에 비해 후한 수준이었다. 느슨한 금융규제 탓에 덴마크는 2015년 집값 상승률이 7.81%를 찍은 뒤 최근까지도 집값이 계속 올랐다. 네덜란드와 스웨덴도 저금리 기조에다 낮은 세부담으로 두 자릿수 상승률을 기록했다.
이 여파로 가계부채가 급증하자 이들 국가는 대출을 옥죄는 방향으로 정책을 선회했다. 덴마크는 총부채상환비율(DTI)이 400%가 넘는 가구의 주택가격이 10% 하락했을 때 순자산이 마이너스가 되면 신규대출을 금지했다. 네덜란드는 주택대출 관련 세제 감면 혜택 축소를, 스웨덴은 LTV에 따라 상환 방식을 차등화했다. 국토연구원은 “이들 국가가 주택가격 급등과 가계부채 증가에 대응하기 위해 최근 대출규제 및 거시건전성 관리를 강화하고 있다는 점은 우리에게 시사점을 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7·10 부동산 대책’에는 다주택자와 단기주택 거래에 세부담을 늘리는 외국 사례가 상당 부분 반영된 것으로도 평가된다. 다주택자와 법인이 주택을 매입한 지 1년도 되지 않아 파는 경우에는 양도세율을 70%까지 부과하기로 하는 내용 등이 그렇다.
전문가들은 투기억제라는 정책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일관된 정책 방향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김지혜 국토연구원 책임연구원은 “부동산 조세제도는 오랜 기간 형성된 각국의 사회적·경제적 여건이 반영된 것으로 과세표준이나 세율 등을 단순 비교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면서도 “투기억제라는 정책 목표를 위해 장기적 관점에서 부동산 조세정책의 기본방향을 설정하고 꾸준히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박상영 기자 sypar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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