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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5 (일)

국가는 왜 실패하는가 - 대런 애쓰모글루 제임스 A. 로빈슨 공저 [임춘택의 내 인생의 책 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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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포용국가여야 하는가

[경향신문]

경향신문

“정치가 부패하면 국가는 실패한다.” 이 책의 결론이다.

노갈레스시는 원래 하나였는데, 미국과 멕시코의 국경에 의해 둘로 나뉘면서 미국 쪽은 잘살고 멕시코 쪽은 못살게 된다. 이 사례는 지리적, 문화적 요인이 아닌 정치가 경제를 좌우하는 결정적 요인임을 알게 한다. 이 책에서는 특권층이 권력을 지키기 위해 변화를 가로막으며 빈부격차를 키우는 멕시코를 민주적인 정치와 제도가 뒷받침되어 빌 게이츠 같은 인재를 발굴한 미국의 경제·사회 체제와 비교했다.

1688년 일어난 영국의 명예혁명은 왕과 귀족의 특권적 권한을 철폐하고 의회권력을 강화한 세계 최초의 포용정치다. 그 결과 농노제 폐지, 사유재산 보호 등이 이뤄져 포용적 경제제도로 바뀌고, 18세기 중엽 산업혁명도 가능해졌다. 반면 왕실 권한이 막강했던 프랑스, 스페인, 러시아 등은 시민혁명이 늦어졌다. 당대의 부강함이 변화를 가로막아 후대의 쇠퇴를 가져왔다. 한편 소말리아, 에티오피아처럼 중앙집권세력이 없어 포용정치나 포용경제 자체가 성립하지 못한 사례도 소개한다.

그런데 포용정치가 성립한다고 포용경제가 반드시 따라오는 것은 아니다. 미국은 독점 대기업의 횡포에 맞서 셔먼법과 클레이턴법을 제정하고, 시어도어 루스벨트 같은 대통령들이 나서 독과점기업을 해체하면서 경제가 발전했다.

저자들은 독재와 착취로 실패한 사례, 실패를 극복한 사례, 신석기시대부터 로마에 이르는 인류 역사를 조명해 다음과 같은 결론에 도달한다. “경제성장과 번영은 포용적 경제제도에서 가능하며 불평등과 착취는 정체와 빈곤을 가져온다. 포용경제는 포용정치에서 가능하며, 포용정치는 포용적 사회 분위기가 만든다.”

왜 포용국가여야 하는가에 대한 답이다.

임춘택 | 에너지기술평가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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