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인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1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박원순 서울시장의 빈소로 들어가고 있다. 임현동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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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더 많은 말하기가 필요하며, 고백과 증언 그리고 폭로로 이어지는 여성들의 행동과 움직임에 연대할 것이다.”
2018년 1월 30일 기자회견을 자청한 더불어민주당 여성의원들이 한 말이다. 서지현 검사의 '미투'가 이슈로 등장했을 때다. 여성 의원들은 “현역 정치인 등 사건에 연루된 모두를 성역없이 수사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회견에는 진선미·정춘숙·남인순·이재정·송옥주·유은혜·유승희·박경미·권미혁 의원 등이 함께 했다.
이들 중 진선미 의원은 문재인 정부의 여성부가족부 장관을 거쳐 21대 의원이 됐고, 정춘숙·남인순·이재정·송옥주 의원 등도 선수를 늘렸다. 유은혜 의원은 교육부총리, 박경미 의원은 청와대 교육비서관으로 타이틀이 바뀌었다. 그런나 고(故) 박원순 서울시장의 성추행 의혹 앞에서는 일제히 입을 다물고 있다. 미래통합당 여성 의원들이 "용기를 낸 약자에게 더는 또 다른 상처를 주는 일이 발생해선 안 된다. 고소인에 대한 2차 가해를 즉시 중단하라”(전주혜 의원 등 6명,12일 기자회견)고 외치는 것과는 대비되는 모습이다.
박 시장 빈소에 방문한 여성의원들은 애도를 표했지만 남겨진 의혹에 대해선 함구했다. 지난 10~11일 빈소를 방문한 백혜련 의원은 “묻지 말아 달라. 인터뷰하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민주당 내 여성 중진인 김상희 국회 부의장과 서영교 의원도 유사한 질문에 답하지 않았다. 민주당 의원 출신인 전현희 권익위원장은 “제가 알지 못하는 부분”이라며 “가신 분 명예를 존중해드리는 게 도리가 아닌가 생각한다. 언론도 잘 부탁드린다”고 했다.
11일 서울 중구 태평로 시청 앞 서울광장에 마련된 고(故) 박원순 서울특별시장 분향소.[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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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여성의원들은 모습은 자신들의 과거와도 대비된다. 보수 진영 정치인의 성폭력 문제에 대해서 날 선 비판을 계속해 왔다. 2015년 새정치민주연합(민주당 전신) 여성위원회는 심학봉 새누리당 의원의 성폭행 논란이 벌어졌을 때 “성(性)누리당’ 본색이 만천하에 드러났다”며 사퇴 요구 성명을 냈다. 2014년에는 성추행 의혹을 받은 박희태 전 국회의장에게 사과와 경찰 조사를 촉구하기도 했다. 이후에도 사회에서 미투 운동 등 젠더문제가 불거질 때마다 여성 편에서 섰던 민주당은 2030 여성층에서 탄탄한 지지기반을 구축해 왔다. 일부 남성들로부터 '페미당''이여자당'이라는 비판을 들어가며 얻은 결과였다. 그러나 정작 안희정 전 충남지사 성폭행 사건, 오거돈 전 부산시장 성추행 사건 등 당내 인사와 관련된 문제에서는 주로 침묵했다.
민주당 여성의원들의 주력은 여성운동계 출신들이다. 대표적인 박원순계로 분류되는 남인순 의원은 한국여성단체연합 상임대표를 지내며 20년 넘게 여성운동가 활동을 했다. 당내 '젠더폭력근절대책TF' 단장이기도 한 남 의원은 "젠더폭력 근절 위해 뼈깎는 심경으로 노력하겠다. 당내 성폭력에 대해 무관용 원칙을 적용하겠다"고 했었다. 또 다른 TF 멤버인 정춘숙 의원은 성범죄 피해 여성 지원 단체인 한국여성의전화 상임대표 출신이다. 진선미 의원은 문재인 정부의 여성가족부장관을 지냈고, 권인숙 의원은 ‘부천경찰서 성고문 사건’ 의 피해자로 박 시장의 변호를 받았고 이후 여성계의 유력인사로 거듭났다.
김웅 의원을 비롯한 미래통합당 의원들이 1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고(故) 박원순 서울시장 성추행 의혹 고소인에 대한 2차 가해 중단을 촉구하고 있다.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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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실 이화여대 여성학과 교수는 “여성계 쪽에서도 발언을 하고 있지만 장례가 끝나야 이 이슈를 다뤄야 한다는 주장이 본격적으로 나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반면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옛날 성누리당 지지자들이 갑자기 페미니스트가 되고 옛날 민주당은 그새 더듬어만지당으로 변신해 그짓을 변호한다. 정권이 바뀌어도 권력은 변함이 없는 듯 하다”고 썼다.
민주당 여성의원들 중 진선미 의원과 권인숙 의원은 박 시장의 빈소에 들어가는 장면이 포착되지 않았다. 조문 여부를 묻자 진 의원 측은 “굳이 밝혀야할 이유가 없다”라고, 권인숙 의원 측은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박해리 기자 park.hael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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