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대파들과 충돌도…"상 당한 집 와서 행패" vs "분향소 치워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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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조문을 위해 일산에서 오전 7시쯤 출발해서 8시쯤 분향소 앞에 도착했어요. 원래는 새벽 5시라도 나오고 싶은 심정이었는데 조문이 11시부터 시작이라고 해서 맞춰서 나왔어요. 평소에 존경했던 분이 이렇게 가시니 애통하고 비참한 마음뿐이에요. "(1호 조문객 A씨)
11일 오전 서울 중구 태평로 시청 앞 서울광장에 마련된 고(故) 박원순 서울특별시장 분향소는 조문을 위해 방문한 일반 시민들로 북적였다. 올해로 67세를 맞은 A씨는 분향소 상황을 좀 더 지켜보다가 집으로 돌아갈 예정이라고 전했다.
조문이 시작되기 전부터 박 시장의 조문을 위해 분향소를 찾은 일반 시민들의 줄이 길게 이어졌다. 특히 이날은 낮 기온이 최고 31도로, 한여름 날씨를 기록했다. 이에 줄에는 더위에 지쳐 바닥에 앉아있는 시민이 눈에 띄기도 했다.
대기 줄의 앞에 속하는 지점에 앉아 있던 일반 시민 B씨 역시 이날 조문을 위해 10시부터 와있었다고 전했다. 뒤로는 서울시청 광장 끝까지 이어질 정도로 많은 인원들이 대기 줄에 머물렀다.
예상보다 많은 조문객이 방문하면서 조문은 예정된 11시보다 이른 10시58분께부터 시작됐다. 조문객들은 박 시장의 영정 앞에서 묵념을 하고 방명록을 남기며 애도의 뜻을 표했다.
조문이 시작되면서 일부 시민들은 감정이 고조되는 모습을 감추지 못했다. 강남구 포이동 재건마을 주민협동조합의 한 조합원은 눈시울을 붉히며 "표현을 못 할 정도로 가슴이 아프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조합원 중 한명인 가재웅 씨는 "9명의 조합원이 조문을 위해 참석했다. 오전 8시반에 출발해 9시40분쯤 분향소에 도착했다"면서 "박 시장이 생전 추구했던 정치적 철학을 지지했다. 박 시장은 주거약자를 위해 많은 배려를 해줬었다"고 밝혔다.
그는 "포이동은 박정희 시절 자활근로자들을 강제이주시키면서 탄생한 마을이다. 주거 약자 문제가 컸는데 박 시장이 강제 철거를 막고 주거약자들을 보호하는 정책을 펼쳐줬다"면서 "박 시장이 정책을 완성하지 못하고 간 게 가슴이 너무 아프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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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문이 시작된 후 분향소를 철거하라는 반대파들이 분향소에 나타나며 갈등 상황이 빚어지기도 했다. 반대파들이 박 시장의 분향소를 치워야 한다며 피켓을 들고 와서 큰 소리로 비난하자, 조문객들은 "상 당한 집 와서 무슨 행패냐"면서 분노했다.
일부 조문객은 "억울하고 비통하다" "분하다"고 오열을 하며 피켓을 든 반대파에게 달려들기도 했다. 경찰의 저지로 신체적 충돌이 없이 마무리됐지만, 이후에도 흥분된 분위기는 한동안 가라앉지 않았다.
이에 조문객 C씨는 "사람이 죽었는데 한 사람의 주장·의혹만으로 분향소를 치우라는 게 무슨 경우냐. 적어도 그동안 박 시장이 세운 공은 알아줘야 하는 게 아니냐. 다들 너무한 것 같다"면서 손수건으로 연신 눈물을 훔쳤다.
앞서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박 시장의 장례가 ‘서울특별시장(葬)’으로 진행되는걸 반대하는 글이 올라왔다. ‘박원순 시장의 장례를 서울특별시장(장례) 5일장으로 하는 것을 취소해주세요’라는 제목의 이 청원은 등록된 지 하루가 채 안 지나 20만명의 동의를 얻었다.
청원인은 “성추행 의혹으로 자살에 이른 유력 정치인의 화려한 5일장을 국민이 지켜봐야 하느냐. 조용히 가족장으로 치르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서울시에 따르면 박 시장의 일반시민 분향소는 이날부터 발인일인 13일까지 운영된다. 운영 시간은 오전 8시부터 오후 10시까지다. 또한 전날인 10일 시가 개설한 '온라인 분향소'에는 이날 정오를 기준으로 14만여 명이 참여, 클릭으로 애도를 표현했다.
박기람 기자 kiraam@ajunews.com
박기람 kiraam@aj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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