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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7 (월)

‘설상가상’ 속에 치러진 중국 대입시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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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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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로 한 달간 연기됐던 중국 대입 시험인 가오카오가 7월 7일부터 진행됐다. / EPA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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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나라에서든 대학 입학시험은 중요한 국가적 행사이자 관심과 이목이 집중되는 뜨거운 뉴스다. 대입 시험이야말로 가장 공정하게 개인의 능력을 평가하고, 기회의 평등을 실현하는 중요한 도구이기 때문이다. 세계 최대 규모의 대학 입학시험인 중국의 가오카오(高考)가 지난 7월 7일부터 짧게는 이틀, 길게는 사흘간의 일정을 마무리했다. 대입준비는 스트레스와 긴장감의 연속이지만, 특히 올해는 예년보다 강한 정신력이 요구된 한 해였다. 코로나19에다 최악의 폭우와 지진까지 ‘설상가상’ 상황이었던 탓이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에 따르면 올해 중국 전국의 가오카오 응시생은 1071만 명으로, 지난해보다 40만 명 늘었다. 매년 6월 초에 치러졌던 가오카오는 코로나19 여파로 한 달 늦게 진행됐다. 중국의 코로나19 상황이 안정세를 보이고 있지만, 베이징 최대 농수산물 시장인 신파디(新發地)발 집단감염 불씨가 남아 있는 상황이라 엄격한 방역조치 속에서 진행됐다.


체온 측정한 뒤 고사장 입실
각 학교는 가오카오 2주 전부터 매일 수험생의 체온 측정과 건강 상태를 점검했다. 당일 아침에는 수험생들이 마스크를 쓴 채 1m 간격으로 줄을 서서 체온을 측정한 뒤 고사실에 입장했다. 시험 당일 수험생 체온이 37.3도를 넘으면 일반 고사실에 들어갈 수 없다. 코로나19 저위험 지역의 수험생은 시험장 안에서는 마스크를 벗을 수 있지만 많은 학생이 마스크를 착용하고 시험을 치렀다. 중·고위험 지역의 수험생은 시험이 끝날 때까지 반드시 마스크를 써야 했다.

코로나19 감염 위험으로 예년 같은 학교 후배들의 단체 응원 활동은 보기 힘들었다. 대신 코로나19 상황에 따른 마스크 응원이 새로 등장했다. 충칭(重慶)·항저우(杭州)·상하이(上海) 등 주요 도시에서는 맞춤 마스크로 가오카오 고득점을 기원하는 응원이 이어졌다.

7월 7일 <펑파이 신문> 보도에 따르면 충칭시 바슈(巴蜀)중학에서는 학부모들이 ‘시험 잘 봐라’, ‘시험 필승’이라는 등의 글씨가 적힌 붉은색 마스크를 쓰고 수험생들을 응원했다. 이 마스크는 한 학부모가 주문 제작해 수험생 아들 친구들과 학부모에게 나눠준 것이다. 상하이 이촨(宜川)중학에서도 ‘시험 필승’이라고 적힌 붉은색 마스크를 선생님이 제자들에게 나눠줬다. 이 마스크를 만든 교사 첸메이리(錢美麗)는 “올해는 코로나19 때문에 온라인 수업이라는 특별한 형식으로 가오카오를 준비해야 했다”면서 “이는 한 교실에서 함께 공부하는 것보다 훨씬 더 어려웠다”고 했다. 그는 “화면을 통해 학생들을 독려하면서 심리적 안정을 찾게 해줘야 한다는 스트레스가 적지 않았다”고 토로했다.

실제 올해 수험생들은 지난 1월 중국 전역으로 확대된 코로나19의 영향으로 개학이 연기되고, 온라인 수업 대체 등 쉽지 않은 환경 속에서 입시를 준비해야 했다. 가오카오 날까지 어렵게 준비해왔지만, 고사장까지 가는 길도 쉽지 않았다. 예년과 달리 여름의 한가운데서 치러진 입시는 폭우와 지진 등 여러 어려움과 맞서야 했다.

안후이(安徽)성 황산(黃山)시 서현에서는 50년 만에 닥친 홍수로 첫날 시험이 연기됐다. 서현중학과 서현2중학 등 두 곳에 고사장이 마련됐는데, 7월 7일 오전 10시까지 전체 2000여 명 수험생 가운데 4분의 1가량만 시험장에 도착했다. 서현 일대는 침수된 차량만 100여 대에 달할 정도로 폭우 피해가 심각한 것으로 알려졌다. 황산시 툰시구에 있는 100년 된 교량인 전하이교도 홍수로 무너졌다. 이날 일부 수험생은 도로가 침수돼 차량이 아닌 배를 타고 고사장으로 이동하기도 했다. 당초 7일 치러질 예정이었던 어문·수학 과목 시험이 취소됐고, 9일로 미뤄졌다. 시험일정이 하루 더 길어지면서 컨디션 조절이 관건이 됐다.

윈난(雲南)성 지역에서는 지진이 발생해 시험이 중단되는 일이 발생했다. 가오카오 이틀째인 7월 8일 쿤밍(昆明)시 둥촨(東川)구에서는 진도 4.2 규모의 지진이 발생했다. 둥촨구의 유일한 고사장인 둥촨밍웨 중학에서는 100여 명의 학생이 지진을 피해 고사장 밖으로 대피했다. 현지 교육 당국은 7분 만에 상황이 안정돼 학생들이 고사장으로 돌아가 시험이 재개됐으며, 이날 오후 시험도 정상적으로 치러졌다고 전했다. 빠른 시간 내 시험이 재개됐지만, 수험생들이 느꼈을 당황과 공포의 정도는 짐작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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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8일 하얼빈시의 한 가오카오 고사장 앞에서 마스크를 쓴 학부모들이 수험생들이 시험을 마치기를 기다리고 있다. / 신화통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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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년 만에 홍수로 첫날 시험 연기
코로나19 피해가 가장 심각했던 우한(武漢)시에서도 5만여 명의 수험생들이 빗속에서 가오카오를 치렀다. 우한시는 천둥·번개 등 기상 악화로 외국어 듣기 시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상황이 되면 필기시험으로 전환하고 듣기 시험은 추후 진행하겠다는 대책을 사전에 발표하기도 했지만, 비로 인한 시험 중단 등 상황은 발생하지 않았다.

자연재해뿐 아니라 돌발적 상황도 나타났다. 허난(河南)성 핑딩산(平頂山)시에서는 한 수험생이 같은 고사장에서 시험을 보던 학생 두 명의 답안지를 찢는 사건까지 발생했다. 해당 규정에 따라 이 학생은 부정행위로 인정돼 전 과목 성적이 무효 처리됐다. 이 학생이 왜 갑자기 남의 답안지를 찢었는지 이유는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답안지가 찢어진 두 학생은 시간을 연장해 답안 작성을 할 수 있도록 했지만, 시험 결과에는 부정적 영향을 끼쳤을 것이 분명하다.

고사장에 아예 심리상담사를 배치한 지역도 있다. 타이위엔(太原)시에서는 올해 처음으로 각 고사장에 총 38명의 심리상담사를 배치했다. 타이위엔시는 응시생들이 갑작스러운 불안을 호소하거나 현장에서 긴급 상황이 발생할 가능성을 대비해 이 같은 조치를 했다고 전했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은 “올해 수험생들은 코로나19로 인한 방학 연장·온라인 수업 등 새로운 학습 환경에 놓여 있었는데다 지역 상황에 따라 등교 개학, 온라인 수업 전환이 반복되기도 했다”면서 “올해는 지식뿐 아니라 심리상태·의지·정신까지 시험을 보게 됐다”고 했다. 올해 가오카오 수험생들은 코로나19 방역을 주의하면서 자연재해와 맞서는 등 긴급 상황에 대응할 수 있는 강한 정신력을 요구받은 셈이다.

|박은경 베이징 특파원 yam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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