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시뮬레이션에 따르면 예를 들어 다주택자의 주택 시세 합산이 30억 원일 경우 연간 종부세가 약 3800만 원으로 현재의 2.5배가 된다. ‘세금 폭탄’이라고 할 만하다. 종부세율을 놓고 당정 간 이견이 있었으나 여당이 더 높은 6%를 밀어붙였다고 한다. 정부가 지난달 21번째로 6·17대책을 내놓았지만 7월 첫째 주 서울 주택가격이 0.11% 오르는 등 부동산시장 과열은 계속됐다. 여기에 청와대와 여당 고위직들의 다주택 보유에 대해 비난이 빗발치자 서둘러 다주택자들에 대한 과세대책부터 내놓은 것으로 보인다.
등록 임대제도에 대해서는 사실상 폐지로 가닥을 잡음으로써 정책에 대한 신뢰를 정부 스스로 무너뜨렸다. 정부는 다주택자를 양질의 임대주택 공급자로 만들겠다며 2017년 부동산 규제를 강화하는 중에도 임대사업자에게는 각종 세금과 대출 혜택을 줬다. 그러자 2016년 20만 명이었던 등록임대사업자가 올해 51만 명으로 증가했다. 정부를 믿고 등록을 한 사업자들은 물론이고 오락가락하는 행정으로 시장의 혼선만 커지게 됐다. 임대차 3법과 시차가 발생하면, 높아진 세금이 고스란히 임차인에게 전가될 우려도 있다.
정부는 수도권 주택 공급이 부족하지 않다고 하지만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 분양가상한제 등의 규제로 민간의 주택 공급이 원활하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그런데도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어제 “재건축 규제 완화는 현재 생각하고 있지 않다”고 못 박았다. 변수가 많은 부동산 정책은 디테일이 하나라도 잘못되면 엉뚱한 결과를 낳는다. 얼마나 신속하고 실효성 있는 공급 대책을 내놓느냐가 성패를 좌우할 것이다.
근본적으로 수도권 아파트 가격이 고공행진을 하는 것은 저금리가 계속되는 데다 투자처를 찾지 못한 시중 부동자금이 1000조 원을 넘는 등 유동성이 넘치기 때문이다. 부동산 세금 급등으로 우려되는 조세 저항을 누그러뜨리고 과잉 유동성 문제를 해결하려면 돈이 생산적인 분야로 흐르도록 경제 정책 전반에 대해서 재점검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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