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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8 (수)

[사설] 북미대화 불씨 남긴 김여정의 협상 조건 제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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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이 2017년 12월30일 제5차 당 세포위원장 대회 축하 공연에 참석하러 공연장 계단을 오르고 있다. 조선중앙TV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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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정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이 10일 담화를 내어 “미국의 결정적인 입장 변화가 없는 한 올해 중 그리고 앞으로도 조-미 수뇌(북-미 정상) 회담이 불필요하며 최소한 우리에게는 무익하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를 두고 ‘연내 북-미 정상회담 가능성을 일축했다’는 해석이 나왔다. 하지만 담화 전체 내용을 보면, 북-미 정상회담 여지를 열어두고 있다. 이 담화는 “도움이 된다면 3차 북-미 정상회담을 하겠다”는 지난 7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발언과 “북한과 계속 대화하기를 매우 희망한다”는 지난 9일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의 발언 뒤에 나왔다.

먼저 김여정 부부장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역할을 나눠 설명한 담화 방식이 눈길을 끈다. 김 부부장은 “어디까지나 내 개인의 생각이기는 하지만 모르긴 몰라도 조-미 수뇌회담과 같은 일이 올해에는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본다”고 부정적으로 말했다. 이어 “두 수뇌의 판단과 결심에 따라 어떤 일이 돌연 일어날지 그 누구도 모르기 때문”이라고 가능성을 열어뒀다. 김정은 위원장의 결심에 따라 부정적 상황이 바뀔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런 역할 분담은 최근 남북관계에서도 나타난 바 있다.

김 부부장은 미국의 대북 적대시 정책 철회에 초점을 두겠다는 대미 협상 기조를 밝히고 “미국과는 당장 마주 앉을 필요가 없으며 미국의 중대한 태도 변화를 먼저 보고 결심해도 될 문제”라고 말했다. 북한은 한-미 연합훈련을 대표적 적대시 정책으로 꼽아왔다. 북-미 대화와 남북대화 여건을 만들기 위해 8월 예정된 한-미 연합훈련의 대폭 축소나 취소가 필요하다고 본다.

담화 말미에서 김 부부장은 ‘미국 독립기념일 행사 디브이디(DVD)를 개인적으로 꼭 얻으려고 한다’는 뜻을 밝혔다. 뜬금없이 들리지만, 디브이디 전달을 내세운 북-미 접촉 제안이다. 지금은 이런 대화의 작은 불씨라도 살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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