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종로구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서 故 박원순 서울시장 빈소가 마련돼 있다./사진제공=서울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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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순 서울시장이 숨진 채 발견되면서 성추행 혐의의 진위는 끝내 밝혀지지 않을 전망이다. 피의자가 사망할 경우 '공소권 없음'으로 수사가 종결되기 때문이다.
지난 몇 년 동안 '미투'(MeToo·나도 당했다) 의혹으로 수사 대상이었던 피의자들이 극단적 선택을 하면서 사건들은 끝내 미궁 속으로 빠져들었다. 이 같은 상황이 반복되면서 일각에서는 피해자와 피의자를 위해 죽음 이후에도 사건의 시시비비를 가려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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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순 성추행 의혹…경찰 "통상적 절차대로 '공소권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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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오후 박원순 서울시장의 실종 신고가 접수된지 7시간 만에 숨진채 발견된 10일 새벽 경찰들이 서울 북악산 인근에서 박 시장의 시신을 수습한 뒤 이동하고 있다. /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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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경찰 등에 따르면, 박 시장의 전직 비서 A씨는 지난 8일 '박 시장으로부터 성추행을 당한 적이 있다'며 박 시장을 경찰에 고소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 10일 오전 0시쯤 북악산 숙정문 인근에서 박 시장의 시신이 발견됐고, 이에 따라 해당 고소 사건은 '공소권 없음' 처리될 전망이다.
공소권 없음은 수사기관이 법원에 재판을 청구하지 않는 불기소 처분 중 한 가지다. '검찰사건사무규칙' 제69조에는 수사받던 피의자가 사망할 경우 검사는 '공소권 없음'으로 사건을 불기소 처분한다고 명시돼 있다.
경찰 관계자는 "피고소인이 사망하면 '공소권 없음'으로 송치하게 돼 있는 절차에 따라 통상적인 과정을 걸쳐서 처리한다는 방침"이라며 "다만 검찰 송치 시점은 보고서 작성 등 실무적 절차가 아직 남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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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 종결 바람직하지 않아…자살 원인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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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사건이 종결되는 것을 두고 일각에서는 끝까지 수사를 해 사건의 진위를 가려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피해자가 있는 만큼 사건의 시시비비를 가려 어떤 형태로든 죗값을 치러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와 더불어 박 시장이 무고하다면 그 억울함을 풀어줘야 한다는 시각도 있다.
이와 관련, 목수정 작가는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박 시장 자신을 위해서도, 그를 고소한 전 비서를 위해서도 특히, 진실을 위해 이렇게 사건이 종결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며 "적어도 그의 죽음에 대한 연유는 밝혀졌으면 한다. 그가 이렇게 사라진 연유에 대해 사회를 구성하는 사람들은 알아야 할 권리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목 작가는 "자살이었다면 그를 자살로 몰았던 원인은 무엇인가"라고 되물었다. 이어 "덮어놓고 추모하고, 명복을 빌 뿐, 그들이 서둘러 떠나가야 했던 이유를 집요하게 추적하지 않는 건, 지금껏 우리가 반복해 왔던 일"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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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의자 죽으면 사건은 '미궁'…"수사 계속해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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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 작가의 지적처럼 실제로 지금까지 미투 사건에서 피의자가 극단적 선택을 하는 경우, 사건의 진위는 항상 미궁에 빠졌다. 2018년 배우 고(故) 조민기는 교수로 재직 중이던 청주대학교 연극학과에서 학생들을 상대로 성추행한 혐의를 받고 있던 중, 경찰 조사를 앞두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이밖에 2018년 학생 성추행 의혹에 휘말린 한국외대 교수·유튜버 양예원씨에게 노출 촬영을 강요하고 성추행한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던 스튜디오 운영자 정모씨, 2017년 며느리 성폭행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던 '어금니 아빠'의 계부 B씨 등이 극단적 선택을 해, 해당 사건이 종결된 바 있다.
조민기가 사망해 사건이 종결되자,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성폭력 가해자 구속수사와 가해자 사망시에도 수사가 계속될 것을 약속해달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당시 청원인은 "피의자가 자살하는 경우 피해자들은 피의자의 자살에 피해자의 잘못이 없음에도 죄책감에 괴로워할 수 있다"며 "또 여론과 주변의 비난에 시달릴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피의자가 자살하면 응당 죗값을 치러야 할 사람이 죗값을 치르지 않아 피해자들과 지켜보는 국민들의 원통함이 이루 말할 수 없다"며 "성폭행 피의자 사망시에도 수사를 계속하여 주실 것을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한민선 기자 sunnyday@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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