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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2 (수)

[비즈 칼럼] 환경비용 누가 지불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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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이종수 서울대 기술경영경제정책과정 교수


대중교통·수도·전기 등 우리나라의 공공서비스는 낮은 요금에 비해 높은 수준의 서비스를 제공해 왔다. 하지만 공짜 점심이란 없다. 원가보다 높은 양질의 서비스가 유지되려면, 누군가는 보이지 않는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 혜택을 누리고 있는 소비자가 그 비용을 지불하지 않고, 다른 주체가 이를 부담할 때 시장에 혼란이 초래되고 산업의 경쟁력은 훼손된다.

정부는 온실가스 대응을 위해 재생에너지 보급과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제도 등을 활용하고 있다. 재생에너지의 생산비용이 기존 전원보다 월등히 높지만, 다양한 보급 및 지원 정책을 통해서 재생에너지 비중을 확대해 나가고 있다. 여기에 2015년부터 석탄과 가스발전 사업자들은 온실가스를 배출할 권리를 구매하도록 하는 규제도 시행되고 있다.

문제는 비용이다. 작년 한국전력이 재생에너지 의무부담 및 환경규제로 지출한 비용은 2조원을 넘는다. 그리고 이는 머지않은 미래에 눈덩이처럼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이 비용은 누가 부담하고 있을까? 2013년 이후로 지금까지 전기요금은 조정된 적이 없으니 소비자는 재생에너지 보급이나 환경규제에 지급된 추가비용을 부담한 적이 없다. 소비자가 지불하지 않으니 이 비용은 한전의 부채로 고스란히 누적되고 있다.

비용 지급을 미뤄놓은 채로 정책이 온전히 실행될 리 없다. 환경 정책의 목표는 단기간에 달성되지 않는다. 영국은 스모그로 인해 수천 명이 목숨을 잃자 1956년 청정공기법을 시작으로 지금도 꾸준히 환경 관련 법과 제도를 개선하고 있다. 하지만, 환경 정책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발생하는 정당한 비용을 외면한다면 그 정책은 단 10년도 지속할 수 없다.

정책이 일관성 있게 추진되기 위해서는 시장의 작동 원리와 호환돼야 한다. 시장에서 소비는 가격을 통해 조정된다. 즉, 추가적인 환경비용이 소비자가 지불하는 요금에 반영돼 수요가 적정 수준으로 조절돼야 한다는 것은 당연한 시장원리이다. 그렇지 않으면 소비자는 사회적 최적 수준보다 더 많은 전기를 사용하게 돼, 전기소비의 효율 개선이나 애초 목표한 수준의 온실가스 및 미세먼지 감축은 기대할 수 없다.

온실가스 및 미세먼지 대응을 위해 수반되는 환경비용을 마치 없는 것인 양 말할 수 없다. 이 비용을 정당하게 요금에 반영하지 않는다면, 그 피해는 결국 국민에게 돌아온다는 것을 우리는 해외의 여러 사례를 통해 배웠다.

이종수 서울대 기술경영경제정책과정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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