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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2 (토)

“최민희 前 의원 SNS 글 복사한 것”… 최강욱 해명에도 논란 일파만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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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안 유출 경위 논란에… 법무부 “초안·수정안 다 나가는 줄 알고 실무진이 전파” / 진중권 “법무부, 가안까지 전파할 이유 없어” “최강욱·최민희 글 달라…국민을 바보로 아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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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강욱 열린민주당 대표. 뉴스1


최강욱 열린민주당 대표가 언론에 공개되지 않은 법무부 ‘입장문’ 가안을 페이스북에 게재한 경위를 놓고 파문이 확산하고 있다. 최 대표는 “SNS를 살피다 언뜻 올라온 글을 복사했다”고 해명했다가 출처 의혹이 계속되자 “최민희 저 의원 페이스북 글을 발견하고 제목만 ‘법무부 알림’으로 다른 알림처럼 축약한 것”이라고 구체적 경위를 밝혔지만, 논란은 지속하고 있다.

9일 법조계에 따르면 최 대표는 전날(8일) 추 장관이 윤 총장 건의에 대해 수용 거부 의사를 표한 후 2시간이 흐른 밤 10시쯤 페이스북에 ‘법무부 알림’이라는 내용의 글을 올렸다. 해당 글에는 “법상 지휘를 받드는 수명자는 따를 의무가 있고 이를 따르는 것이 지휘권자를 존중하는 것임 존중한다는 입장에서 다른 대안을 꺼내는 것은 공직자의 도리가 아님. 검사장을 포함한 현재의 수사팀을 불신임할 이유가 없음”이라는 내용이 담겼다.

법무부에 따르면 해당 내용은 추 장관이 윤 총장을 향해 발표한 입장문 가안으로, 출입기자단에 전달되지 않았다. 법무부가 출입기자단에 전달한 입장문에는 “총장의 건의사항은 사실상 수사팀의 교체, 변경을 포함하고 있으므로 문언대로 장관의 지시를 이행하는 것이라 볼 수 없음”이라는 내용으로, 최 대표가 처음에 올린 글 중 ‘공직자의 도리’ 부분이 빠져있다.

최 대표는 전날 추 장관이 윤 총장의 건의를 거부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지 2시간여 지난 오후 10시쯤 초안 글을 올렸다가 30분쯤 뒤 삭제했다. 그는 “공직자의 도리 등의 문언이 포함된 법무부 알림은 사실과 다른 것으로 확인돼 삭제했다”며 “법무부는 그런 알림을 표명한 적이 없다. 오해 없길 바란다. 혼선을 빚어 송구하다”고 밝혔다. 하지만 논란은 시작된 뒤였고, 최 대표는 “귀가하는 과정에서 SNS를 살피다 언뜻 올라온 다른 분의 글을 복사해 잠깐 옮겨 적었을 뿐”이라고 해명했다.

이후에도 논란이 이어지자 최 대표는 “이미 (8일) 오후 7시 56분쯤부터 최민희 전 의원님 페이스북에 관련 글(입장문 초안)이 올라가기 시작했다”며 “제가 복사한 글은 바로 최 전 의원의 글이다. 사전 교감하며 공작을 하려면 최소한 제가 제일 먼저 글을 올리고 그 글을 유지하고 있어야 한다”고 출처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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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강욱 열린민주당 대표 페이스북 캡처


최 대표는 연합뉴스를 통해 “의원실에서 운영하는 ‘최강욱 최강개혁’ 페이지에 어떤 분이 ‘속보’라고 올린 글이 있어서 ‘지라시’라고 생각했는데, 최 전 의원이 그보다 먼저 글을 올린 것을 보고 법무부 알림이 맞겠구나 싶어 복사했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처음 본 글은 “~했습니다”라는 경어체지만, 최 전 의원의 글은 “~했음”이라는 공지문으로 보였다는 것이다.

법무부도 ‘진땀 해명’에 나섰다. 법무부는 이날 오전 기자단 메시지를 통해 “국회의원 페북 글 관련 장관과 대변인실 사이 소통 오류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장관은 풀(pool·기자들에게 알림) 지시를 하면서 두 개 안(초안인 A안과 수정안인 B안) 모두를 내는 것으로 인식했으나, 대변인실에서는 B안만 풀을 했다”고 밝혔다.

최 대표가 배포되지 않은 A안을 공개한 것을 두고는 “대변인 풀 시점에 초안과 수정안 모두 나가는 것으로 인식한 일부 실무진이 이를 주변에 전파했고, 위 국회의원에게 보낸 사실은 없다”며 “이후 (최 대표) 페이스북 글을 포함한 다수 SNS 글에 초안이 게재됐다”고 설명했다. 법무부는 유출 당사자로 확인한 인물은 추 장관의 정책보좌관 이규진 전 의왕도시공사 경영지원실장과 조두현 검사 2명이다. 또 법무부는 입장문 초안과 수정안을 “최 대표에게 보낸 사실은 없다”며 추 장관과 최 대표의 사전 교감 의혹은 부인했다.

하지만 최 대표와 법무부가 밝힌 사실관계를 고려하더라도, 언론과 일반에 공개되지 않고 법무부 내부에서 논의된 장관의 입장문이 범여권 인사들에게 흘러간 자체만으로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나오며 논란은 더욱 확산하고 있다.

이 가운데 진 전 교수는 ‘최강욱과 추미애의 거짓말’이라는 글에서 “법무부에서 (당초) 유출 경위를 모른다고 하더니 새로운 해명을 내놨다”며 “거기에 따르면 장관이 두 개의 문언을 주면서 주변 사람들에게 전파하라고 지시했다고 한다. 말도 안 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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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미애 법무부 장관(왼쪽)과 최강욱 열린민주당 대표가 지난 3일 오후 국회 본회의가 끝난 뒤 인사하는 모습. 연합뉴스


그는 “장관이 그런 지시를 내렸는데 정작 법무부에서는 모르고 있었다? 우스운 일”이라며 “결국 장관이 법무부도 모르게 가안이 공식라인이 아닌 사적 네트워크로 법무부 문건을 흘리라고 지시했다는 얘긴데, 그것은 명백한 불법이다. 유포하려면 확정된 안만을 유포해야지, 검토 중에 버려진 '가안'까지 함께 전파해야 할 이유는 없다”고 했다.

또 진 전 교수는 “최강욱의 경우 최민희의 SNS 글을 옮겨 적었다고 하나, 본인이 인정하듯이 두 글은 문언이 다르다”며 “게다가 최 대표가 올린 글에는 법무부의 가안에도 등장하지 않는 단어가 등장한다. 매우 생경한 용어인데, 이것까지 최민희가 만들어 집어넣었다고 할 건가? 이 두 분이 국민을 바보로 아나 보다”고 의문을 드러냈다.

한편 추 장관과 윤 총장이 검언유착 사건 수사지휘를 놓고 갈등이 극한으로 치달았던 상황에서 최 대표가 법무부와 사전교감 아래 미공개 입장문 가안을 유출한 것이라면 권한 없는 범여권 인사가 법무부 내부를 들여다봤다는 의미로 사안이 가볍지 않다. 법무부와 최 대표가 사전교감 의혹에 선을 그었지만, 법무부가 유출 사실은 인정했기 때문에 구체적인 경위에 대한 조사는 불가피하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법조계 일각에서 ‘감찰 대상’이라는 목소리도 나오는 가운데, 법무부는 최 대표에게 초안이 공개된 경로는 알지 못해도 감찰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정은나리 기자 jenr38@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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