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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3 (월)

‘깜짝 제안’ 없는 상황관리 목적… ‘대화 동력’은 계속 살려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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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건 美국무부 부장관 방한 결산 / 靑·외교부·국정원 등 총망라 광폭행보 / 서훈과 70분 면담… ‘한반도 평화’ 논의 / 徐실장 “북·미 대화 재개 지속노력” 당부 / 비건 “긴밀공조… 방위비 협상 조속완료” / 정부 ‘美 대선 前 북·미대화’ 전력 다할 듯 / 전문가 “北, 당장 대화 호응할 가능성 낮아”

세계일보

서훈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오른쪽)이 9일 청와대를 예방한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부장관 겸 대북특별대표와 면담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부장관 겸 대북정책특별대표가 9일 청와대에서 서훈 국가안보실장을 만난 뒤 2박3일의 방한 일정을 마무리하고 일본으로 떠났다. 비건 부장관은 공식적 카운터파트 외에도 방한 기간 중 국내 청와대와 외교부, 국가정보원 등 외교안보라인 인사들을 총망라하는 광폭행보를 보였다. 지난 6월 개성 남북연락사무소 폭파 등 북한의 도발 뒤 처음으로 방한한 비건 부장관은 북한에 ‘대화에 열려 있다’는 원론적 얘기를 던지고 갔다. 우리 정부는 문재인 대통령의 구상대로 북·미 대화를 성사시키기 위해 미국을 설득하는 노력을 계속할 것으로 보인다.

◆靑, 비건에 “북·미 대화 재개 노력 계속해 달라”

전날 외교당국자들을 잇달아 만나고 국가정보원을 방문했던 비건 부장관은 이날 일본으로 떠나기 전 청와대에서 1시간10분 동안 서 실장을 만났다. 청와대는 서 실장과 비건 부장관의 만남에서 최근 북한 동향에 대한 분석 공유와 함께 한반도 평화프로세스 진전 방안에 대한 의견 교환이 있었다고 밝혔다. 서 실장은 특히 비건 부장관이 북·미 대화 재개에 전념하고 있다는 점을 높이 평가하고, 이런 노력을 지속해 달라고 당부했다.

비건 부장관은 북·미 대화 재개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우리와 긴밀한 공조체제를 유지하겠다고 말했다고 청와대가 전했다. 청와대는 또 서 실장과 비건 부장관이 한·미동맹의 중요성을 확인했으며, 방위비 분담금 협상을 조속히 마무리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특히 문 대통령이 최근 미국 대선 전 북·미 정상회담의 필요성을 밝힌 만큼 서 실장은 비건 부장관에게 이와 관련한 우리 정부의 추진 의사와 필요성을 설명했을 것으로 관측된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도 지난 7일(현지시간) 언론인터뷰에서 ‘도움이 된다면’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3차 정상회담을 하겠다고 밝혔다. 전임 국정원장이었던 서 실장과 비건 부장관은 구면인 만큼 한·미 간 그간 논의를 잘 알고 있고, 상견례를 겸한 이날 자리에서도 실질적인 협의가 이뤄졌을 가능성이 높다. 다만 문 대통령이 이날 직접 비건 부장관을 만나지는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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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안보실장과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부장관 겸 대북특별대표가 9일 청와대 귀빈접견실에서 만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


◆깜짝 제안 없었지만 북한 문제 다시 부각…하반기 변곡점

비건 부장관의 이번 방한에서 ‘깜짝 제안’은 없었다. 그는 그러면서도 “올 연말까지 한반도 평화에 진전이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미 국무부는 비건 부장관의 방한 전 보도자료에서는 북한의 ‘최종적이고 완전히 검증된 비핵화(FFVD)’를 위한 한·일 간 협의를 하겠다고 했으나 비건 부장관은 한국에서 직접 FFVD를 꺼내들지는 않았다. 대신 최선희 외무성 제1부상에게 “낡은 사고에 갇혀 있다”고 비판했다.

김준형 국립외교원장은 이날 통화에서 “비건 부장관의 이번 방한은 상황관리 목적이 커 보인다”면서도 “대화의 동력을 이어나가고, 북한 문제를 다시 부각시켰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비건 부장관의 방한 전부터 만남의 가능성을 차단한 북한이 당장 이에 호응할 가능성은 작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비건 부장관은 전날 약식기자회견에서 “남북 협력을 강력히 지지한다”고 말했지만 철도 연결 등 북한이 관심을 보이는 구체적인 사항을 언급하지 않았다. 여상기 통일부 대변인은 이날 비건 부장관의 남북 협력 지지에 환영한다고 밝혔다.

다만 정부는 미국 대선 전 북·미 대화 재개를 위한 노력을 계속해 나갈 것으로 보인다. 아직 일부이기는 하지만, 미국 공화당 일각에서 3차 북·미 정상회담의 필요성이 제기됐다는 점을 발판 삼을 것으로 보인다. 위성락 전 6자회담 수석대표는 통화에서 “북·미 간 대화를 재개하기 위한 노력은 지금보다 훨씬 정치해야 한다”며 “비건 부장관의 방한 이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하반기 국면이 도발로 이어질 수도, 대화 복원으로 이어질 수도 있는 변곡점”이라고 말했다.

홍주형·박현준 기자 jh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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