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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4 (금)

[ET단상]땅에 내리는 비, 하늘에 떠 있는 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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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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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서는 쇠를 주조해서 기구를 만들어 명칭을 측우기라 하니 길이가 1척 5촌이고, 직경이 7촌입니다.”

이는 인류 최초로 강우량을 측정하기 위한 첫걸음에 관한 과학 기록이다. 이 내용은 1441년 5월 8일 세종실록에 기록됐다. 측우기는 세계기상기구(WMO)에서 정한 표준 우량계와 비교해 통신과 기록 방식을 제외하고는 별반 다르지 않아 우리 선조의 과학 기술이 위대함을 새삼 느끼게 한다. 나아가 우리 선조는 걸음마에서 멈추지 않고 이듬해 측우제도를 전국에 시행, 과학을 삶 속으로 끌어들였다.

오늘날 우리는 어떻게 강우·강수를 관측 및 활용하고 있을까. 현대 강우의 측정은 지상에 떨어진 비의 양을 측정할 뿐만 아니라 빗방울이 지상에 떨어지기 이전에 구름 내부, 강우 강도를 파악해서 지상의 강우량을 알아낸다.

이를 위해 기상청은 전자기파를 구름 속으로 쏘아서 내부를 들여다볼 수 있는 '기상레이더'를 이용한다. 세종대왕의 측우제도와 같이 전국에 기상레이더 관측망을 구성하고 독도를 포함한 우리나라 상공의 비구름 위치 및 이동, 강우량을 24시간 감시하고 있다. 또 강우의 현재 상황과 미래 예측 영상을 애플리케이션(앱), 웹, TV 등 다양한 미디어를 통해 제공함으로써 사람들의 일상생활 속에서 호우·장마나 대설 등 위험한 기상 사태 발생에 대비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기상청은 기상레이더의 성능을 높이고 더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2014~2019년 약 6년 동안에 걸쳐 2세대에서 3세대로 전국 기상레이더 관측망의 세대 교체를 성공리에 마무리했다. 최근 호주, 캐나다, 유럽 등 선진국에서도 기상레이더를 2세대에서 3세대로 교체하는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이와 함께 기상청은 환경부·국방부와의 협력을 통해 3세대 레이더 자료를 공동 활용함으로써 국가 자원의 효율 이용에도 노력하고 있다.

기상레이더 세대 교체의 핵심은 눈, 비, 우박 등 대기수상체 구분에 있다. 기존 2세대 레이더가 비구름에 대해 엑스레이 판독 영상을 제공했다면 3세대 레이더는 단층촬영 영상을 제공할 수 있는 것과 같다. 3세대 기상레이더는 구름 내 강수 입자 모양과 크기, 종류 등 정보를 알 수 있다. 이로 인해 기존 레이더에서는 불가능한 눈·비·우박 등 대기수상체 구분이 가능, 예보관의 기상재해 선제 대응력이 향상됐다.

우리나라는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여 있다. 바다에서 육지로 이동하면서 대기의 성질이 많이 바뀐다. 내륙에서는 또한 복잡한 지형과의 상호작용으로 말미암아 강우 및 강수가 시·공간에 따라 급격하게 변하는 경우가 잦다. 그 결과 레이더 관측으로 지상 강우량·강수량을 정확하게 추정하기가 어려운 실정이다. 게다가 기존 기상레이더를 이용한 자료 처리와 강우·강수 추정 기술은 해외에서 도입돼 우리 실정에 맞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이에 기초부터 차근차근 시작해서 관측 자료 표준 형식과 우리 관측 환경에 맞는 품질관리 독자 기술을 개발해 자료 품질을 크게 높이고, 한반도 강우·강수 특성에 적합한 '강우 추정 관계식'을 개발했다. 3세대 레이더 자료를 활용해 강우 추정의 정확도를 선진국 수준의 92%까지 향상시켰다.

올해는 선진국 수준의 정확도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새로운 관측망 구축과 함께 위험 기상 감시 강화를 위해 예보관을 위한 3세대 기상레이더 영상 해석 및 자료 처리 핵심 기술을 국내 독자 기술로 자체 개발, 기존의 해외 의존도를 극복했다.

이처럼 기상청은 레이더 독자 기술 확보와 맞춤형 서비스 제공을 통해 선진국과의 기술 격차를 해소하고 레이더 분야의 기술 발전을 이끌고 있다. 앞으로도 기상청은 기술 고도화 지속으로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기상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끊임없이 노력할 것이다.

김종석 기상청장 kmanews@kore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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