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군 복무 중 휴가를 나온 윤창호 씨는 부산 해운대에서 만취 운전자가 몰던 차에 치여 사경을 헤매다 한 달 반 만에 숨을 거뒀다. 이 사고로 음주운전에 대한 우리 사회의 경각심이 고조되면서 소위 '윤창호법'이 제정됐다. 특정범죄가중처벌법(특가법) 개정으로 음주운전 사망사고를 낸 운전자에 대해 최저 3년, 최고 무기징역의 징역형에 처할 수 있게 됐다. 그런데도 우리의 가족과 이웃의 생명을 위협하는 음주운전 사고는 끊이지 않고 있다. 매년 줄어들고는 있으나 지난해만 해도 국내에서 약 1만6천건의 음주운전 교통사고가 발생해 근 300명이 목숨을 잃었다. 대대적인 캠페인이 진행되고 관련 법규가 강화됐는데도 음주운전에 대한 우리 사회의 전반적인 의식 수준은 여전히 미흡한 것이 현실이다. 실제 재판에서 음주운전 사고에 대한 형량을 높이는 등 '윤창호법'의 취지에 맞게 일벌백계하는 것은 물론이고 국민 개개인도 음주운전의 심각한 폐해를 다시 한번 인식하는 계기로 삼아야겠다.
이번 사고의 일차적, 근본적 책임은 운전자에게 있지만, 국도 주변의 안전 문제도 점검해봐야 한다. 자동차 전용인 고속도로와는 달리 국도에서는 마라톤, 사이클 등 스포츠 행사가 자주 열린다. 학생들이 주로 참가하는 국토대장정도 국도를 따라 진행되는 경우가 많다. 개별적으로, 또는 소그룹으로 국도를 따라 걷거나 달리고 자전거를 타는 사람들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그런데 국도는 별도로 분리된 인도나 자전거도로가 없는 곳이 대부분이어서 아찔한 상황이 수시로 벌어진다. 2012년에는 경북 의성의 국도에서 사이클팀 선수들이 트럭에 치여 세 명이 사망했고, 2015년에는 충남 공주의 국도에서 국토대장정 행렬을 호위하던 경찰차가 대형화물차에 들이받혀 아홉명이 다치는 일도 있었다. 가로등이 없는 곳도 많아 밤길에는 더욱 위험하다. 이번 울트라 마라톤 대회의 주최 측은 선수들에게 헤드라이트와 전ㆍ후 점멸등을 착용하도록 하고 휴대용 음향기기도 듣지 못하게 하는 등 여러 안전 조치를 취했다고 한다. 그러나 5박 6일 동안 밤낮없이 국토를 종단하는 대회의 특성을 고려해 충분한 사고 예방 조치를 했는지는 의문이다. 정부도 이번 기회에 잊을 만하면 터지는 국도 관련 사고를 막기 위한 근본적인 대책을 깊이 고민해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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