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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6 (목)

‘코로나 시대의 사랑’…콜롬비아 메데인 익명의 편지 쓰기 호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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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경향신문

BBC 홈페이지 캡처. 콜롬비아 메데인시의 ‘익명의 편지 쓰기’에 동참한 다니엘 구스만과 아내의 사진이 실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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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 나아가십시오. 이것이 끝났을 때 당신은 최고의 기쁨으로 고개를 들고 집 밖을 나설 것입니다. 방황하는 소녀로부터.”

코로나19는 사람들의 만남을 막았지만 그래도 사람들은 편지 한 통으로도 서로 ‘연결’될 수 있었다고 믿는다. 콜롬비아 메데인시의 다니엘 구스만(30)은 이 편지를 받아들고, 하나의 희망을 얻었다고 말한다. 이 편지는 메데인시 도서관 네트워크가 진행하는 ‘익명의 편지 프로젝트’에 참여한 누군가의 편지다.

영국 BBC 방송은 8일(현지시간) ‘익명의 편지가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속에서 위로를 전한다’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메데인시의 편지 쓰기 프로젝트를 소개했다. 이 프로젝트는 콜롬비아 출신 노벨 문학상 수상 작가인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의 소설 <콜레라 시대의 사랑>에서 아이디어와 이름을 따와 ‘코로나 시대의 사랑’이라고 불리고 있다. 소설은 콜레라가 창궐하던 19세기 말에서 20세기 초 편지를 주고받으며 마음을 전한 한 연인의 50년에 걸친 사랑 이야기를 다룬다.

메데인시의 한 도서관에서 일하는 비비아나 알바레스는 봉쇄령으로 도서관 문이 닫혔을 때 ‘편지 쓰기’를 제안했다. 벌써 수백통의 편지가 쓰여졌다. 발신자와 수신자 모두 서로를 알 수 없지만, 호응을 얻고 있다고 BBC는 전했다. 알바레스는 “글은 많은 힘을 가지고 있다. 글쓰기는 강력한 치유의 힘을 지니고 있고, 서로가 함께 하는 마음을 전달할 수 있다”고 했다.

구스만은 지난 3월 콜롬비아에서 코로나19가 처음 발병했을 때, 자신의 아내가 임신 4개월이었다고 한다. 그는 “아내가 언제 출산한지 그때 상황은 괜찮을지 상상하는 것도 어려웠다”고 했다. 이런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다니엘은 옛 추억과 이별한 사랑에 대한 그리움을 간직한 사람처럼, 슬픈 감정을 편지에 써서 보냈다.

1980~1990년대 메데인시는 마약 범죄 조직의 근거지로 악명높았다. 폭력 사태가 이어지던 당시에도 도서관은 시민들에게 피난처 역할을 했다. 알바레스는 “폭력 사건이 일어났을 때도 도서관은 늘 열려 있었다”며 “위기의 순간, 불확실성의 순간, 도서관은 공동체를 위한 곳”이라고 말했다. 코로나19 이전 도서관 직원들은 책을 접할 수 없는 시골의 아이들을 위해 전화나 메시지 애플리케이션(앱)을 통해 책 읽어주는 영상을 보내주곤 했다. 알바레스는 “터널 끝에서 빛이 보일지 모르겠지만 우리는 나아질 것이란 희망을 가지고 있다”고 했다.

김향미 기자 sokh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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