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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8 (금)

밝게 웃던 3살 아이, 방에 갇혀 결국 굶어 죽었다 [이동준의 일본은 지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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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부모의 무관심에 방치된 3살 여아, 기아·탈수로 사망 / 국내에서도 비판, 애도의 목소리 높아져

세계일보

하늘의 별이 된 A양. 후지TV 방송화면


일본에서 부모의 무관심에 방치된 3살 여자 어린이가 기아와 탈수로 사망한 안타까운 사건이 발생했다.

3살 A양의 사망은 지난 8일부터 일본 현지를 비롯해 한국에서도 비판과 애도의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20대 엄마가 남성에 빠져 아이를 8일간 방치하고 여행을 떠난 사실이 밝혀지면서 더 큰 공분이 일고 있다.

특히 A양이 사망 전 지속적으로 방치된 정황이 드러나면서 ‘부모실격’이라는 지적이 잇따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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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진 A양과 엄마 B씨. 밝게 웃는 모습이 한때 다정한 순간도 있었다는 걸 보여준다. 후지TV 방송화면


◆밝게 웃던 3살 아이

아이는 평소 잘 웃었다고 한다. 하지만 사망 후 발견된 아이는 허기에 지쳐 보기 안타까울 정도로 변했다고 한다. 아이는 또래 아이들보다 몸무게가 3kg 정도 더 적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9일 마이니치신문 등 현지 언론 보도에 따르면 사건의 시작은 지난 5월 초로 거슬러 올라간다.

A양의 엄마 B씨(24)는 술집 종업원으로 일하던 중 남성 C씨를 만나 연인이 됐다.

B씨는 아이가 있다는 사실을 숨기진 않은 것으로 전해졌지만 자신이 미혼모라는 사실을 알리지도 않았다. 후지TV가 B씨 거주지 인근 주민들에게 B씨에 관해 물었더니 아이가 있는 줄 몰랐던 주민도 있었다.

주민들에 따르면 평소 B씨는 “밝게 웃는 모습”이었다. 하지만 밝은 미소 뒤에는 수차례 자녀를 방치하고 외출하는 등의 이중성이 있었다.

B씨는 A양이 숨지기 전인 지난 5월 초 남성 C씨와 2박 3일간 가고시마현으로 여행을 떠났다. 당시 A양은 혼자 남겨진 공포와 배고픔 그리고 엄마에 대한 그리움을 힘껏 이겨냈다.

또 일하던 술집 회식에 참여해 밤늦게 귀가하거나 ‘파친코’(슬롯머신)에 빠져 집을 종종 비운 것으로 일본 경찰 조사 결과 드러났다.

부모의 관심과 사랑이 필요한 A양이 지속해서 방치된 정황이 드러나는 대목이다.

그럼에도 A양은 밝게 웃었다고 주민들은 기억했다.

◆아이는 8일간 방에 갇혀 굶어 죽었다

혼자서도 씩씩하게 아픔을 이겨낸 A양이었지만 엄마의 계속되는 무관심에 끝내 목숨을 잃었다.

A양은 엄마가 남자친구와 가고시마현으로 여행 간 사이 이번에도 혼자 남게 됐다.

불과 3살이었던 A양이 8일간의 허기와 홀로 남겨진 공포는 이길 순 없었다. A양은 엄마가 남자친구와 즐거워 할 때 음식은 물론 물도 마시지 못했다.

또 기저귀를 제때 갈지 못해 엉덩이 부분이 짓물렀고 B씨가 외출하며 소파로 거실문을 막아서 지저분하게 어지럽혀진 곳을 벗어날 수 없었다.

현장을 검증한 경찰은 “발견 당시 A양은 감금된 상태였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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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씨는 ‘보호 책임자 유기 치사’ 혐의로 체포됐다. 후지TV 방송화면


◆밝게 웃던 24살 엄마

B씨는 경찰 조사에서 “아이를 방치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B씨는 8일간의 여행 후 매트리스 위에 누워있던 딸을 보고 경찰에 신고했다. 그는 신고 후 기저귀를 갈고 집에서 아이를 돌본 척 연기했다.

하지만 경찰 수사 결과 여행 간 사실을 숨기기 위한 행동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B씨는 사실을 모두 털어놓으며 “아이가 죽을 줄 몰랐다”고 뒤늦게 후회했다.

B씨는 ‘보호 책임자 유기 치사’ 혐의로 체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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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일날 v자를 그려 보인 A양. 후지TV 방송화면


현지 방송에 공개한 사진을 보면 A양과 B씨는 한때 행복한 순간을 보낸 것으로 보인다.

숨진 A양은 엄마와 활짝 웃으며 사진 찍었고 생일날에는 v자를 그려 보이기도 했다.

A양의 밝은 모습에 안타까움이 더해진다.

이동준 기자 blondie@segye.c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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