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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4 (일)

이슈 미국 흑인 사망

"인종차별 철퇴 촉구" 대규모 파업 예고한 미 노동계 [김향미의 '찬찬히 본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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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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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캘리포니아주 버클리에서 지난 8일(현지시간) 인종차별 반대 시위대가 ‘흑인 생명은 소중하다’라고 쓰인손푯말을 들고 거리 행진을 하고 있다. 버클리|EPA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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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노동계가 일터에서의 인종차별 철퇴를 촉구하는 대규모 파업을 예고했다. 노동자들은 지난 5월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에서 백인 경찰관 데릭 쇼빈의 가혹행위로 흑인 남성 조지 플로이드가 숨진 사건이 촉발한 인종차별 항의 시위의 연장선에서, 정부와 기업이 인종 간 경제적 불평등을 없애는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낼 예정이다. 노동계가 전국 단위로 대규모 행동에 나서는 만큼 인종 문제가 다시 한 번 미국사회의 주요 현안으로 부상할지 주목된다.

8일(현지시간) AP통신에 따르면 미국 25개 도시의 수만명의 노동자들은 오는 20일 ‘흑인 생명을 위한 파업’을 진행한다. 파업에는 패스트푸드점 및 차량 공유업체, 요양원, 공항 소속 노동자들이 주로 참여할 것으로 보인다. 국제서비스노조를 비롯해 국제트럭운전자연대, 미국교사연맹, 미국 농장노동자조합, 시간제 노동자 단체인 ‘15달러를 위한 싸움’ 등이 동참한다. ‘흑인 생명은 소중하다’(BLM) 등 시민운동 단체들도 참여한다.

이들은 파업 당일 각 도시에서 대규모 행진을 벌일 예정이다. 2014년 흑인 청년이 백인 경찰관의 총에 맞아 사망했던 미주리주 퍼거슨에선 맥도날드 노동자들이 사건 현장을 찾아 추모 시위를 연다. 플로이드가 숨진 미니애폴리스에선 요양원·공항 노동자들이 최저임금을 15달러로 인상하라고 요구하는 집회를 연다. 하루종일 파업에 참여할 수 없는 노동자들은 약 8분간 파업을 진행한다. 플로이드는 쇼빈의 무릎에 약 8분46초간 목이 눌려 있다가 숨졌다.

‘흑인 생명을 위한 파업’ 홈페이지(j20strikeforblacklives.org)에 올라온 ‘우리의 요구’를 보면, 이들은 모든 선출직 공무원 및 기업들에 인종차별 주의를 없애는 정책을 마련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정책적으로 최저임금 인상, 병가 및 의료서비스 도입, 육아 지원 및 방역 대책 마련 등이다. 미국에선 흑인 노동자의 54%, 히스패닉 노동자의 63%가 최저 생활비 이하의 임금을 받고 있다. 특히 코로나19 대유행을 겪으면서 인종 격차가 도드라졌다. 흑인이나 히스패닉계 노동자들은 재택근무를 할 수 없는 일자리 종사자들이 많았고, 감염 및 실직 위기에 내몰렸다.

미시간주 디트로이트의 한 요양병원의 직원인 흑인 테레세 앤드류스(49)는 “20년 경력이지만 임금은 시간당 15.81달러에 불과하고, 몇 년 간 승진에서 누락됐다. 코로나19가 퍼지는 와중에도 제대로 된 개인 보호장비를 지급받지 못했다”며 “우리는 전염병 바이러스와 인종차별을 함께 겪고 있다”고 했다. 그는 “우리는 지금 행동에 나설 때다”고 했다. 빈민운동 단체의 레브 윌리암 바버 2세는 “우리가 경찰폭력에 맞섰다면 경제적 폭력에도 맞서야 한다”고 말했다.

AP통신은 이번 파업이 “수십년 전 노동권 운동의 전통에서 영감을 얻은 것”이라고 평가했다. 1968년 2~4월 테네시주 멤피스에서 열악한 노동환경에서 일하던 흑인 청소노동자 2명이 사망한 사건을 계기로 1300여명이 파업을 벌였다. 당시 멤피스에서 파업을 지원하던 마틴 루서 킹 목사가 총격을 받고 숨졌다. 이 파업은 흑인 노동자들의 임금 인상이라는 결과를 이끌어냈다.

온두라스 이민자 출신으로 캘리포니아주 오클랜드에서 최저임금 인상 운동을 이끌고 있는 앙헬리 로드리게스 람베르트(26)는 “말만으로는 더 이상 우리의 요구를 충족시킬 수 없기 때문에 행동에 나선다. 지금은 변화를 볼 순간이다”고 했다.

김향미 기자 sokh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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