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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30 (일)

美, 마스크 써달라 하면 “당신이 뭔데?”… ‘문화전쟁’ 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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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일보

지난 5월 7일(현지시간) 뉴욕시의 한 길거리에서 마스크를 쓴 시민들이 거리를 돌아다니고 있다. 뉴욕=AFP연합뉴스


미국 소매업계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시대의 새로운 ‘문화 전쟁’(이념·종교·철학 등의 차이에서 기인한 대립)이 번지고 있다. 판매 직원이 고객에게 “마스크 써달라”고 하면 ‘안티 마스크파(Anti Masker)’들이 폭언과 폭력을 행사하는 사례가 늘어난 것이다.

미국은 코로나19 대유행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자 최근 뒤늦게 마스크 의무 착용 규정을 적용하기 시작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여전히 마스크를 잘 쓰지 않는다. 다른 나라에 비해 마스크 착용에 대한 이견이 많아진 배경이다.

워싱턴포스트(WP)는 9일(현지시간) “이러한 혼란스러운 메시지와 정치적으로 비화한 마스크 착용 문화가 ‘문화 전쟁’을 낳았다”고 분석했다. 그 여파는 고스란히 최일선의 현장에서 사람들과 부딪혀야 하는 소매업계 종사자들이 지고 있다.

마스크 착용이 의무화된 지 약 일주일 된 앨라배마주 모빌시에서는 여전히 대부분 손님들이 마스크를 쓰지 않고 상점에 들어온다.

이곳의 한 할인점에서 근무하는 케이 파머는 “집에서 마스크를 가져와 근무할 때 착용하지만 고객들이 쓰지 않으니 감염 우려가 크다”면서도 “특별히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없다. 고객에게 마스크 지적을 하기보다는 이야기하지 않고 서비스만 제공하는 식으로 대응한다”고 WP에 말했다.

정부 관계자들은 “이제부터 마스크를 꼭 쓰라”고 명령하며 각 사업주들이 직원들에게 마스크 착용을 권고하도록 하면 임무가 끝난다. 그러나 각 소매점의 종사자들은 하루 종일 수많은 고객을 응대하며 바이러스 노출 위험이 큰데, 심지어 직접 다가가 마스크를 써달라고 요청해야 하는 리스크까지 지고 있다고 아메리카대학교 로스쿨의 린제이 윌리 교수는 밝혔다.

로스앤젤레스의 한 스타벅스 매장 관리자는 “사람들이 마스크 착용을 지나치게 정치적으로 보고 있지만 이건 단지 공중 보건 문제일 뿐”이라고 꼬집었다. 그가 일하는 스타벅스에는 10%의 고객이 언제나 마스크 없이 들어온다. 그는 “이미 큰 위험에 노출된 매장 직원들에게 마스크 착용 실랑이를 벌이는 상황에까지 밀어넣는 것은 불공평하다”고 지적했다.

정지혜 기자 wisdom@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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