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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미국 로비 1등 文정부, 로비 회사만 신나… 어디 썼는지 밝혀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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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준 전 미국 연방하원의원

"1천억원 넘는 돈 쓰고도 대미 로비 효과 없어"

“우리나라의 대미(對美) 로비가 예전보다 강화된 줄은 알았지만 지출 규모가 세계 1위라는데 깜짝 놀랐습니다.”
한국계로서 사상 첫 미국 연방하원의원을 지낸 김창준(미국명 Jay Kim) 전 의원은 “어마어마하게 많은 로비 자금을 누가 어디에, 얼마나 썼는지 등을 반드시 밝혀내야 한다”고 말했다.
백인이 총인구의 75%를 차지하는 캘리포니아주 다이아몬드바 시(市) 의원과 시장(市長)을 거쳐 연방 하원의원에 당선돼 내리 3선(選)을 한 그는 서울 여의도에서 사단법인 ‘김창준 정경아카데미’를 7년째 운영하며 인재 교육·양성에 힘쓰고 있다.

조선일보

한국계 미국인으로서 첫 미국 연방 국회의원을 지낸 김창준 전 하원의원(캘리포니아주). 그는 이달 8일 "한국 정부에서 누가 대미 로비 자금 이슈를 총괄하는지, 어디에 얼마나 썼는지 등을 명명백백하게 공개해야 한다"고 말했다./송의달 기자


김 전 의원은 이달 8일 오전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4년 동안 1억달러 가까운 돈을 한국 정부가 로비 자금으로 썼지만, 한국민들이 체감(體感)하는 대미 로비 효과는 거의 전무(全無)한 게 사실”이라고 했다.
미국내 정치·로비자금을 추적하는 비영리(非營利) 시민단체인 ‘책임정치센터(Center for Responsive Poltics·이하 CRP)’는 “2016년부터 최근까지 한국 정부의 대미 로비 지출액(9742만달러·약 1169억원)은 일본에 이어 세계 2위, 민간 부문을 포함하면 세계 1위”라고 밝혔다.

“정부가 미국 로비에 쓴 돈은 국민 세금으로 한 것입니다. 헌법에 보장된 ‘알 권리’ 차원에서 국민들은 그 내역을 상세하게 파악할 권리가 있어요. 한국 국회는 특별위원회나 태스크포스를 구성해 정부의 대미 로비 자금 사용 실태 조사를 벌여야 합니다. 시민단체 등도 이 문제에 적극 관심을 갖고 관련 정보 공개 요구 등을 해야 합니다. 떳떳하다면 정부도 대미 로비 자금 사용 내역을 내놓아야 합니다.”

한국 정부 특수(特需)로 미국 로비회사들 신났다

그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4년 전 대선 후보로 출마시 내놓은 ‘미국 유권자와의 계약(Trump’s Contract With the American Voter)’의 6개항목 가운데 ‘미국 선거를 위한 외국 로비스트의 정치 자금 모금 완전 금지’ 조항을 포함해 3개가 로비 관련 규제“라며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再選)에 성공할 경우 미국내 한국 정부의 로비 실태를 조사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 CRP 집계를 보면 한국 정부는 수십개의 로비 전문회사에 로비를 맡기고 있다. 그리고 CRP 공개자료만 봐서는 한국 정부의 로비 자금 지출 전모(全貌)를 파악할 수 없다.
“한 마디로 ‘가장 큰 고객’이 된 ‘한국 정부 특수(特需)’로 미국 로펌과 로비 회사들은 신나하고 있다. 신고된 자금 외에 비밀리에 현금으로 쓴 금액도 상당할 것이다. 문제는 한국 국민들의 세금인 이 로비 자금을, 정부가 어디에 어떤 용도로 썼고 효과는 어떤지 아무도 캄캄이처럼 모른다는 점이다. 이것은 매우 중요하고 큰 사안이다. 국회와 시민단체 등이 의지(意志)를 갖고 집중 추적해 꼭 공개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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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 등록된 로비스트 수는 최소 2만3000명이 넘는다. 미국 연방상하의원(총535명) 한명당 43명꼴이다. 사진은 미국 연방 상하원 합동의회 모습./조선일보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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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7년 한국 정부의 대미 로비 지출이 전년 대비 8배 넘게 급증했는데.
“촛불시위 힘으로 출범한 문재인 정부가 트럼프 행정부에 자신의 입장을 이해하고 설명하기 위해 많은 로비가 필요했을 것이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 같은 통상 이슈와 한국과 미국의 북한 정책 차이가 커서 조율할 필요성이 많았을 것으로 추정된다.”

“1천억원 넘는 로비 자금 썼어도 효과 없어…헛돈만 썼다”

- 한국 정부의 로비 자금 투입에 따른 효과는 어떻게 평가하나?
“존 볼턴의 최근 회고록이 모든 걸 보여주고 있다. 회고록 내용은 상당부분 진실로 보이는데, ‘정신분열적인 생각’ 같은 표현에서 보듯 한국 정부는 미국 조야에서 존중받지 못했다. ‘헛돈만 썼다(wasting money)’고 해도 전혀 틀린 말이 아니다.”

- 한국 정부는 로비 회사에 로비를 거의 일임하는듯 한데.
“로비도 전문가들의 영역이므로 타당한 측면이 있다. 내 경험을 얘기하겠다. 다이아몬드바 시장(市長) 시절, 인근의 다른 4개 시와 연합해서 워싱턴 DC 소재 로비 회사와 계약을 맺어 매주 연방의회 내부 동향과 입법 동향을 뉴스레터 형식으로 전달받고 워싱턴 방문시 연방의원 들과의 면담 일정 등을 잡는데 도움을 받았다. 이처럼 로비 회사에 맡기는 것은 로비 활동에서 기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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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준 전 미국 연방하원의원이 8일 서울 여의도 '김창준 정경아카데미' 사무실에서 자신이 주도해 통과시킨 법안 등을 가리키고 있다./송의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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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국익 반영하는 로비스트 양성…일본처럼 세련된 고급 로비 해야”

- 대미(對美) 로비를 고도화, 선진화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5년이나 10년~20년 후를 내다보고 한국내 정권 교체와 상관없이 한국의 국익을 대변하고 반영하는 한국을 전담하는 로비스트들을 꾸준히 양성해야 한다. 꼭 연방의원이나 행정부 고위직 출신일 필요도 없다. 미국 입법·행정부 사정에 밝고 경험 있는 사람들을 로비스트로 기르는 노력이 필요하다. 로비 회사에만 맡겼다가는 우리의 대미 로비 역량이 축적되지 않고 언제든 워싱턴 조야에서 외면 당할 수 있다.”

- 연방의원 시절 기억에 남는 외국 로비 사례가 있나?
“일본 로비이다. 일본은 매년 연방상·하원들을 모아 친선 골프 행사를 벌였다. 주미 일본대사관이 나서지 않고 로비 회사들이 주최하는 간접 방식이었다. 일본대사는 수시로 의원들을 대사관저로 초청해 리셉션과 식사 등을 했는데 아무런 요구나 부탁이 없었다. 친분과 인맥을 평소 쌓은 것이다. 그리고 일본 로비스트들이 가장 부지런했다. 이들은 수시로 의원실을 찾아와 도와줄 게 없는지 묻고, 자기들 관련 법안 진행 상황 등을 알려주거나 부탁도 했다. 일본의 세련된 고급 로비를 배워야 한다.”

“북한 비핵화 등 놓고 한미간 시각차 커…로비 효과 의문”

- 한국의 대미 로비에서 걸림돌이 있다면?
“북한 문제이다. 북한 비핵화만 해도 미국 정부는 여태 CVID(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되돌이킬 수 없는 비핵화)를 한 번도 포기하지 않고 일관되게 천명하고 있다. 반면 한국은 단계적 비핵화로 시각 차이가 크다. 한국 정부가 로비를 아무리 강화해도, 한국의 정책이 미국의 국가이익과 일치하지 않는다면 효과를 거둘지 의문이다.”

김창준 전 의원은 4년 전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한국·미국 주류 매체들이 힐리러 클린턴 후보의 ‘당선 확실’을 점칠 때, 정반대로 트럼프의 대통령 당선을 일관되게 주장했다. 대선 투표 한달여 전인 2016년 10월 7일에는 ‘트럼프 대통령에 대비하라’는 200쪽이 넘는 단행본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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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준 전 의원이 2016년 10월 초 발간한 '트럼프 대통령에 대비하라'./송의달 기자


“10대 1로 내기 해도 트럼프 재선 성공한다”

- 올해 대통령 선거에선 누가 당선될 걸로 보는가?
“50년 미국 생활과 연방 정치 경험을 바탕으로 단언하건대 트럼프가 재선에 성공한다. 10대 1로 내기를 걸어도 자신 있다.”

- 최근 미국 흑인 사망 시위와 회고록 등에서 트럼프의 부정적 측면들이 쏟아졌다. 트럼프의 도덕성과 능력 모두 혹평과 불신의 대상이 되고 있다. 어떤 근거에서 트럼프 승리를 자신하나?
“미국 대선에서 유권자들의 표심(票心)을 가르는 가장 중요한 기준은 ‘후보자가 미국을 위해 무엇을 했느냐, 앞으로 누가 가장 잘 할 수 있느냐’ 하는 점이다. 지난 4년간 트럼프는 ‘미국 제일주의(America First)’ 구호 아래 경제와 국방, 불법이민 단속 등에서 큰 성과를 냈다. 최근 흑인 시위는 방화와 약탈, 역대 미국 대통령 동상 훼손으로 이어졌다. 이 때문에 ‘나라가 흔들린다. 이래선 안된다’고 생각하는 백인들이 공화당을 넘어 민주당 지지층으로 확산하고 있다. 백인은 전체 미국 유권자의 67%를 차지한다. 트럼프는 4년 전보다 더 큰 표 차이로 이길 것이다.”

- 현재 지지율 조사에선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가 트럼프를 두 자릿수 이상 계속 앞서고 있지 않나?
“4년 전 대선 지지율 조사에서도 힐러리가 항상 트럼프를 앞섰다. 바이든(1942년생·78세)과 트럼프(1946년생·74세)가 일대일 TV토론을 할 경우, 실력과 안목, 국정운영 능력과 체력·건강 등에서 두 사람의 격차가 확연하게 드러나 선거 판세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이다.”

[송의달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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