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시장은 이 글에서 글로벌비즈니스센터(GBC) 건설로 생긴 1조7천491억 원 등 개발에 따른 공공기여금을 해당 자치구 안에서만 써야 하는 현행 법령과 그 개정에 소극적인 국토교통부를 비판하면서 "강남권 개발 이익이 강남에만 독점돼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습니다.
가만히 있다가 재원을 내주게 생긴 강남구의 정순균 구청장은 오늘(9일) 박 시장을 향해 "뜬금없다"고 반응을 나타냈습니다.
정 구청장은 한 언론사와 통화에서 "공공기여금은 전혀 이슈가 되는 문제도 아니고, 벌써 몇 년 전에 제기된 것"이라며 "이것을 지금 들고나오는 것은 정치적 의도 외에 뭐가 있겠나"라고 물었습니다.
정 구청장은 박 시장과 같은 더불어민주당 소속입니다. 1995년 지방자치 시행 이후 최초로 강남에서 당선된 민주당 소속 구청장입니다.
그는 "각을 세우려는 것이 아니라 할 말은 해야 하기 때문"이라며 "만약 국토교통부가 공공기여금을 나눠 써야 한다는 취지로 법을 개정한다면 반대는 안 하겠지만, 지금 이 문제를 제기하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고 거듭 비판했습니다.
박 시장 주장이 뜬금없다는 데는 일리가 있습니다. 최근 공공기여금은 서울시 정책에서도 별달리 다뤄진 바가 없습니다.
특히 GBC 사업은 이미 지난해 12월 서울시와 현대차가 협의해 공공기여 이행방안을 정해둔 사안입니다. 그때도 지금도 결정권자는 박 시장입니다.
이에 박 시장이 강남 부동산 억제는 물론 대권을 향한 자신의 정치적 진로 설계를 위해 공공기여금 문제를 제시한 것 아니냐는 시선이 나옵니다.
공공기여금은 전국적 관심사인 부동산 가격과 떼어놓고 생각할 수 없는 문제인 데다가 평소 토지 공개념을 주창한 박 시장의 정치적 입지 위에서 던질 만한 주제라는 것입니다.
공공기여금 의제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대의명분이 있는 좋은 정책을 매개로 이슈를 제안한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공공기여금과 같은 부동산 관련 사안은 낮은 지지율로 분투하는 박 시장에게 쓸만한 '이슈 파이팅' 도구이기도 합니다.
흔히 '작은 정부'라 불리는 서울시는 사회 전 분야에 걸쳐 다양한 정책을 쏟아냅니다. 하지만 굵직한 정책을 일상적으로 내놓다 보니 사안별 주목도가 떨어진다는 것이 서울시의 고민이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공공기여금 법령 개정 문제를 지금까지 해온 것처럼 국토부 실무진에 호소하기만 할 것이 아니라 공개적으로 제기한 다음 논쟁적 사안의 중심을 박 시장이 선점하는 것이 서울시의 '큰 그림'이라는 분석입니다.
시는 국토부와 공공기여금 협의를 이어가는 동시에 조만간 이 사안 관련 여론조사를 벌여 결과를 공개할 방침입니다.
조사는 서울시민 전체를 대상으로 하되 동남, 서남, 동북, 서북권 등 4개 권역별로 나눠 진행할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강남·서초·송파 등 '강남 3구'는 동남권에 속합니다.
이 여론조사 결과는 동남권과 나머지 권역 간 차이가 클 것이라고 쉽게 예측할 수 있습니다.
서울시 관계자는 "공공기여금 사용 범위는 그 사회의 합의가 본질"이라고 말했습니다.
이는 합의하기 나름이라는 의미로, 박 시장과 서울시가 장차 여론조사 결과를 토대로 '공공기여금 사용의 광역화'를 강하게 밀어붙일 상황을 예고하는 대목입니다.
[MBN 온라인뉴스팀]
< Copyright ⓒ MBN(www.mbn.co.kr)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