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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에 불리한 증언' 백악관서 쫓겨난 중령, 결국 전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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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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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렉산더 빈드먼 중령이 지난해 11월 19일 워싱턴 미 하원 정보위원회가 개최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탄핵 조사 청문회에 출석해 증인 선서를 하고 있다. 워싱턴|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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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우크라이나 스캔들’과 관련해 의회 탄핵 조사 청문회에 출석해 트럼프 대통령에게 불리한 증언을 했던 장교가 불이익을 견디다 못해 21년간 몸담았던 군을 떠난다고 CNN방송이 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CNN은 이날 알렉산더 빈드먼 육군 중령이 개인 변호사를 통해 전역한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데이비드 프레스먼 변호사는 성명에서 빈드먼 중령은 대통령과 그의 측근들의 정치적 보복으로 인해 21년간 몸담았던 군에서 그의 미래가 “영원히 제안될 것”이라고 보고 은퇴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프레스먼 변호사는 빈드먼 중령이 지난해 하원 탄핵 조사 청문회에 출석한 이후 대통령이 선봉에 서서 지휘한 “괴롭힘과 협박, 보복”을 견뎌왔다고 주장했다. 프레스먼 변호사는 “미국 대통령은 빈드먼 중령에게 선택을 강요하려 했다”면서 “법을 지키는 것과 대통령을 기쁘게 하는 것, 자신의 선서를 준수하는 것과 경력을 지키는 것, 자신의 진급을 지키는 것과 동료 군인들의 진급을 지키는 것 사이의 선택이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이런 선택은 국가에 봉사하기 위해 자신의 삶을 헌신한 이가 직면해서는 안되는 것”이라면서 “빈드먼 중령은 법이 그에게 요구하는 것을 했으며, 그로 인해 대통령과 그의 대리인들로부터 괴롭힘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CNN은 빈드먼 중령이 국립전쟁대학에 파견될 예정이었지만 육군 고위 관료들과의 대화에서 군 내에 자신의 진급을 가로막는 힘이 존재한다는 말을 듣고 전역하기로 마음먹었다고 전했다. 육군 고위 관료들은 빈드먼 중령에게 다시는 우크라이나를 포함해 그의 전문 분야에 배치될 수 없을 것이라는 말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국립전쟁대학 파견을 받아들일 생각도 있었으나 한 관료는 그가 국립전쟁대학에 가더라도 ‘갱생임무’가 필요하며, 한 관료는 그를 알래스카 레이더 기지로 보낼 수 있다는 말까지 했다는 것이다.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에 파견돼 우크라이나 전문가로 근무해온 빈드먼 중령은 지난해 7월 트럼프 대통령이 볼로디미르 젤렌스크 우크라이나 대통령과의 전화 통화에서 정적인 조 바이든 전 부통령과 그의 아들에 대한 부패 의혹을 수사하라고 요청한 우크라이나 스캔들로 인해 촉발된 하원 탄핵 조사 청문회에 출석해 트럼프 대통령의 행위가 부적절했다고 증언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월 상원 탄핵 심판에서 무죄가 확정되자 빈드먼 중령을 NSC에서 쫓아냈다. 역시 NSC에서 변호사로 근무하던 그의 쌍둥이 형제도 쫓겨났다. 이라크전에서 폭탄 공격을 받아 부상을 당해 퍼플하트 훈장을 받은 빈드먼 중령이 백악관에서 쫓겨나 육군으로 복귀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탄핵 조사에서 자신에게 불리한 증언을 한 그에게 보복을 한 것이란 비판이 나왔다. 빈드먼 중령 외에도 고든 선들랜드 유럽연합(EU) 주재 미국 대사를 비롯해 트럼프 대통령에게 불리한 증언을 했던 국무부 고위 관료들도 줄줄이 옷을 벗었다.

CNN은 마크 에스퍼 국망장관 등 국방부 고위층은 빈드먼 중령이 정치적 이유로 표적이 되지 않는다고 주장했지만, 한 소식통은 군 관료들이 그에게 백악관이 진급 과정에 관여하려 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빈드먼은 올해 대령 진급 대상에 올랐지만 백악관이 그를 명단에서 제외시키려 한다는 언론 보도가 최근 나오기도 했다. 민주당 대미 덕워스 상원의원은 지난주 에스퍼 국장장관이 빈드먼 중령의 진급이 가로막히지 않는다는 확답하지 않는 한 1123명에 달하는 군 진급 인사를 승인하지 않겠다고 밝힌 바 있다. 에스퍼 장관은 빈드먼 중령이 정치적 불이익을 받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밝혔지만 빈드먼 중령은 진급은 커녕 인사 불이익이 계속되리라는 것이 확실시되자 전역을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최근 회고록을 발간하며 ‘트럼프 저격수’로 나선 존 볼턴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지난주 CNN과의 인터뷰에서 자신은 NSC에서 함께 근무했던 빈드먼 중령을 믿는다면서 빈드먼 중령은 충분히 진급할 자격이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워싱턴|김재중 특파원 herme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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