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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5 (금)

인도에 부는 국산품운동, 중국이 소환한 간디의 물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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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진경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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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뉴델리에서 중국 앱 삭제와 중국산 보이콧을 촉구하는 플래카드를 들고 있는 모습./사진=AF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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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내 중국산 물품에 대한 불매운동이 확산되면서 인도 기업들이 '국내산' 대체품을 찾아나섰다. 인도 정부가 나서 중국에 대한 경제 제재 조치를 취하고 있고 대중들의 반중 정서도 거스를 수 없다는 분위기가 조성되면서 이에 동참하고 나선 것이다.

인도 독립의 영웅으로 불렸던 마하트마 간디는 1906년 국산품 쓰기 운동인 `스와데시(Swadeshi) 운동'으로도 알려져 있다. 영국에서 수입한 옷을 사 입지 말고 물레를 돌려 옷을 짜서 입어야 인도가 영국으로부터 독립할 수 있다고 주장하며 간디 스스로 물레를 돌린 것이다. 영국 상품 대신 국산품을 애용하자는 것이었다. 21세기 인도에는 중국과의 갈등을 계기로 새롭게 간디가 소환되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중국에 대한 경제적 의존도가 높은 만큼 단기간 내 의미있는 변화가 나오기는 어려울 것이란 목소리도 나온다.


中 대안품 찾아나선 印 기업들

7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즈(FT)에 따르면 최근 인도 내에서 정치인을 비롯한 많은 사람들이 '중국산 불매운동'을 외치는 등 반중 정서가 확산되면서 기업들도 이 같은 반중 정서에 동참하고 나섰다.

인도 정부가 나서 중국과의 경제적 유대 관계를 축소할 계획을 밝힌 가운데 중국 선적 보류 및 59개의 중국 앱 금지, 관세 인상 등 경제 제재 조치를 취했고 추가 조치도 저울질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분위기 속에서 인도 최대 철강회사 중 하나인 JSW그룹은 중국에서 발생하는 4억달러(4780억원)의 순이익을 2년 내 0달러(0원)로 줄이겠다고 발표했다. 사잔 진달 회장은 "회사는 중국산 철강재를 수입하고 있는데 당장 일시적으로 생산 비용이 상승하더라도 국내 공급 업체들과 협력해 생산 능력을 키우도록 도울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전환기인 현재 향후 몇 달 동안은 불편함이 있을것"이라며 "장기적으로는 대부분의 인도 공급업체가 우리가 필요로 하는 높은 품질의 제품을 생산하게 될 것이기 때문에 현재보다 훨씬 더 좋은 위치에 설 것"이라고 강조했다.

인도 의류수출진흥위원회 회장도 중국에서 일부 품목 출하가 지연되면서 회원사들이 타격을 입었지만 6개월 내 대안을 찾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인도 최대 이륜차 업체인 히어로 모토코프의 파완 문잘 회장은 FT와의 인터뷰에서 "이미 중국 납품업체를 대신할 국내 대안을 찾았다"고 말하기도 했다.

하르시 고엔카 RPG그룹 회장은 "지금 인도 내에선 민족주의 징조가 일어나고 있지만 사실 우리의 관점은 실용적이면서 대안을 찾는 것"이라며 "국수주의라기보다는 사업상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는 것에 더 가깝다"고 강조했다.

뭄바이 암빗캐피털 분석가는 "당장 논쟁의 여지가 있다하더라도 지금의 시기는 인도의 성장률을 감소시키기보다는 가속화되는 시점일 수 있다"고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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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의 한 시장에서 중국 제품을 판매하는 상인들을 상대로 시위가 벌어지던 중 중국산 TV를 부수고 있는 모습./사진=AF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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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미있는 변화 나타나기까진 시간 필요해"



그러나 이 같은 기업들의 움직임이 인도에서 단기간 내 의미있는 변화를 이끌어내지는 못할 것이란 목소리도 나온다. 중국이 인도에서 무역·투자·기술 등에 대한 영향력이 커지면서 이를 대체하기 위해서는 당장 막대한 비용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중국은 미국에 이어 인도의 최대 교역국으로, 금융사인 MOSL(Motilal Oswal)에 따르면 인도 내 중국 제품 수입 비중은 2000년 3% 미만에서 올해 14%로 증가하는 등 중국이 인도 산업에 필수적인 공급자로 부상했다.

이에 양국간 비대칭적인 무역 관계도 심각한 수준이다. 인도는 지난해 4월부터 올 3월까지 중국에서 전기기계설비, 가전제품, 화학제품, 의약품, 전자부품 등 중·완성제품 650억달러(77조7000억원) 이상의 상품을 수입했는데, 인도는 중국으로 166억달러(19조8000억원)를 수출하는데 그쳤다.

소시에테제너럴의 쿠날 쿤두 인도 담당 이코노미스트는 "인도 내에서 중국산 저가 제조 제품이 상당히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어 중국산 수입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는 것은 말처럼 쉽지 않다"며 "인도 정부는 이를 생산하는 중소 기업에 제대로 된 정책적 지원을 제공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특히 대표적인 불매 운동 대상인 스마트폰과 자동차 시장에서 중국산 의존도가 높은 점도 문제다.

인도의 5대 스마트폰 브랜드 중 4개는 중국산인데 이들은 시장의 약 80%를 점유하고 있다. 카운터포인트 리서치 애널리스트는 CNBC에 "인도에는 중국의 스마트폰의 대안이 거의 없어 당장 이를 대체하기가 어려울 것"이라며 "국내 스마트폰 제조사들이 한 획을 긋기 위해서는 연구개발에 크게 투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인도 정부가 강력하게 추진 중인 전기차 시장도 이미 중국이 공급망을 장악해 핵심 부품을 생산하고 있다. 또다른 투자 분석가도 "단기적으로 인도의 대중국 노출을 줄이기 위한 움직임은 공급 차질과 투입 비용 증가로 이어져 경제에 막대한 비용이 소요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진경진 기자 jkji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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