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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8 (월)

성폭행 피의자를 내무장관 앉힌 마크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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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에마뉘엘 마크롱〈사진〉 프랑스 대통령이 지방선거 참패를 만회하기 위해 단행한 개각 명단에 부적격한 인물이 포함됐다는 비판에 부딪혔다. 경찰을 통솔하는 내무장관에는 성폭행 피의자로 수사를 받고 있는 대통령 측근이 취임했다. 새 법무장관은 과거 미투 운동을 두고 "미친 여자들이 소셜미디어상에서 남성들에게 십자가형을 내리고 있다"고 말한 이력이 있다. 프랑스 공영 라디오 RFI는 "개각이 여성들의 분노에 맞닥뜨렸다"고 했다.

7일(현지 시각) 파리 내무부 앞에서 여성 수십 명이 제랄드 다르마냉(37)의 내무장관 취임에 반대하는 시위를 벌였다. 다르마냉은 2009년 정당 대중운동연합(UMP)에서 법률 업무 담당자로 재직할 때 여성 당원을 성폭행했다는 혐의로 조사를 받고 있다. 2018년 다르마냉이 예산장관으로 발탁된 직후 이 여성은 "다르마냉이 당시 법적 조언을 해주겠다며 그 대가로 성행위를 요구했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그해 증거불충분을 이유로 불기소 처분했으나, 법원은 올 초 재수사를 명령했다.

르파리지앵 등 프랑스 언론은 에릭 뒤퐁모레티 법무장관 임명도 충격적인 인사라고 평가한다. 그는 아내를 살해한 혐의로 기소된 대학교수 등 형사 사건 120여건에서 무죄를 이끌어내 '무죄네이터'(무죄와 '터미네이터'의 합성어)라는 별명을 갖고 있는 변호사다. 2018년 프랑스 정부가 '캣콜링'(길거리에서 여성을 성희롱하는 행위)을 처벌하겠다는 방침을 발표하자 그는 "일부 여성들은 캣콜링을 그리워한다"고 했다. 또 미투 운동을 "일부 미친 여자들의 바보짓"이라고 폄하했다.

이번 개각은 지난달 28일 치러진 지방선거에서 마크롱이 이끄는 여당 '앙마르슈'가 참패한 뒤 단행됐다. 코로나 사태에 대한 미흡한 대처로 지지율이 떨어진 마크롱 대통령은 자신보다 지지율이 높은 에두아르 필리프 전 총리의 사직서를 받고 사흘 뒤 개각 명단을 발표했다.

[김윤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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