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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30 (일)

당근과 채찍 동시에 내민 비건…"남북 협력 강력 지지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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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주체적인 대북정책 탄력 받나

아침부터 저녁까지 폭풍 행보 이어져

이데일리

△이도훈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과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부장관 겸 대북정책특별대표가 8일 오전 서울 외교부 청사에서 회동에 앞서 코로나19 예방을 위해 거리를 두고 인사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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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정다슬 기자] 한국을 방문 중인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부장관 겸 대북특별대표가 8일 한반도 정세 안정에 기여할 수 있는 남북 협력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문재인 대통령이 남북 대화의 물꼬를 틀기 위해 적극적인 교류협력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상황에서 이에 대해 미국 역시 반대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밝힌 것이다. 이에 따라 문재인 정부는 한·미 동맹을 무시한 채 독자적인 노선을 추구한다는 정치적 부담을 한결 덜게 됐다.

◇새 외보안보 라인 운신의 폭 넓어지나

비건 부장관은 8일 아침부터 이도훈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과 조찬 겸 비공개회의를 하는 등 분주하게 움직였다.

전날 경기도 오산 공군기지에서 예정에 없던 코로나19 검사로 일정이 지연되며 이날 밤 11시 무렵에서야 도착했지만 표정은 시종일관 밝고 활기찼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으로의 예방을 시작으로 한국에서의 공식 일정을 시작한 비건 부장관은 이어 조세영 제1차관, 이 본부장과 잇따른 회동을 가졌다.

이후 열린 약식 기자회견에서 비건 부장관은 “미국은 남북 협력을 강력하게 지지하며 우리는 이것이 한반도 안정에 중요한 요소라고 믿는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우리는 남북 협력에 있어 대한민국 정부를 전폭적으로 지원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같은 발언은 문재인 정부가 남북 경제교류 재개의 일환으로 강력하게 추진해왔던 금강산 관광, 개성공단 재개, 철도 개설 등에 대해 미국 역시 부정적으로 바라보지 않고 있다는 것을 시사하는 것으로 여겨진다.

북한이 자체적으로 정한 협상 시일인 2019년이 끝나고 남·북·미 대화창구도 끊어진 이후, 문 대통령은 “주체적인 대북 정책”을 줄곧 강조해왔다. 이번 서훈 국가안보실장 내정자, 박지원 국가정보원 원장 후보자, 이인영 통일부 장관 후보자 등 외교 안보 진영을 새로 짠 것 역시 이같은 구상을 실현하기 위한 ‘드림팀’이라는 분석이다.

이는 한·미 동맹이라는 또 하나의 한 축을 흔들리게 하는 결과를 초래하는 것이 아니냐는 국·내외 비판이 나왔다. 그러나 이날 비건 부장관의 긍정적인 평가로 새 안보라인의 운신의 폭이 넓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 본부장은 “비건 부장관은 북한과 대화 재개 시 균형 잡힌 합의를 이루기 위해 유연한 입장을 가지고 있다는 점을 재확인했고 관련 노력을 지속해나가겠다고 했다”고 전했다.

◇“北만나러 온 거 아니야…최선희, 낡은 사고방식의 소유자”

하지만 동시에 비건 부장관이 가져온 대답은 최선희 북한 외무성 제1부상이 대화복귀를 위해 요구한 ‘새판짜기’ 수준의 양보와는 거리가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오히려 북·미 관계의 경색 책임을 북한을 향해 돌리는 모습도 보였다.

비건 부장관은 북한 비핵화와 관련해 ‘대화가 필요하다’는 원칙적 입장을 강조하면서도 이번 방한·방일에 대해 “우리의 친구와 동맹국을 만나는 것이 목적”이라며 “북한에는 방문을 요청한 적이 없다”고 맞받아쳤다.

지난 4일 최 부상이 담화를 통해 “미국과 마주 앉을 생각이 없다”는 입장에 대한 반박인 셈이다. 비건 부장관은 오히려 이날 주한 미국대사관이 배포한 보도자료를 통해 “낡은 사고방식에 사로잡혀 있다”며 최 부상에 대한 비판의 날을 세웠다. 그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협상할 준비가 있고 권한이 있는 나의 카운터파트너를 임명하면 북한은 그 순간, 바로 우리가 대화할 준비가 돼 있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비건 부장관이 최 부상에 대한 이례적인 불쾌감 등을 드러낸 배경으로 한 외교관계자는 “하노이 회담 이후 이어진 북한과의 협상에서 협상 대상이 계속 바뀌며 책임있는 협상과 성과를 도출하기 어렵다는 인식을 드러낸 것”이라고 분석했다.

2019년 2월 21일 하노이 회담이 무산된 이후 북측 대표는 김혁철 국무위원회 대미특별대표에서 김명길 외무성 순회대사로 바뀌었다.

이번 방한에서 백악관에서 한반도 정세를 다뤄 온 앨리스 후커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아시아 담당 선임국장이 동행하지 않은 것 역시 대북 협의에 대한 가능성을 사전에 차단했다는 분석이다. 비건 부장관은 이날 오찬도 조 차관 등과 함께하며 한·미 현안에 대한 협의를 이어가고 오후에는 국가정보원을 방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방한 마지막 날인 9일 청와대에서 서훈 국가안보실장을 만날 것으로 예상되며 이후 일본으로 떠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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