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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8 (토)

이낙연·김부겸 "친노 적통을 모셔라"…통합민주당 4인방, 25년만에 동지에서 적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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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당 대표에 도전하는 이낙연 의원(왼쪽)과 김부겸 전 의원.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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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당권 도전을 선언한 이낙연 의원과 김부겸 전 의원이 친노 인사 영입 경쟁을 벌이고 있다. 주로 90년대부터 노무현 전 대통령과 인연을 쌓아온 원로 정치인이 영입 대상이다. 이부영 전 열린우리당 의장과 이강철 전 청와대(노무현 정부) 시민사회수석은 이낙연 의원 편에 섰고, 김원기 전 국회의장과 유인태 전 국회 사무총장은 각각 후원회장·상임고문으로 김 전 의원 캠프에 합류했다.

두 후보가 앞다퉈 친노 인사를 영입하는 배경에 대해 당 내부에선 ”당 핵심이자 주류인 친문 그룹과의 거리감을 좁히기 위해 그 기원에 해당하는 친노 세력을 우선 포섭하려는 것”(민주당 중진의원)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낙연·김부겸의 친노·친문 포섭 경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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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1월 당시 노무현 대통령이 문재인 신임 민정수석에게 임명장을 수여하는 모습. [청와대사진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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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의원과 김 전 의원은 모두 당 주류인 친노·친문 그룹과 거리감이 있다. 이 의원은 5선을 내리 전남에서만 지낸 데다 전남지사·총리를 역임하며 오랜 시간 중앙 정치에서 떨어진 생활을 했다. 과거 열린우리당 분당 시절 노무현 전 대통령 측에 동참하지 않은 ‘소수파’ 이미지도 강하다.

김 전 의원은 1997년 신한국당과 민주당 합당으로 출범한 한나라당에 합류한 이력이 지금까지 발목을 잡는 측면이 있다. 민주당의 한 의원은 “친노·친문 세력이 누구의 손을 들어주느냐에 따라 이번 전당대회의 승패가 갈릴 것으로 예상한다”며 “원로 정치인들을 시작으로 향후 현역 의원들에 이르기까지 본격적인 섭외 경쟁이 펼쳐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 의원과 김 전 의원이 각각 두 명씩 영입한 네 명의 친노 인사는 공교롭게도 1995년 통합민주당을 창당한 원년 멤버다. 당시 김대중 전 대통령은 제1회 지방선거 공천과 관련한 갈등으로 당을 떠나 새정치국민회의를 창당했는데, 이들은 ‘3김(김대중·김영삼·김종필) 정치 종식’을 외치며 당 잔류를 선택했다. 그 중심엔 노 전 대통령이 있었다. 당이 소수정당으로 가시밭길을 걷던 시절의 정치적 동지였던 셈이다.



25년 만에 '동지'에서 '경쟁 상대'로



과거 비주류 정치인이자 소수정당 소속으로 똘똘 뭉쳤던 이들이지만, 지금은 갈라져 경쟁 관계에 놓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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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노 적통'으로 불리는 이강철 전 청와대 시민사회수석이 8.29 전당대회에서 이낙연 의원 캠프에 합류했다. 대구에서 4번에 걸쳐 총선에 출마했던 이 전 수석은 이번 당 대표 선거에서 이 의원의 대구경북 조직을 맡는다. [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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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의원의 대구·경북 조직을 맡는 이강철 전 수석은 ‘친노 적통’으로 분류된다. 노무현 정부에서 청와대 정무특보·시민사회수석을 지낸 그는 노 전 대통령의 신뢰가 워낙 두터워 ‘왕특보’로 불리기도 했다. 13·14·15·17대 총선 때 대구에 출마했다가 모두 졌다. “대구에 뼈를 묻겠다”던 김부겸 전 의원에 앞서 지역주의 청산에 정치 생명을 걸었지만, 그는 자신의 정치 행보를 빼닮은 김 전 의원이 아닌 ‘대세’ 이 의원을 택했다.

이 의원의 기자 선배인 이부영 전 의장은 ‘정치 멘토’ 역할을 맡고 있다. 그는 노 전 대통령의 동지이자 적으로 20여년간 굴곡진 인연을 맺었다. 통합민주당 창당 국면에선 노 전 대통령과 정치적 생사고락을 함께했지만 1997년 민주당과 신한국당 합당으로 한나라당이 창당되면서 갈라졌고, 2002년 대선 국면에선 이회창 후보를 지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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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3월 당시 노무현 대통령이 마련한 여야 지도부 초청 만찬 자리에서 김원기 국회의장과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 [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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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전 의원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정치 스승’으로 꼽히는 김원기 전 의장을 상임고문으로 영입했다. 김 전 의장은 1996년 당시 노 전 대통령 등 통합민주당 비주류 인사를 중심으로 발족한 국민통합추진회의(통추) 상임대표를 맡았다. 그 이전인 1991년 꼬마민주당 시절엔 김 전 의장이 사무총장을, 노 전 대통령이 당 대변인을 맡아 호흡을 맞추기도 했다.

‘원조 친노’로 불리는 유인태 전 국회 사무총장은 김 전 의원의 후원회장을 맡는다. 유 전 의장은 2018년 7월 사무총장에 취임하기 이전에도 수년간 김 전 의원의 후원회장을 맡아 왔다. 유 전 사무총장의 한 측근은 “과거부터 지역주의에 맞서 자신을 희생해 온 김부겸 전 의원을 ‘큰 재목’이라 표현하며 애착과 고마움, 대견함을 갖고 있었다”고 말했다.

정진우 기자 dino8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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