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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2 (목)

日 자민당, '시진핑 방일 취소 요구' 둘러싸고 내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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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일취소 요구' 결의안 유화파 반발로 표현 완화
'중일관계 개선' 성과 남기려는 아베 정부 고민중
한국일보

시진핑(오른쪽) 중국 국가주석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지난해 6월 일본 오사카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당시 중일 정상회담을 갖고 악수하고 있다. 오사카=교도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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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집권 자민당에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국빈방일 취소를 요구하는 결의문을 두고 내홍이 빚어졌다. 홍콩 국가보안법을 문제삼아 당내 강경파가 주도한 원안이 중일관계를 강조하는 유화파의 반대에 부딪혀 일부 표현이 수정되는 우여곡절을 겪었다.

일본 주요 매체들은 8일 자민당이 전날 중국의 홍콩보안법 제정을 비판하는 결의문을 채택하면서 시 주석의 국빈방일에 대해선 "취소를 요청하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혔다고 보도했다. 지난 3일 대중 강경파가 포진한 당 외교부회와 외교조사회가 '취소를 요청한다'고 명기했던 원안 표현이 다소 완화된 것이다. 또 자민당 전체 의견이 아니라는 점이 적시됐고, 관계 개선의 여지를 남긴 문구도 추가됐다.

이번 최종 결의안에는 그간 중일관계 개선에 앞장서온 니카이 도시히로(二階俊博) 간사장의 의견이 상당 부분 반영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그는 지난해 4월 총리 특사 자격으로 중국을 방문해 시 주석에게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의 친서를 전달했다.

다만 니카이 간사장 측은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정조회장의 벽에 막혀 '취소' 표현의 삭제까지 밀어붙이지는 못했다. 이를 두고 차기 간사장을 노리는 두 사람 간 갈등이 드러났다는 해석도 나온다.

시 주석의 방일 문제를 둘러싼 자민당의 양분된 기류에는 아베 총리의 고민이 반영돼 있다. 일본 정부는 중국의 홍콩보안법 처리에 '유감'을 표명하면서도 전면적인 대립은 피하려는 기색이 역력하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중국은 지난해까지 13년 연속 최대 교역상대국"이라며 "수출뿐 아니라 부품 조달, 중국 여행객의 소비 등이 일본 경제에 기여해온 관계를 무시할 수 없다"고 분석했다.

아베 총리는 시 주석의 국빈방일을 통한 양국 관계 개선을 외교 성과로 내세우고자 했다. 최근 중국 선박의 잇단 센카쿠열도 영해 침범에도 시 주석의 방일 가능성을 열어둔 이유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초기 중국인 입국 거부 조치를 늦춘 것도 같은 맥락이다.

한편, 주일 중국대사관은 홍콩보안법을 비판하는 자민당의 결의안에 대해 "중국 내정에 대한 난폭한 간섭"이라며 강한 불만을 드러냈다.


도쿄= 김회경 특파원 herm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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